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도망쳤는데, 살아서 부대로 돌아가는 일도 두렵다. 전장을 이탈한 브라질 병사들은 처벌을 걱정한다. 이들이 생각해낸 만회책은 47번 도로의 지뢰를 제거해 공을 세우는 것이다…
살려고 도망쳤는데, 살아서 부대로 돌아가는 일도 두렵다. 전장을 이탈한 브라질 병사들은 처벌을 걱정한다. 이들이 생각해낸 만회책은 47번 도로의 지뢰를 제거해 공을 세우는 것이다. 죽을 뻔한 자리에서 달아난 사람들이 다시 죽을 수 있는 일을 골라야 한다. 〈라스트 특공대〉는 용감한 병사가 위험한 임무에 지원하는 이야기와 출발부터 조금 다르다. 위험을 향해 돌아서는 행동 안에 여전히 겁먹은 마음이 남아 있다.
때는 1944년 겨울, 장소는 이탈리아다. 유럽의 전쟁에 온 브라질 병사 기마(다니엘 드 올리베이라)와 동료들은 익숙하지 않은 추위와 낯선 땅을 견뎌야 한다. 적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곤란이 그들을 둘러싼다. 이 병사들이 무슨 전과를 올리는지보다, 왜 다음 한 걸음을 내딛기로 하는지가 궁금해지는 영화다.
영화 속 브라질군 공병들은 야간에 지뢰를 제거하다 폭발을 겪고 흩어진다. 그 뒤에 이어지는 길은 작전 계획대로 움직이는 진군과 다르다. 부대의 질서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이동이다. 관객이 처음 확인하는 능력은 두려움을 모르는 전투 기술이 아니라, 두려움에 빠진 뒤에도 서로의 곁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다.
눈 덮인 산은 이들의 곤란을 오래 붙든다. 빈센트 페라스 감독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적을 이탈리아의 겨울이라고 설명했다. 총격이 있는 순간만 피하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위는 전투 사이에도 병사의 몸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부를 만한 틈에도, 이들은 먼저 지금 있는 곳을 견뎌야 한다.
거의 단색에 가까운 화면의 색조는 눈 속에 놓인 사람들을 드러낸다. 군복을 입고 같은 편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거대한 설경 앞에서는 충분한 보호가 되지 않는다. 지도를 펴면 하나의 진영으로 묶일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화면에서는 작은 몸들로 보인다. 승패를 표시하는 전쟁 지도에서 놓치기 쉬운 크기를 영화가 다시 보여주는 셈이다.
촬영 역시 실제 겨울의 눈 속에서 이루어졌다. 감독은 장비를 옮기고 걷는 일조차 힘들었으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계획한 구도를 찍지 못한 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인물이 걷는 일 자체를 살펴보면, 풍경이 예쁜 배경에 머물지 않는 이유를 느낄 수 있다. 전쟁을 견딘다는 말 속에 발을 옮기고 체온을 지키는 일이 들어 있다.
브라질 병사들은 길에서 이탈리아 병사 조반니(세르지오 루비니)를 만난다. 그는 군대에서 이탈해 가까운 농장에 있는 가족에게 가려 한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보면 경계해야 할 사람이지만, 집에 가고 싶다는 사정은 낯설지 않다. 누군가를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때 국적과 군복 외에도 알아야 할 것이 생긴다.
탈영했다고 말하는 독일 군인 마이어(리처드 새멀)와의 만남도 이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 같은 말이라도 적의 입에서 나오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고 두려움을 느끼고 지쳐 있다는 점까지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은 상대를 의심하면서도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신뢰는 전쟁이 끝나 안전해진 뒤에 시작할 일이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서 당장 필요해진다.
이 만남들을 통해 영화는 전쟁에서 누가 어느 편인가와 눈앞의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나누어 생각하게 한다. 조반니가 가족을 찾아가는 이유를 안다고 해서 그가 속했던 편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지는 달라질 수 있다. 포로와 탈영병을 대하는 장면에 긴장이 생기는 까닭이다. 경계를 풀어야 할지, 어디까지 협력해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기마의 목소리가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의 형태로 들리는 것도 병사들의 사정을 가까이 가져온다. 군사 보고라면 성공과 실패를 적을 사건이, 집에 있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바뀐다. 기마는 전쟁의 전체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자신이 겪은 것을 전하는 목소리이기에, 화면의 추위와 불안도 누군가의 아들이 건너는 시간이 된다. 그가 가족에게 편지를 쓴다는 사실은 다른 나라 병사가 집에 가려는 마음과도 조용히 이어진다.
