소금사막에 갇힌 과학자가 땅에 귀를 댄다 | MovieLAB LAB

두 소년이 소금으로 덮인 땅에 귀를 댄다. 멀리 있는 화산의 울림을 듣는 것이다. 함께 남겨진 과학자 로라 좀머펠트(베로니카 페레스)도 그 행동을 따라 한다. 납치되어 낯선 땅에…

소금사막에 갇힌 과학자가 땅에 귀를 댄다 | MovieLAB LAB

두 소년이 소금으로 덮인 땅에 귀를 댄다. 멀리 있는 화산의 울림을 듣는 것이다. 함께 남겨진 과학자 로라 좀머펠트(베로니카 페레스)도 그 행동을 따라 한다. 납치되어 낯선 땅에 버려진 상황에서, 세 사람은 잠시 같은 자세로 땅의 소리를 듣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지금 발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볼 방법은 있다.

〈솔트 앤 파이어〉의 로라는 환경 재난을 조사하기 위해 볼리비아에 왔다. 그러나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납치당하고, 결국 앞을 보지 못하는 두 소년과 함께 광대한 소금사막에 남겨진다. 조사하러 온 장소가 당장 살아내야 할 장소로 변한다. 현장의 사정을 파악해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이,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이야기다.

설명하는 남자와 기다리는 여자

로라를 붙잡은 맷 라일리(마이클 섀넌)는 재난과 관련된 기업의 경영자다. 피해를 조사하는 과학자와 책임을 따져야 할 기업인이 마주했지만, 이 만남은 정상적인 면담이 아니다. 누가 질문하고 무엇을 밝힐지 정하기 전에, 한쪽이 다른 쪽의 이동을 막고 있다. 맷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도 로라가 자기 뜻으로 그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맷과 로라의 대화는 재난의 원인과 책임만으로 곧장 나아가지 않는다. 보는 위치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는 원근법 같은 화제가 끼어든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이 영화와 관련해 설명한 그림에는 성인이 있는데, 관찰자가 자리를 옮기면 그 형상이 풍경으로 바뀐다. 같은 대상을 보아도 어느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 화제를 납치범의 말로 듣게 되는 상황은 묘하다. 관점을 바꾸라는 제안과, 상대에게 관점을 강요하는 행위가 나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 로라를 가둔 일이 저절로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맷의 말이 흥미로워질수록, 말하는 사람이 행사하는 힘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페레스는 로라의 격식을 갖춘 말투를 과학자이자 교수라는 인물의 배경과 연결해 설명했다. 위기에 처해도 언어를 다루는 방식에는 그가 살아온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곧바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말하지는 않는다. 붙잡힌 몸과 여전히 정돈된 말 사이의 차이가 로라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소금 평원에 나란히 선 여성과 남성이 정면을 바라본다

곁에 있는 두 사람

소금사막에 남겨진 뒤에는 로라가 마주하는 상대가 달라진다. 맷의 의도를 해석하는 일만큼 두 소년과 함께 지내는 일이 중요해진다. 아이들에게는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 누가 왜 이들을 여기에 두었는지 답을 얻지 못해도, 오늘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사정은 분명하다.

페레스는 마이클 섀넌과 연기할 때와 두 아이를 상대할 때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실제로 앞을 보지 못하는 아역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따뜻함과 신뢰를 전해야 했다는 것이다. 밤에 아이들을 품에 안는 연기에 관한 설명에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누군가를 안심시키려는 마음이 함께 있었다. 로라가 두려움을 완전히 해결한 뒤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아니다. 자기에게도 없는 확신 대신 지금 줄 수 있는 온기를 건넨다.

아이들이 땅에 귀를 대는 장면에서는 도움의 방향이 바뀐다. 로라가 그들의 행동을 따른다. 앞을 볼 수 있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관계로만 머무르지 않고, 아이들이 듣는 것에 귀 기울여 같은 땅을 새롭게 접한다. 누가 먼저 무엇을 하고, 누가 따라 하는지에 주목하면 로라가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로라를 가둔 사람이 상황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년들과 지내는 시간에는 로라가 직접 선택해야 할 작은 행동들이 생긴다. 상대를 돕고, 가까이 머물고, 다른 사람이 듣는 소리에 함께 귀를 댄다. 납치의 수수께끼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세 사람의 생활은 진행된다.

