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의 어깨가 몸보다 한참 넓다. 바지도 다리에 달라붙지 않고 툭 떨어진다. 〈스탑 메이킹 센스〉에서 데이비드 번이 입는 커다란 정장은 가만히 서 있을 때부터 우스꽝스럽다. 그런…
재킷의 어깨가 몸보다 한참 넓다. 바지도 다리에 달라붙지 않고 툭 떨어진다. 〈스탑 메이킹 센스〉에서 데이비드 번이 입는 커다란 정장은 가만히 서 있을 때부터 우스꽝스럽다. 그런데 그가 움직이면 옷의 이상함이 달리 보인다. 몸이 흔들린 다음 넓은 천이 출렁인다. 춤을 방해할 것 같은 옷이 몸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움직임을 보태는 것이다.
번은 이 옷을 입고서야 옷 자체의 움직임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작은 동작을 해도 천은 더 크게 반응했다. 이 공연 영화에는 그런 발견이 곳곳에 있다. 혼자 시작한 노래에 다른 사람이 합류하고, 작은 몸짓이 옆 사람에게 이어지고, 무대 위 물건이 뜻밖의 상대가 된다. 밴드 토킹 헤즈를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도 볼거리가 분명하다. 노래가 어떻게 몸을 움직이고, 그 몸들이 어떻게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가.
첫 무대는 나중의 북적이는 모습과 다르다. 번은 기타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혼자 등장해 ‘Psycho Killer’를 부른다. 처음부터 모든 연주자와 장비를 펼쳐 보이지 않는다. 곡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합류하고 무대가 채워진다. 완성된 밴드를 소개하기에 앞서 밴드가 커지는 과정을 공연의 일부로 삼는다.
이 순서 덕분에 새로 들어오는 소리가 눈앞의 사람과 연결된다. 처음부터 여러 악기가 함께 울리면 어느 소리를 누가 내는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서는 앞서 들었던 연주가 비교의 기준이 된다. 한 사람이 더해졌을 때 음악에 무엇이 생기는지, 이제 어떤 리듬에 몸이 반응하는지 들어볼 수 있다. 이름과 경력을 설명하는 소개 없이도 연주자의 자리를 알아가게 된다.
번 역시 연주자가 차례로 등장하면 각자가 보태는 것을 관객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이 구성은 토킹 헤즈의 노래를 잘 아는 사람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곡의 다음 대목을 모르는 관객도 소리가 두터워지는 변화를 따라갈 수 있다. 무대가 차오르는 속도와 음악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나란히 간다.
토킹 헤즈의 네 멤버뿐 아니라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다른 음악가들까지 무대를 이룬다는 점도 중요하다. 번의 독특한 외모와 춤이 눈길을 끌지만, 영화의 시작과 나중을 비교하면 늘어난 사람들이 공연의 인상을 얼마나 바꾸는지 보인다. 처음 혼자였던 사람을 기억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의 활기를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조나단 드미는 공연 중간에 인터뷰를 끼워 넣지 않는다. 객석의 반응도 끝부분까지 아껴둔다. 관객이 얼마나 열광하는지를 자주 확인시켜주는 대신, 그 반응을 만들어내는 무대를 오래 보게 한다.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이 감탄하는 표정을 보지 않아도 화면 앞에서 각자 좋아할 순간을 찾을 수 있다.
그 선택에는 촬영의 호흡이 따른다. 드미는 공연의 움직임을 자꾸 끊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 동작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시간을 지켜보면, 멋진 자세 하나를 보는 것과 다른 재미가 생긴다. 가만히 있던 몸이 어떻게 박자를 타기 시작하는지, 동작이 얼마나 오래 계속되는지를 같은 흐름 안에서 느끼게 된다. 노래의 박자를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다음 몸짓을 기다릴 수도 있다.
번이 제자리에서 달리듯 움직이고 함께 노래하는 사람들도 몸을 움직이는 대목에서는 음악을 듣는 일이 운동처럼 보인다. 노래하면서 그 움직임을 계속한다는 사실이 퍼포먼스의 일부가 된다. 이때 신나는 음악이라는 감상은 막연한 분위기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실제로 움직이는 몸, 그 움직임을 지속하는 힘을 보고 나오는 반응이다.
카메라가 공연을 대신해서 바쁘게 움직여야만 속도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화면 안의 사람이 충분히 움직일 때는 그를 지켜보는 시간만으로도 리듬이 전달된다. 이 영화에서는 편집의 속도와 공연의 속도를 구별해보는 재미가 있다. 눈앞의 몸이 만드는 박자를 따라가다 보면 화면이 오래 이어진다는 사실조차 뒤늦게 의식할 수 있다.
