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자기 식당을 열기 직전, 세실(쥘리에트 아르마네)은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실력파 셰프지만, 고향 식당에 돌아오면 이야기가 달라…
파리에 자기 식당을 열기 직전, 세실(쥘리에트 아르마네)은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실력파 셰프지만, 고향 식당에 돌아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곳의 주방은 아버지 제라르(프랑수아 롤랭)가 지켜온 자리다. 〈리브 원 데이〉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좀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녀를 한 지붕 아래 모아놓는다.
세실은 요리사의 딸이자, 아버지와는 다른 식당을 꿈꾸며 떠난 사람이다. 잘해보고 싶어서 멀리까지 갔는데, 돌아와서는 자신이 무엇을 잘해온 건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학창 시절 좋아했던 라파엘(바스티앙 부이용)과 다시 마주친다. 새 출발을 앞두고 잠깐 들른 고향에서, 다 끝났다고 여겼던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부모의 식당은 운전자와 일하는 사람들이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 곳이다. 파리에서 세실이 열려는 고급 식당과는 손님이 찾아오는 이유부터 다르다. 아버지가 오래 해온 일에는 배고픈 사람을 제때 먹이는 보람이 있다. 세실에게는 자기만의 요리를 만들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어느 쪽도 요리를 대충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상대가 자기 일을 몰라준다고 느낄 때 더 서운해진다.
감독 아멜리 보낭은 두 사람이 같은 직업을 가진 점을 부녀 관계의 중심에 두었다. 요리는 가까워질 계기도, 부딪칠 이유도 된다. 제라르는 요리를 잘 안다. 그런데 딸이 왜 지금의 식당에서 만족하지 못했는지, 왜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으려 하는지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세실의 성공을 알고 보면 아버지가 답답하고, 아버지의 식당에 머물다 보면 딸이 떠난 뒤에도 계속되었을 생활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매일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아야 했다. 세실에게 고향은 돌아갈 수 있는 장소지만 부모에게는 계속 일해온 곳이다. 식당 주방에서 생기는 작은 충돌에, 서로 떨어져 보낸 세월까지 끼어드는 이유다.
이 집 사람들은 말을 잘 골라 화해하는 대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감자 껍질을 벗기고 음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에 음악이 붙는다. 감독은 이런 일상의 동작에도 안무를 입혔고, 감자 손질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아버지 주위를 돈다. 익숙한 노동을 조금 다른 리듬으로 바라보게 하는 장면이다. 굳어 있던 부녀 관계 사이로, 노래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온다.
영화에는 프랑스에서 오래 사랑받은 대중가요가 흐른다.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곡일 수 있다. 그래도 좋아하던 노래가 나오자 어느 시절의 기분까지 따라오는 경험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인물들이 노래를 부를 때는 가사의 뜻과 함께, 누구 앞에서 부르고 있는지도 들어볼 만하다. 평소 말투로는 꺼내기 힘든 감정도 남의 노래를 빌리면 입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가수이기도 한 아르마네를 비롯해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 직접 노래했다. 보낭은 매끈한 가창보다 인물의 감정이 살아 있는 연기를 중요하게 보았다. 덕분에 노래를 잘 부르는지 평가하기보다, 지금 이 사람이 왜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지 따라가게 된다. 대화가 막힌 순간에도 영화는 사람을 더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라파엘과의 재회는 세실에게 또 다른 곤란함을 안긴다. 그는 세실이 유명한 셰프가 되기 전부터 알던 사람이다. 지금의 경력과 계획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기억할 과거가 있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오랫동안 다듬어온 어른의 모습이 잠시 느슨해질 수 있다. 반가움에 끌리는 것인지, 그와 함께 있던 시절의 자신이 그리운 것인지도 단번에 가리기 어렵다.
스케이트장에서는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크게 회전한다. 주방의 일과 가족의 걱정에서 잠시 벗어나, 몸이 움직이는 즐거움이 화면을 채운다. 세실에게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어도 이때만큼은 함께 들뜰 수 있다. 그가 다시 보고 싶었던 것이 고향의 누군가인지, 이렇게 걱정을 잊을 수 있던 시절인지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다.
파리의 식당과 고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세실이 고민하는 동안, 영화는 어느 곳에서 살아야 더 행복할지 성급하게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대신 세실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다시 볼 기회를 준다. 아버지는 딸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인 동시에, 감자를 깎으며 노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첫사랑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옛 추억과 지금의 마음이 섞여 있다. 세실은 그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알 수 없었던 모습을,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만난다.
그래서 이 영화의 귀향에는 노래가 어울린다. 투박한 말 사이로 노래가 시작되면, 말다툼할 때는 듣기 어려웠던 목소리의 다정함과 쓸쓸함이 들릴 수 있다. 세실이 무엇을 결정할지 궁금해하다가도, 어느새 그 집 사람들이 한 곡 더 불러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듣게 된다.
◆ 부녀가 생각하는 좋은 식사 — 두 사람이 요리를 대하는 태도를 비교해보자. 손님을 든든하게 먹이는 일과 자기 요리를 인정받는 일은 모두 요리사의 보람이 될 수 있다. 같은 주방에서 부딪치는 이유를 세대 차이라는 말로만 정리하지 않으면, 서로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보인다.
◆ 손질하는 손과 움직이는 카메라 — 감자를 깎는 장면에서 노래와 손의 움직임, 카메라의 이동을 함께 보자. 일을 멈추고 무대에 서는 대신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노래한다. 익숙한 주방이 음악으로 달라지는 순간에 이 영화의 유쾌함이 있다.
◆ 노래를 듣는 상대 — 노래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 곁의 사람도 살펴보자. 같은 가사라도 혼자 흥얼거릴 때와 누군가 앞에서 부를 때의 의미는 달라진다. 노래가 지나간 뒤 두 사람의 대화를 어떻게 듣게 되는지 따라가면 음악이 관계에 하는 일을 느낄 수 있다.
◆ 스케이트장의 한때 — 크게 회전하는 화면 안에서 인물들이 움직이는 시간을 즐겨보자. 세실에게 쌓인 고민을 잠시 알고도 잊게 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몸이 먼저 들뜨는 순간이 있어야, 이후의 고민도 해야 할 일의 목록 이상으로 다가온다.
◆ 〈원스〉 (2007, 존 카니) — 일상의 장소에서 함께 노래하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그린다. 마음을 모두 말로 풀기 전에 음악을 함께 만드는 시간이 먼저 쌓인다. 〈리브 원 데이〉의 익숙한 대중가요와 달리 새로운 곡을 완성해간다는 점에서, 노래와 관계가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을 볼 수 있다.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2016, 케네스 로너건) — 형의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남자가 남겨진 가족과 다시 마주한다. 귀향이 언제나 편안한 회복의 시간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훨씬 무거운 사정 속에서 다룬다. 고향을 떠난 사람과 그곳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의 시간이 만난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