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곁에 있는데, 자꾸 그리워진다 | MovieLAB LAB

아버지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 〈어느 멋진 아침〉의 산드라(레아 세이두)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를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주 찾아가는 익숙한 집…

아버지는 곁에 있는데, 자꾸 그리워진다 | MovieLAB LAB

아버지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 〈어느 멋진 아침〉의 산드라(레아 세이두)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를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주 찾아가는 익숙한 집이지만, 이제 예전처럼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영화는 병에 관한 긴 설명보다 먼저 이 곤란을 놓는다. 아버지에게 가는 길의 마지막 몇 걸음이 막힌다.

철학 교수였던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는 시력과 인지 기능을 잃어가는 병을 앓고 있다. 산드라는 혼자 딸을 키우며 통번역 일을 하고, 아버지를 돌본다. 그러던 중 오랜 친구 클레망(멜빌 푸포)과 다시 가까워진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생긴 바로 그 시기에, 평생 알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점점 닿기 어려워진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이 두 일이 한 사람의 하루 안에서 번갈아 일어나게 한다.

어디에서 지내야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게오르그가 더는 혼자 살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은 그가 지낼 곳을 찾아야 한다. 병의 진행을 받아들이는 일과는 별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긴다.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가족이 찾아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마음에 드는 곳을 골랐다고 곧바로 옮길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영화는 산드라를 이 과정 밖에 세워두지 않는다. 아버지를 걱정하는 얼굴만 보여주는 대신, 실제로 그를 어디에 모실지를 고민하게 한다. 가족의 사랑은 생활의 조건과 계속 부딪친다. 더 좋은 환경을 바라면서도 가능한 선택지를 좁혀야 하는 순간에는, 원하는 만큼 해주지 못한다는 마음까지 따라붙는다.

게오르그가 지내던 집을 떠난다는 것은 익숙한 주소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그 집에서는 그가 살아온 방식과 물건들이 한자리에 있었다. 거처가 바뀌면 가족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도 바뀐다. 그를 돌볼 수 있는 곳을 구하는 일이 동시에 그가 혼자 살던 생활을 정리하는 일이 된다. 필요한 결정이라는 것을 알아도 쉽게 홀가분해질 수 없는 이유다.

산드라가 파리의 거리와 대중교통을 오가는 모습은 이런 변화를 하루의 이동으로 보여준다. 한 장소에서 겪은 감정을 충분히 정리하기 전에 다른 약속이 기다린다. 감독은 걷는 속도와 옷차림, 말없이 이동하는 모습도 인물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병원과 집 사이의 시간은 사건을 다음 사건에 연결하는 빈칸이 아니다. 누군가의 딸이면서 엄마이고 일하는 사람인 산드라가 그 역할들 사이를 지나가는 시간이다.

탁자 앞에서 짧은 머리 여성과 소녀가 나란히 턱을 괴고 있다

책을 정리하다 아버지를 만난다

산드라는 아버지의 책들을 정리한다. 책을 좋아했던 한 사람의 생활이 방 안에 남아 있지만, 게오르그는 더 이상 예전처럼 그것들을 읽지 못한다. 책을 치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일은 이사에 필요한 절차이면서, 그가 쌓아온 시간을 어디에 남길지 결정하는 일이 된다.

산드라는 아버지 곁에 있을 때보다 책들 사이에서 아버지를 더 가깝게 느낀다는 뜻의 말을 한다. 살아 있는 아버지를 두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아프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 자신을 키워준 사람이 같은 사람인데, 예전의 말과 생각을 주고받기는 어려워졌다. 책들은 그 대화를 되돌려주지는 못해도 아버지가 무엇에 마음을 쏟았는지를 남겨둔다.

영화가 보여주는 상실은 한 번의 작별로 끝나지 않는다. 산드라는 아버지를 계속 방문하면서도, 방문할 때마다 예전의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곁에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순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감정은 게오르그가 이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뜻과 다르다. 그에게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상대가 오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 산드라가 그리워하는 과거와 아버지가 원하는 현재가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

게오르그가 남긴 노트를 읽는 대목에서는 산드라가 몰랐던 아버지의 말이 다시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카프카의 〈변신〉과 견주어 적어두었다. 딸이 보기에 달라진 아버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자신을 지켜보며 표현하려 했던 사람도 있었다. 노트는 딸이 아버지를 설명하는 말 사이에 아버지 자신의 문장을 돌려놓는다.

