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첫 장편을 망쳤다고 생각했다 | MovieLAB LAB

〈물의 연대기〉를 찍고 돌아온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이 영화를 망쳤다고 생각했다. 연출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있었는데, 후반작업에서 마주한 영화는 머릿속에 품어온 것과 달랐…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첫 장편을 망쳤다고 생각했다 | MovieLAB LAB

〈물의 연대기〉를 찍고 돌아온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이 영화를 망쳤다고 생각했다. 연출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있었는데, 후반작업에서 마주한 영화는 머릿속에 품어온 것과 달랐다. 그 당혹감을 바꾼 것은 배우들이 만들어낸 순간들이었다. 그는 촬영된 연기를 들여다보며,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예상과 다른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로 오래 일한 사람이 첫 장편의 감독이 되어 겪은 경험이다. 스튜어트가 각색한 것은 작가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회고록이었다. 수영선수였던 한 여성이 가족의 폭력과 중독, 상실을 겪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게 되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감독에게는 찍고 싶은 영화가 뚜렷했다. 그러나 배우가 인물을 살기 시작하자 계획했던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생겼다.

〈물의 연대기〉 — 서로를 끌어안은 두 인물

카메라 앞에 서본 사람의 질문

스튜어트는 감독들과 함께 일하며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경험들이 서로 주고받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는 정해진 것을 보여주고 감독은 그것을 담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었다. 카메라가 어디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지, 그 시선 앞에서 연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도 관심이 있었다. 감독이 된 그는 그 질문을 카메라 반대편으로 가져왔다.

리디아 역의 이모젠 푸츠를 찍을 때 촬영감독 코리 워터스는 연기에 반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배우에게 가까이 붙은 화면 안에서 갑자기 웃음이 나오거나 긴 침묵이 이어졌다. 카메라는 그 변화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다음 반응을 전부 아는 듯 매끈하게 따라가는 화면과는 다른 긴장이 생긴다.

우리는 리디아의 과거에 관한 설명을 듣는 동시에, 바로 지금 표정이 바뀌는 사람을 본다. 사연을 먼저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얼굴에서 무엇이 나올지까지 알 수는 없다. 스튜어트와 촬영감독이 배우에게 남긴 여유는 관객이 인물을 알아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이미 설명이 끝난 피해자의 얼굴로 바라보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기억은 지난 일부터 차례로 오지 않는다

리디아가 겪은 일을 출생부터 차례로 정리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튜어트는 회고록을 읽으며 시간순으로 가지 않는 기억의 흐름에 끌렸다. 과거를 돌아볼 때 우리는 그때 일어난 일을 전부 같은 무게로 떠올리지 않는다. 어떤 목소리나 몸의 감각이 오래 남고, 나중에야 의미가 달라지는 순간도 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말이 들리는데 화면 속 입은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목소리와 현재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어긋나게 둔 것이다. 대사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는 데만 쓰이지 않으니, 관객은 리디아에게 남아 있는 기억의 압박을 다른 방식으로 느낄 수 있다. 아버지에게서 멀리 왔다고 그 목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장면을 모두 시간표에 넣으려고 하면 오히려 놓치는 것이 생긴다. 소리가 먼저 불러오는 불안, 한 얼굴을 보자 되살아나는 기억에 주의를 기울여볼 만하다. 스튜어트가 옮기려 한 것은 리디아의 이력만이 아니라 그가 자기 삶을 떠올리는 방식이었다. 작가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시 쓰듯, 영화도 그 삶을 어떤 순서와 감각으로 보여줄지 고른다.