지평선이 길게 뻗은 흰 평원을 옆모습의 남성이 바라본다

실제 풍경에서 생긴 낯선 세계

촬영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다만 영화가 말하는 환경 재난은 허구의 설정이다. 화면에 담긴 장소가 실제라는 이유로, 영화 속 재난까지 그곳의 실제 사정이라고 받아들이면 이야기를 잘못 읽게 된다. 감독은 이 장소가 지구 밖의 세계처럼 낯설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친숙한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보는 사람이 자기 경험만으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공간을 찾은 셈이다.

그 공간에도 실제 사물은 있다. 인물들이 머무는 섬의 선인장은 촬영을 위해 세운 장식이 아니라 그곳에 자라던 것이었다. 미술감독 울리히 베르크펠더는 야영지의 물건들도 현지에서 구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적인 재난 설정과 실제 장소의 구체적인 모습이 한 화면에 함께 들어온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벌판을 볼 때와, 사람이 가까이에서 만지고 사용하는 물건을 볼 때의 감각이 다를 수 있다.

촬영 현장은 배우에게도 평소와 다른 생활을 요구했다. 페레스는 통신이 닿지 않아 외부와 연락하기 어려웠고, 아침저녁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배우와 제작진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낯선 공간을 상상해서 연기하는 데서 더 나아가, 배우는 그곳에서 제작진과 함께 생활했다. 고립된 인물을 연기하는 시간 바깥에도 같은 풍경이 계속 있었다.

영화의 카메라 역시 전반부의 인물들 곁을 계속 떠다니듯 움직인다. 감독은 이를 빠르게 몰아붙이는 액션의 움직임과 구분했다. 관객은 대화를 듣는 동안에도 인물과 주변 공간의 관계를 살피게 된다. 그러다 소금사막에서 한 사람과 두 소년의 시간을 만나면, 무엇을 알아내야 이야기가 끝날지뿐 아니라 이들이 지금 어떻게 함께 있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땅에 귀를 대던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로라가 전문 지식을 버린 것도, 납치의 이유를 모두 납득한 것도 아니다. 그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며 자신이 있는 곳을 알아본다. 답을 얻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세 사람이 땅을 듣는 자세로 보여준다.

감상 포인트

◆ 대화의 내용과 대화하는 처지 — 맷의 설명이 궁금해질 때도 로라가 인질이라는 사실을 함께 보자. 어떤 정보를 알려주는지와 상대에게 어떤 힘을 행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로라의 말투가 남기는 것 — 배우는 위기 속에서도 정돈된 언어를 쓰는 인물의 배경을 강조했다. 맷과 대화할 때와 아이들 곁에 있을 때, 그가 상대에게 전하려는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 누가 먼저 귀를 대는가 — 아이들의 행동을 로라가 따라 하는 순서가 중요하다. 도움을 주는 어른이라는 역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세 사람의 관계를 볼 수 있다.

◆ 먼 풍경과 가까운 사물 — 소금벌판 전체의 광대함과 야영지의 물건, 선인장 같은 구체적인 것들을 번갈아 보자. 같은 장소가 낯선 세계이면서 사람이 살아야 할 공간으로 느껴지는지 살필 만하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 〈잊혀진 꿈의 동굴〉(2010),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 쇼베 동굴의 벽화를 따라가며 오래된 이미지와 현재 관객의 감각을 만난다. 장소를 안다는 일과 그곳의 이미지를 경험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이어 볼 수 있다.

◆ 〈너는 나를 불태워〉(2024),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 — 사랑과 죽음에 관한 대화가 바다와 사물의 이미지 사이에서 이어진다. 말로 설명되는 내용과 눈앞의 풍경이 서로를 바꾸는 방식에 주목해 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으며, 자료 확인과 편집 검수를 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