47번 도로의 지뢰는 이 작은 무리만을 위협하지 않는다. 지뢰밭 때문에 미군 전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에는 파르티잔이 해방한 마을이 있고, 독일군의 반격 가능성이 남아 있다. 병사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만회하려고 고른 일이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연결된다. 처음에는 처벌이 무서워서 시작한 선택이지만, 그 일을 해내야 할 이유가 길 위에서 늘어나는 것이다.
이때 지뢰 제거의 목표는 적을 많이 쓰러뜨리는 것과 다르다. 누군가 지나갈 수 있게 위험을 없애는 일이다. 길을 차지하는 군사적 성과와 길을 통과해야 하는 사람의 필요가 하나의 작업에 겹친다. 그래서 병사들을 응원하는 마음에도 공을 세워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과, 그들이 손대는 위험이 무사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들어온다.
감독은 47번 도로 자체가 허구이며, 여러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와 기록을 엮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브라질군의 참전을 다루지만 특정 도로의 작전을 그대로 복원한 영화는 아니다. 인물들이 한곳에서 마주치는 구성은 그런 허구의 선택이다. 서로의 언어와 사정을 모르는 병사들을 가까이 놓음으로써, 전쟁의 큰 목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망설임과 도움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영화 속 병사가 부르고 마지막 자막에도 다시 들리는 노래 역시 당시의 노래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1940년대 삼바의 방식으로 새로 만든 곡이다. 전쟁에 온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는 설정이 귀에 남는다. 흰 눈과 낯선 언어 사이에서 그 노래는 병사들에게 다른 생활이 있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그들이 돌아가려는 집은 막연한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다른 말과 리듬으로 살던 곳이다.
〈라스트 특공대〉의 병사들에게 바라는 일이 점점 소박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험한 일을 훌륭히 해내는 장면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이 자기 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더해진다. 도망쳤다는 사실을 만회하려고 들어간 길에서, 관객은 그들의 두려움까지 없애라고 요구하지 않게 된다. 겁을 낸 채로도 누군가 지나갈 길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 임무에 돌아가는 이유 병사들이 공을 세우려는 마음 안에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따라가자. 행동만 보면 용감한 선택도 그 출발을 알면 복잡해진다. 도망쳤던 사람을 곧바로 영웅이나 겁쟁이로 정리하지 않고 보게 된다.
2. 눈 속에서 움직이는 몸 전투가 없는 구간에도 병사들의 이동을 살펴보자. 눈과 추위는 잠시 쉬어갈 틈에도 남아 있다. 총격의 유무와 별개로 인물이 감당하는 위험과 피로를 느낄 수 있다.
3. 조반니와 마이어를 대하는 태도 상대의 국적을 알 때와 그의 사정을 들을 때 병사들의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같은 적이라도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믿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함께해야 하는 긴장이 있다.
4. 아버지에게 보내는 목소리와 삼바 편지의 수신인과 노래의 리듬을 함께 떠올려보자. 전장에 있는 사람들은 집에 전할 말을 고르고 익숙한 소리를 품고 있다. 임무 밖의 생활이 영화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들이다.
〈노 맨스 랜드〉(2001), 다니스 타노비치 보스니아 전쟁에서 적군 병사들이 진영 사이에 고립된다. 국가와 군대의 구분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눈앞의 목숨을 구하는 일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다른 전쟁의 좁은 공간에서 이어볼 수 있다.
〈랜드 오브 마인〉(2015), 마틴 잔드블리트 전쟁이 끝난 뒤 독일 소년병 포로들이 덴마크 해안의 지뢰를 제거하도록 강요받는다. 같은 지뢰 제거라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다르다. 누가 위험한 일을 맡기고 누가 그 위험을 몸으로 감당하는지 비교하며 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