〈물의 연대기〉 — 물가에 서 있는 리디아

물속에서 카메라까지 차분해진다

수영하는 리디아를 담을 때 제작진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했다. 푸츠는 경쟁하는 수영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했고, 수중 촬영에서는 그 움직임과 호흡이 중요했다. 물은 리디아가 자기 몸을 쓸 줄 아는 곳이다. 생활의 다른 부분이 흔들려도 여기서는 훈련한 것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수영 장면의 안정감은 아름다운 물빛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배우의 동작과 그것을 지켜보는 카메라가 함께 만든 감각이다. 리디아의 몸이 물을 가르는 동안 관객도 잠시 그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그를 고통받는 사람으로만 기억하지 않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튜어트는 16mm 필름으로 영화를 찍었다. 선명하게 모든 것을 기록하는 화면보다 기억처럼 빈틈이 남는 이미지를 원했다. 촬영감독도 노출과 필름의 질감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받아들였다. 기술의 이름을 몰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화면이 인물의 삶을 반듯한 기록으로 정리하기보다, 가까이 붙었다 멀어지며 그때그때 다른 감각을 준다는 점이다.

다른 배우에게 건네준 한 편의 영화

스튜어트는 자신이 배우로 참여하며 받았던 기회를 푸츠에게 줄 수 있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말은 첫 장편의 감독으로 자신을 증명했다는 소감과 조금 다르게 들린다. 자기 영화 안에서 다른 배우가 새롭게 해낼 수 있는 일을 보았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배우 스튜어트가 출연한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함께 떠올려도 좋다. 그 작품에서 루(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몸을 단련하는 여성에게 끌리면서 위험한 관계에 들어간다. 두 영화의 인물과 사정은 다르지만, 얼굴과 몸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맡길 수 있는지는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감독 로즈 글래스의 카메라 앞에 서고, 다른 쪽에서는 푸츠가 움직일 화면을 준비한다.

처음에 망쳤다고 여겼던 영화에서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경험은 그래서 오래 남는다. 스튜어트는 촬영된 연기를 다시 보면서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의 다른 가능성을 받아들였다. 〈물의 연대기〉의 리디아가 잠시 말을 멈추거나 웃음을 보일 때, 관객도 그 얼굴을 조금 더 기다려볼 수 있다. 감독이 영화를 다시 믿게 된 이유가 배우의 연기에 있었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감상 포인트

◆ 표정이 바뀌기 전의 멈춤 — 리디아의 얼굴을 보면서 다음 감정을 미리 정하지 않고 기다려보자. 말이 끊긴 뒤의 웃음이나 반응이 앞서 들은 사연과 꼭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연기에 반응하려 한 카메라의 선택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 목소리와 입이 어긋나는 순간 —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떤 이미지와 함께 들리는지 주의를 기울여보자. 지금의 대화와 기억 속에서 지속되는 소리가 겹치면, 지나간 일도 현재의 감각으로 돌아온다. 편집이 인물의 기억을 만드는 방식을 살펴볼 만하다.

◆ 수영선수의 능숙한 몸 — 물속의 리디아를 고통에서 도망치는 사람으로만 보지 말자. 훈련한 동작을 해내는 선수이기도 하다. 배우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안정감이 함께 작용할 때, 이 인물이 자기 몸을 믿을 수 있는 시간이 보인다.

◆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는 스튜어트 —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루와 〈물의 연대기〉의 리디아가 말보다 표정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때를 비교해보자. 두 영화를 같은 이야기로 묶기보다 카메라 앞과 뒤에서 배우의 몸을 대하는 선택을 살필 수 있다.

관련 작품

◆ 〈물의 연대기〉 (2025, 크리스틴 스튜어트) — 작가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회고록을 각색한 첫 장편 연출작이다. 한 사람의 경험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 경험을 다시 바라보고 표현할 방법을 찾는 영화로 만날 수 있다.

◆ 〈러브 라이즈 블리딩〉 (2024, 로즈 글래스) — 스튜어트가 배우로 참여한 범죄 로맨스다. 사랑에 빠진 루의 행동과 반응을 따라가며, 연기하는 스튜어트와 다른 배우의 연기를 기다리는 감독 스튜어트를 나란히 생각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