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뽑는 자리에 아내를 찾으러 왔다 | MovieLAB LAB

지원자들은 영화에 출연하려고 왔다. 심사하는 남자는 재혼할 여성을 찾고 있다. 〈오디션〉의 첫 번째 거짓말은 이 자리를 마련한 쪽에 있다. 아오야마(이시바시 료)는 아내를 잃은 …

배우를 뽑는 자리에 아내를 찾으러 왔다 | MovieLAB LAB

지원자들은 영화에 출연하려고 왔다. 심사하는 남자는 재혼할 여성을 찾고 있다. 〈오디션〉의 첫 번째 거짓말은 이 자리를 마련한 쪽에 있다. 아오야마(이시바시 료)는 아내를 잃은 뒤 7년 동안 아들과 살아왔다. 재혼을 권하는 아들의 말에 마음이 움직이고, 영화 제작자인 친구 요시카와(쿠니무라 준)가 방법을 낸다. 오디션을 열어 여성을 만나보자는 것이다. 서로 같은 일을 하러 모였다는 전제부터 맞지 않는 만남이다.

아오야마의 눈에 들어오는 지원자는 아사미(시이나 에이히)다. 발레를 배웠던 젊은 여성으로, 차분한 인상이 그를 끌어당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옮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이 남자의 새 연애를 서둘러 공포의 사건으로 바꾸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마음이 쏠리고, 전화를 걸고,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동안 관객은 아오야마가 상대에게서 무엇을 발견하는지와 무엇을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자기 사정은 감춘 채 남의 사정을 읽는다

오디션에는 사적인 질문을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 명분이 있다. 지원자는 이력을 적고 자신을 소개하며, 심사자는 그것을 읽고 물을 수 있다. 아오야마는 그 자리의 권한을 다른 목적으로 쓴다. 상대는 영화의 배역을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활에 들어올 사람을 고른다. 아내를 잃은 외로움과 별개로, 이 만남은 상대에게 공정한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영화가 먼저 들려주는 것은 아오야마의 사정이다. 관객은 그의 상실과 일상을 알고, 아들이 아버지의 재혼을 바란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그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에 쉽게 마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외로운 사람이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는 바람과, 다른 사람에게 목적을 숨긴 채 접근해도 된다는 생각 사이에는 건너뛸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영화의 불편함은 그 거리를 아주 실용적인 방법으로 줄여버리는 친구의 제안에서 시작된다.

아사미를 만나는 순서도 중요하다. 아오야마는 그녀의 이력서를 먼저 보고 관심을 갖는다. 대화를 오래 나누기 전에 종이에 적힌 삶이 먼저 들어온다. 오디션에 나온 사람을 보는 눈에는 이미 그 서류를 읽으며 만든 기대가 섞여 있다. 실제 아사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일과, 자신이 바라던 사람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일이 함께 진행된다.

지원서가 알려주는 사실은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 제한된 정보가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듯 느껴질 수 있다. 조용한 태도와 지나온 사정이 서로 잘 들어맞는 이야기로 묶인다. 아오야마가 자기 목적을 감춘 채 상대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이 오디션은 누가 누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리인지부터 의심스러워진다.

위에서 내려다본 병실에서 침대에 누운 사람 곁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전화를 기다리는 방은 보이지 않는다

아오야마는 아사미와 식사한 뒤 다시 연락할 때 너무 성급해 보일까 걱정한다. 언제 전화해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에는 익숙한 연애의 계산이 있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시간을 조절한다. 전화를 거는 쪽에서는 아직 무난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불안이다.

영화가 아사미의 방을 보여주면 같은 기다림이 다른 일이 된다. 어두운 방에서 전화를 기다리는 그녀 곁에 커다란 자루가 있고, 그 자루가 움직인다. 관객은 아오야마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된다. 전화를 받기 전 잠시의 침묵도 이제 상대의 호감을 가늠하는 시간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발신자가 상상하는 전화기 너머와 화면에 나타난 전화기 너머가 너무 다르다.

이 장면의 두려움에는 정보의 차이가 큰 몫을 한다. 아오야마는 연락을 해도 좋을지 생각하고 있지만, 관객은 그가 전화를 걸 상대에 대해 다른 질문을 갖게 된다. 상대의 사정을 좀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당장 관계를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한 불안으로 바뀐다. 두 사람의 대화가 평온하게 이어져도, 관객에게는 아오야마와 똑같이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

자루 안의 사정을 곧바로 설명하지 않는 것도 이 차이를 유지한다. 방금 본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음 만남을 따라가야 한다. 눈앞의 대화와 앞서 본 방을 동시에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아사미의 짧은 말에 매번 분명한 경고가 들어 있지 않아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관객이 아는 것이 늘어났다고 해서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기 쉬워지지는 않는다.

다다미방 앞쪽에 검은 다이얼 전화기가 놓이고 뒤에 큰 천 보따리가 있다

조용한 사람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는가

시이나 에이히는 아사미를 연기하면서 과거의 사정과 섬세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지닌 인물로 접근했다는 설명이다. 그 말을 아사미의 행동을 받아들여 달라는 요구로 읽을 필요는 없다. 배우가 연기할 때 붙잡은 마음과 관객이 그 행동을 판단하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다.

