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곽부성)은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너무 잘 따라 그리는데, 자기만의 작품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다. 별명이 …
리원(곽부성)은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너무 잘 따라 그리는데, 자기만의 작품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다. 별명이 화가(주윤발)인 위조지폐 조직의 두목이다. 〈무쌍〉에서 리원의 솜씨가 환영받는 곳은 미술관이 아니라 범죄 조직이다. 똑같이 만드는 능력이 예술가에게는 한계가 되고 위조범에게는 재능이 된다. 어렵게 만난 이해자가 건네는 일자리는 그래서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화가는 새로 나온 달러를 복제하려고 리원을 데려온다. 리원이 해오던 일과 전혀 무관한 제안은 아니다. 자세히 보고 차이를 없애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만 다른 사람의 그림을 옮기던 손이 이제 돈을 만든다. 그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기회를 얻은 것과는 다르다. 화가에게 필요한 것은 여전히 남이 만든 것을 정교하게 복제하는 솜씨다.
곽부성은 리원을 설명하며 가짜 그림이라도 누군가가 좋아해준다면 그 솜씨를 인정받는 만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리원의 욕구를 돈 욕심 하나로 줄이지 않게 한다. 생계를 해결하는 것과 자신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일이 함께 걸려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칭찬과 유용한 기술을 가졌다는 칭찬은 다르지만,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던 사람에게는 그 경계가 흐려지기 쉽다.
그래서 화가를 처음부터 단순한 협박자로만 보면 둘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을 놓친다. 그는 리원을 필요로 한다. 그 필요가 격려와 기회라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관객은 리원이 왜 그 제안에 이끌리는지 이해하면서도,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자기 능력을 어디에 쓰려 하는지 걱정하게 된다. 이해받는 기쁨과 안전한 관계는 따로 확인해야 하는 문제다.
〈무쌍〉은 완성된 위조지폐 한 장을 제시하고 대단한 기술이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종이와 잉크, 인쇄에 필요한 조건을 마련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범죄 조직의 능력이 총과 위협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눈앞의 작은 차이를 알아보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일의 성패를 바꾼다.
장문강 감독과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실제 인쇄기를 구하고 인쇄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배우가 기계 앞에서 그럴듯한 흉내만 내도록 하는 대신, 작업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준비한 것이다. 이 선택 덕분에 위조라는 추상적인 범죄가 손과 도구가 필요한 일로 나타난다. 한 장을 만들어내는 데 들이는 공을 보게 되면, 리원에게 왜 그토록 높은 값을 매기는지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곽부성 역시 화가들의 작업 영상을 보며 손동작과 시선을 관찰했다. 장문강은 춤을 춰온 배우의 동작 모사 능력이 이 역할에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모사에 능한 인물을 연기하려고 다른 사람의 동작을 세밀하게 따라 배운 셈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설정이 대사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손이 그것을 뒷받침해야 한다. 리원이 작업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손과 눈의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다.
그 솜씨에 감탄하는 동안에도 만들어지는 것은 가짜 돈이다. 노력과 정교함이 결과물의 정당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손재주가 믿음직할수록,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이 조직에서 벗어나기 어렵겠다는 걱정도 커진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재능을 가졌다는 사실이 여기서는 자유를 늘려주지 않는다.
리원 앞의 화가는 조용히 지폐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폭력도 사용한다. 이때 주윤발의 움직임과 곽부성의 반응 사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 보인다. 능력을 인정해주는 두목을 따라온 사람이, 그 두목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놓인다.
곽부성이 어렵게 준비한 장면 중에는 화가에게 폭탄 조종기를 받는 순간이 있다. 배우는 겉으로는 평온해야 하지만 속은 혼란스러운 반응을 표현하려 했고, 만족할 때까지 다시 촬영했다고 밝혔다. 장면의 핵심은 물건을 받아 드는 손만이 아니다. 받는 사람이 그 상황을 얼마나 감당하고 있는지가 함께 걸려 있다.
누군가의 손에 있던 조종기가 내 손으로 넘어오면 폭력은 더는 구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리원이 처음 인정받은 재능은 그림을 복제하는 솜씨였다. 화가와 함께 있는 동안 요구받는 일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가까워지는 과정으로만 따라갔다면, 이 물건을 건네는 순간에는 가까움에 어떤 부담이 붙었는지도 보게 된다.
주윤발의 총격 연기에 관해서도 장문강은 즉흥적으로 보이는 동작 안에 정확한 계산이 있다고 말했다. 몇 발을 쏘았는지 알고 멈추는 순간을 잡는다는 것이다. 화면 속 능숙함은 그런 준비에서 나온다. 화가가 상황을 다룰 줄 아는 사람처럼 보일수록, 그 옆의 리원이 보이는 작은 흔들림을 비교할 여지가 생긴다. 강한 사람이 장면을 장악하는 모습과 함께, 그 힘을 곁에서 겪는 사람의 반응을 보는 재미다.
리원과 화가의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립적인 설명으로만 주어지지 않는다. 경찰에 붙잡힌 리원은 화가에 관해 진술한다. 그가 무엇을 말하느냐에 자신의 처지가 걸려 있다. 관객이 따라가는 과거에는 이 말하는 사람의 자리가 붙어 있다. 그가 겪었다는 위험을 이해하는 것과 그 설명을 그대로 믿는 것은 다른 일이다.
장문강은 곽부성과 장면을 준비할 때 한순간에도 여러 동기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고 설명했다. 어느 동기가 앞서고, 다른 동기가 언제 고개를 드는지를 함께 정한 것이다. 이 방식은 리원의 약한 모습이나 침착한 모습을 한 가지 성격으로 고정하지 않게 한다. 눈앞의 상대에게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에 따라 같은 사람의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
〈무쌍〉은 남의 것을 똑같이 만드는 솜씨에서 시작해, 다른 사람이 믿을 만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제로 나아간다. 지폐의 인쇄가 정교하다는 것과 그것이 진짜 돈이라는 것은 같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리원의 설명이 구체적이라는 것만으로 모든 판단을 마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 말을 전부 거짓으로 치워버리면, 그가 누구에게 무엇을 인정받고 싶었는지 따라갈 기회도 사라진다. 이 남자의 손재주를 구경하는 즐거움과 그의 말을 듣는 조심스러움이 함께 필요한 영화다.
◆ 같은 솜씨를 두고 달라지는 평가 — 리원의 모사 능력이 미술과 위조지폐 작업에서 각각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자. 능력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달라졌다는 점이 관계의 출발점이다.
◆ 작업하는 손과 시선 — 리원이 그림과 인쇄 작업에 집중할 때의 동작을 살펴보자. 배우가 모사를 배우며 준비한 손재주가 인물의 재능을 설득하는 데 어떤 몫을 하는지 볼 수 있다.
◆ 조종기를 받는 반응 — 화가가 물건을 건네는 행동과 리원이 받아들이는 반응을 함께 보자. 협력 관계에 들어온다는 것이 기술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는지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다.
◆ 진술이 이루어지는 자리 — 과거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도 지금 누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기억해두자. 사건의 내용과 그 사건을 설명해야 하는 사람의 필요를 나란히 볼 수 있다.
◆ 디셉션 (2021, 아르노 데플레솅) — 작가가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실제 경험과 만들어낸 이야기가 얽힌다. 구체적으로 들리는 말이 곧 사실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 오디션 (1999, 미이케 다카시) — 한 사람이 상대를 고르는 자리에서 서로 다른 목적과 정보가 오간다. 상대의 재능이나 매력에 끌리는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모습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함께 살펴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