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찾아간 촬영장은 눈 때문에 찍을 수 없었다 | MovieLAB LAB

〈라스트 특공대〉의 빈센트 페라스 감독에게는 눈이 꼭 필요했다. 이탈리아의 겨울 전장에 온 브라질 병사들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 촬영 초기에는 눈이 오지 않다가, 내리기 시작한 …

눈을 찾아간 촬영장은 눈 때문에 찍을 수 없었다 | MovieLAB LAB

〈라스트 특공대〉의 빈센트 페라스 감독에게는 눈이 꼭 필요했다. 이탈리아의 겨울 전장에 온 브라질 병사들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 촬영 초기에는 눈이 오지 않다가, 내리기 시작한 뒤에는 카메라 앞을 가릴 만큼 쏟아졌다. 계획한 일부 구도를 찍을 수 없었고 장비를 옮기는 일도 어려워졌다. 영화의 배경으로 찾은 눈이 제작진의 움직임까지 정했다.

페라스는 전쟁에 참여한 브라질인들의 일기와 편지, 기억을 모았다. 그 가운데 여러 이야기를 엮어 기마(다니엘 드 올리베이라)와 동료들의 여정을 만들었다. 전장을 이탈한 병사들은 부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다가 지뢰를 제거하는 위험한 일을 택한다. 감독이 관심을 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 한계에 몰린 사람들이다. 설경은 그 한계를 몸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소였다.

참전한 곳과 촬영할 수 있는 곳

페라스는 브라질 병사들이 실제로 싸웠던 지역에서 찍고 싶었다. 그러나 현지의 제작 지원 여건이 맞지 않았고, 영화는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에서 촬영됐다. 눈이 있는 산악 지역을 찾는 일에는 기후뿐 아니라 제작비와 협력 기관의 문제도 함께 있었다. 역사 속 장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것과 그곳에서 영화 전체를 찍는 일은 조건이 달랐다.

감독이 선택한 화면은 거의 단색처럼 보이는 겨울 풍경이었다. 밝은 설경 안에 병사들의 몸이 놓이면 사람과 주변의 대비가 커진다. 큰 풍경을 보던 시선이 걷는 몸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 넓이를 통과하는 일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생각하게 된다. 지도의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옮겨간다는 설명에, 눈을 밟고 나아가야 하는 몸의 시간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 영화의 길을 볼 때 눈은 지형을 덮는 동시에 새 지형을 만든다. 발을 놓을 곳을 살피는 동작, 동료와 함께 이동할 때 벌어지는 간격을 눈여겨보면 같은 거리를 가는 데에도 서로 다른 힘이 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페라스가 추위를 중요한 적으로 설명한 이유를 그런 움직임에서 찾아볼 만하다. 총격이 없는 동안에도 몸을 움직이는 어려움은 남는다.

감독이 찍으려 한 풍경은 화면 밖에서도 무게를 가진 장소였다. 어떤 방향에서 촬영할지와 장비를 어디까지 옮길지에 제약을 주었다. 완성된 화면에서 눈 덮인 배경을 볼 때에는 그 안에 배우와 카메라가 설 자리를 함께 찾아보게 된다.

어둠 속에서 철모를 쓴 두 병사가 가까이 앉아 있다

군대에서 사람으로 관심이 옮겨가다

페라스는 군사 독재의 끝자락을 겪은 세대여서 브라질 군대와 관련된 소재에 거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참전자의 기록을 읽고 그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군대라는 제도를 보던 관심이 낯선 전쟁에 온 개개인의 경험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 변화는 영화가 병사들의 용맹을 처음부터 보증하지 않는 데서 느껴진다.

기마와 동료들은 위험 앞에서 흩어지고, 살아남은 뒤에는 자신들의 처지를 수습해야 한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를 충분히 안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페라스는 배우들이 한 무리로 보이도록 연기 지도와 사전 준비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겨울 촬영지에서 함께 지내는 일도 배우들 사이에 친밀함을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병사들이 모여 있는 장면에서는 누가 결정을 먼저 말하는지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따르는지를 함께 볼 만하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도 판단에 이르는 시간까지 같지는 않다. 일행 가운데 먼저 나서는 사람과 뒤에서 반응하는 사람을 번갈아 보면, 집단의 행동 안에서도 개인의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감독이 배우들에게 함께 지낼 시간을 준 준비는 이런 관계를 살펴보게 한다.

페라스가 만든 47번 도로는 특정 실존 도로의 작전을 그대로 옮긴 설정이 아니다. 그는 여러 기억을 한 이야기로 엮으며 도로와 지명에도 허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실제 참전자의 기록에서 출발했지만 한 사람의 행적을 복원하는 전기영화를 택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주치고 다음 행동을 정해야 하는 길을 만들어, 자료에서 만난 여러 경험을 같은 여정에 놓았다.

오래된 노래처럼 들리도록 새로 만들기

영화에서 병사가 부르고 마지막 자막에서도 다시 들리는 삼바 역시 새로 만든 곡이다. 페라스는 1940년대에 삼바를 부르던 방식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노래를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영화 속 사람들이 부를 음악을 그 시대의 감각으로 준비했다. 흰 풍경과 군복이 비슷하게 이어지는 동안 목소리가 다른 생활의 기척을 보탠다.

노래를 부르는 몸과 길을 걷는 몸은 같은 병사의 몸이다. 그런데 그 몸이 하는 일을 바꾸어 보면 인물이 다르게 다가온다. 이동할 때에는 앞으로 갈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지만, 노래할 때에는 어떻게 소리를 내고 리듬을 타는지 듣게 된다. 낯선 전장에 왔다는 사정 뒤에, 이곳에 오기 전에도 살아온 시간이 있음을 상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 자막에서 그 곡을 다시 들으면 먼저 보았던 병사의 목소리와 연결해볼 수 있다. 화면 속 사람이 직접 부를 때와 영화가 끝나는 자리에서 음악으로 들릴 때는 귀를 기울이는 대상이 달라진다. 전자의 노래에서는 노래하는 몸을 보고, 후자의 노래에서는 지나온 얼굴과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새로 만든 곡은 그렇게 영화 안에서 이미 한 번 겪은 기억을 지니게 된다.

감상 포인트

1. 눈 덮인 넓은 풍경에서 병사들의 크기를 보자. 멀리 보이는 목적지까지 몸으로 이동해야 할 거리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2. 병사들이 함께 걸을 때 앞뒤 간격과 발을 놓는 속도를 따라가보자.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드러나는지 볼 만하다. 3. 일행이 다음 행동을 정할 때 먼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반응을 함께 보자. 결정이 모두에게 동시에 받아들여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4. 병사가 부르는 삼바와 마지막 자막의 노래를 이어 들어보자. 화면에 노래하는 몸이 있을 때와 그 모습이 사라진 뒤 음악만 들릴 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관련 작품

◆ 〈라스트 특공대〉(2014, 빈센트 페라스) — 설경 속 몸과 노래하는 목소리를 함께 보며, 군인의 임무 곁에 개인의 생활을 남기는 연출을 살펴볼 수 있다.

◆ 〈노 맨스 랜드〉(2001, 다니스 타노비치) — 적군 병사들이 고립된 곳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통해, 소속과 생존의 필요가 부딪히는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