‘This Must Be the Place’에서는 스탠드 조명이 번과 함께하는 상대처럼 쓰인다. 무대를 비추는 도구였던 물건을 퍼포먼스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거대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혼자 있는 사람과 일상적인 물건 하나만으로도 둘 사이의 거리를 보게 된다. 무엇을 노래하는지 알아듣기 전에도 사람과 물건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 다정함을 느낄 여지가 생긴다.
커다란 정장이 등장하는 ‘Girlfriend Is Better’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스탠드가 몸 바깥에 있는 상대라면 정장은 몸에 붙어 있으면서 따로 움직인다. 번이 방향을 바꾸거나 몸을 흔들 때 천은 그 동작을 그대로 축소 복사하지 않는다. 헐렁하게 매달린 부분이 흔들리면서 몸의 윤곽을 바꾼다. 관객은 춤추는 사람과 춤 때문에 달라지는 옷을 동시에 본다.
번은 정장을 입은 사업가를 풍자하려고 그 옷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런 연상을 금지하지도 않았다. 우선 자신이 움직였을 때 옷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는 의상의 뜻을 하나로 풀어내기 전에 움직임을 살펴볼 이유가 생긴다. 정지된 사진에서 기괴해 보이던 비율이 공연 안에서는 새로운 동작의 조건이 된다.
이런 소품과 안무는 영화를 위해 뒤늦게 덧붙인 것들이 아니었다. 공연에 이미 있던 요소들을 카메라가 담았다. 무대의 아이디어와 그것을 볼 수 있게 하는 촬영이 맞물린다. 스탠드와 정장을 보는 재미도 물건의 기발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기다려볼 시간이 있을 때, 우스운 모양 다음의 움직임이 보인다.
공연 후반의 활기를 첫 곡과 견주면, 영화가 단순히 좋은 노래를 순서대로 담은 것 이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출발점에는 혼자 노래하는 사람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리와 몸과 물건이 늘었다. 그 차이는 밴드의 역사나 음반에 관한 사전 지식 없이도 화면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끝부분에 이르러 객석이 보이면 그동안 바라보던 무대와 같은 시간을 보낸 다른 사람들이 나타난다. 먼저 그들의 반응을 보고 공연의 가치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공연을 따라간 뒤 그 반응과 만나게 된다. 관객의 얼굴을 늦게 보여주는 선택은 공연장 밖에서 이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준다. 내가 어느 곡에서 몸을 움직였는지, 누구의 연주를 따라보았는지 떠올린 채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곡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한 연주자가 들어온 뒤 달라진 소리나, 거대한 바지가 한 박자 늦게 흔들리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와도 좋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음악을 이해하는 여러 입구를 무대 위에 놓는다. 노래를 듣다가 몸을 보고, 몸을 보다가 다시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 새 연주자가 들어오기 전후를 비교하기 — 무대를 채우는 사람을 단순히 인원으로 세기보다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들어보자. 먼저 연주하던 사람들의 소리까지 다르게 들리는지 살피면, 밴드가 만들어지는 구성이 귀에도 잡힌다.
◆ 한 동작을 얼마나 오래 보여주는지 보기 — 제자리에서 달리듯 움직이는 몸을 따라가보자. 빠른 화면 전환이 없어도 흥이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그 속도가 편집에서 오는지, 공연자의 동작에서 오는지 구별해볼 수 있다.
◆ 큰 정장의 모양보다 반응 보기 — 몸이 움직인 뒤 천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눈여겨보자. 의상을 상징으로 해석하기 전에 실제로 가능한 동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면, 번이 말한 옷 자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쉽다.
◆ 객석이 등장하는 시점 기억하기 — 관객의 열광을 보여주지 않는 동안 무엇을 보고 공연에 빠져들었는지 생각해보자. 끝에 객석과 만날 때, 그동안 자신이 골라본 무대의 순간들이 더 구체적으로 남는다.
◆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칸 유토피아〉(2020, 스파이크 리) — 번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담았다. 같은 음악가의 무대를 다른 감독이 영화로 옮겼을 때 사람들의 움직임과 관객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어서 살펴보기 좋다.
◆ 〈록의 거장 - 닐 영의 여정〉(2011, 조나단 드미) — 닐 영의 공연에 고향과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담는다. 무대에 집중하는 이 영화와 달리 무대 밖의 삶을 곁들였을 때 노래를 듣는 경험이 어떻게 바뀌는지 비교할 수 있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으며, 공식 자료와 인터뷰를 대조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