기쁨이 찾아와도 편해지지는 않는다

클레망과의 사랑은 산드라에게 다른 시간을 만든다. 아버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헤아리던 사람이 자신의 그리움과 욕망을 느낀다. 다만 클레망은 이미 결혼한 남자다. 산드라가 그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곧바로 자유롭게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기쁨에는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붙어 있다.

아버지를 돌보는 이야기와 연애 이야기를 한데 놓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관계가 편안한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클레망은 가정과 산드라 사이에서 망설인다. 산드라는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의 선택을 대신할 수 없다. 가족을 위해 여러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상대의 답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일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연애는 그의 생활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클레망에게서 간절한 문자를 받았을 때 세이두의 얼굴에는 웃음과 울음이 가까이 있다. 반가운 말을 들었으니 기쁘다는 설명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표정이다. 사랑받는다는 기쁨과 그 말을 기다리는 동안의 불안이 같은 얼굴에 머문다. 산드라가 지금 행복한지 슬픈지 한쪽으로 고르기 어려운 것은, 서로 다른 일이 지나가는 시기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세이두를 누군가의 욕망을 받는 대상으로만 두기보다, 자신의 욕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짧은 머리와 수수한 차림을 한 산드라에게서 중요한 것은 멋지게 보이는 순간보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듣는 시간이다. 아버지의 말을 기다릴 때와 연인의 말을 기다릴 때, 같은 사람의 표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따라가게 된다.

좁은 방에서 노년 남성은 의자에, 여성은 침대에 앉아 대화하고 있다

함께 듣던 음악을 혼자 듣게 될 때

산드라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려준다. 익숙한 음악이라면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무언가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그러나 게오르그는 그 음악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딸이 아는 아버지의 취향이 지금의 아버지에게도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음악이 게오르그에게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면에서 산드라의 선의는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한다. 예전에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과 지금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일 사이에 틈이 있다. 책을 통해 아버지에게 가까워졌던 딸도, 같은 방법으로 아버지를 자기 곁에 데려올 수는 없다.

요양원을 떠난 뒤 버스에서 그 음악이 다시 들린다. 이제 음악은 두 사람이 함께 나누는 대화 대신 산드라를 따라간다. 아버지에게 들려주려던 곡을 딸이 지니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나누던 방식은 달라졌다. 영화는 그 변화를 음악이 돌아오는 자리의 차이로 느끼게 한다.

산드라는 아버지를 알아가는 일을 다 마친 뒤 자기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찾아가고 돌아오는 동안에도 딸을 키우고 일하고 누군가를 사랑한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두 이야기가 끝에 가서 어떤 교훈으로 합쳐지는가보다, 다음 만남을 향해 이동하는 산드라에게 무엇이 남는가다. 아버지가 듣지 않은 음악도 그중 하나다.

감상 포인트

◆ 첫 방문의 문 앞 —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는 일이 왜 하나의 장면이 되는지 보자. 가까운 사람이 있는 곳에 도착하고도 바로 만날 수 없는 곤란이 이후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예고하는지 따라갈 수 있다.

◆ 책과 노트를 읽는 시간 — 책을 정리할 때의 산드라와 아버지의 문장을 읽을 때를 함께 보자. 딸의 기억 속 아버지와 자신의 상태를 기록한 아버지가 만나는 대목이다. 물건을 남기는 일과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의 차이도 생각해볼 수 있다.

◆ 문자를 받은 뒤의 얼굴 — 연인의 말에 산드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자. 반가움만으로 정리되지 않는 표정을 보면, 이 연애가 돌봄의 고단함을 간단히 지워주는 장치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 슈베르트가 다시 들리는 장소 — 아버지 곁과 돌아오는 버스에서 음악의 자리가 달라진다. 같은 곡이 누구에게 들리고 누구의 기억을 따라가는지 구별하면, 함께 나누던 것을 혼자 간직하게 되는 변화를 느끼기 쉽다.

관련 작품

◆ 〈다가오는 것들〉(2016, 미아 한센-러브) — 철학을 가르치는 여성이 가족과 일에서 변화에 맞닥뜨린다. 삶의 익숙한 조건이 사라진 뒤에도 일상이 계속되는 시간을 같은 감독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비교할 수 있다.

◆ 〈백화〉(2022, 카와무라 겐키) —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돌보며 아들도 자신의 기억을 다시 돌아본다. 부모의 기억만이 아니라 자녀가 간직해온 부모의 모습까지 흔들린다는 점에서 함께 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으며, 공식 자료와 인터뷰를 대조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