다만 이 설명은 아사미를 볼 때 주목할 대상을 바꿔준다. 처음의 차분함과 나중의 위협을 서로 다른 인물처럼 갈라놓기보다, 그 사람이 상대에게 어떤 사랑을 요구하는지 들을 수 있다. 아오야마에게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기회지만 아사미에게는 그 관계에 거는 기대가 훨씬 절박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나고 싶다는 말에 동의해도 그 말이 뜻하는 바까지 같지는 않다.

아오야마가 마음에 들어 하는 인상에는 자신이 바라는 여성의 모습이 포함되어 있다. 조용하고 얌전해 보인다는 이유로 함께 지내기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판단은 상대의 삶을 충분히 알기 전에 내려진 것이다. 영화는 겉모습을 믿으면 안 된다는 교훈만 남기기보다 그 겉모습에서 무엇을 얻고 싶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편안한 상대를 찾으려던 눈으로는 그 사람의 요구를 놓칠 수 있다.

아사미를 연기하는 배우의 목소리도 그 기대를 흔든다. 무서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인물이 전혀 다른 말투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뒤쪽 장면에서 되풀이되는 짧은 소리는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시이나는 대본을 읽었을 때의 인상이 촬영을 거치며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그 소리가 어떤 행동과 만나는지 듣는 순간, 앞서 차분하게 들었던 목소리까지 새롭게 기억하게 된다.

앞의 시간을 버리지 않는 공포

미이케는 초반을 느리게 진행하면서 관객이 예상한 공포영화와 다른 시간을 보내게 했다고 설명했다. 후반에는 장면들이 거의 하나로 이어진 듯 연결되어, 다음에 어디로 향할지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고도 말했다. 두 부분의 차이는 충격의 크기에만 있지 않다. 처음에는 인물의 생활과 만남을 순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가, 뒤로 갈수록 그 이해의 바탕이 흔들린다.

이 변화 때문에 앞부분을 단순히 무서운 장면을 기다리는 구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오야마가 혼자였던 시간, 아사미를 선택한 이유, 서둘러 전화하지 않으려던 생각을 알고 있어야 이후에도 그의 판단을 따라갈 수 있다. 관객이 새 정보를 얻어 불안해지는 동안에도 그는 자신이 시작한 연애 안에 남아 있다. 우리가 그보다 많이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기대를 쉽게 끊어낼 수는 없다.

또한 처음의 잘못이 뒤의 고통을 당해도 된다는 뜻이 되지는 않는다. 가짜 오디션의 기만을 발견하는 것과 그 뒤의 폭력을 정당한 대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 둘을 성급하게 맞바꾸면 영화를 보는 마음이 오히려 단순해진다. 아오야마의 행동이 불편했던 관객도 그가 위험해질 때는 두려울 수 있다. 그 감정들이 한꺼번에 남는 것이 이 영화의 괴로운 여운이다.

배우를 고르는 사람은 상대를 평가하는 쪽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가 이후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지는 않는다. 〈오디션〉은 처음에 주어졌던 그 권한을 끝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가장 불안한 것은 누가 선택받느냐보다, 선택하는 사람이 상대를 얼마나 안다고 믿었느냐는 점이다.

감상 포인트

◆ 오디션의 서로 다른 목적 — 지원자의 말과 심사하는 남자의 관심을 함께 살펴보자. 같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한쪽만 진짜 목적을 안다는 사실이, 이후 연애의 시작을 불편하게 만든다.

◆ 이력서를 읽은 뒤의 시선 — 아오야마가 아사미를 만나기 전 어떤 기대를 갖는지 보자. 직접 알아낸 것과 마음속에서 보탠 것을 구분해보면, 호감이 확신으로 바뀌는 속도를 느낄 수 있다.

◆ 전화기 양쪽의 시간 — 다시 연락할지 망설이는 아오야마와 기다리는 아사미의 방을 함께 기억하자. 한쪽 인물에게 없는 정보를 관객이 얻은 뒤, 평범한 통화가 어떻게 불안해지는지 볼 수 있다.

◆ 같은 목소리의 다른 인상 — 아사미의 말투와 짧게 반복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소리가 어떤 행동과 함께 놓이느냐에 따라 앞서 들은 목소리까지 다르게 기억되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관련 작품

◆ 〈내가 사는 피부〉 (2011, 페드로 알모도바르) — 비밀 실험을 하는 의사와 그의 저택에 갇힌 여성을 중심으로 관계의 과거가 드러난다. 상대를 자기 뜻대로 규정하려는 욕망과, 뒤늦게 얻은 정보가 앞선 장면을 바꾸는 방식을 이어서 볼 만하다.

◆ 〈디셉션〉 (2021, 아르노 데플레솅) — 여성들의 말을 듣고 글로 쓰는 소설가가 아내에게 자신의 기록을 허구라고 설명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한쪽이 이야기의 조건을 정할 때 생기는 불균형을, 말과 창작을 둘러싼 갈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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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