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구아다니노의 오래된 짝사랑, 〈퀴어〉 | MovieLAB LAB

루카 구아다니노가 윌리엄 S. 버로스의 소설 『퀴어』를 처음 읽은 것은 열일곱 살 때였다. 소설의 배경은 멕시코시티였지만,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책을 읽던 소년은 그 안에서 자기…

루카 구아다니노의 오래된 짝사랑, 〈퀴어〉 | MovieLAB LAB

루카 구아다니노가 윌리엄 S. 버로스의 소설 『퀴어』를 처음 읽은 것은 열일곱 살 때였다. 소설의 배경은 멕시코시티였지만,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책을 읽던 소년은 그 안에서 자기 마음을 발견했다.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그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다. 훗날 영화감독이 된 뒤에도 그는 이 소설을 여러 차례 떠올렸다.

영화화는 오래 걸렸다. 판권을 알아볼 때마다 이미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기회가 온 것은 각본가 저스틴 커리츠키스와 〈챌린저스〉를 준비하던 때였다. 구아다니노는 다시 판권을 확인했고, 이번에는 가능했다. 함께 일하던 각본가에게 오래 품고 있던 책을 건넸다. 〈퀴어〉에는 소설 속 남자의 사랑뿐 아니라, 한 독자가 그 책을 자기 영화로 만나기까지의 시간도 들어 있다.

〈퀴어〉 — 야외 테이블의 두 남자

멕시코에 가지 않고 멕시코를 만든 이유

〈퀴어〉의 윌리엄 리(다니엘 크레이그)는 멕시코시티에서 젊은 남자 유진 앨러턴(드류 스타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둘이 가까워져도 리는 상대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함께 보낸 시간보다 다음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커 보이는 사람이다.

구아다니노는 이 이야기를 주로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1950년대 멕시코시티를 세트로 지었지만, 목표는 그 시절 도시를 정확하게 복원해 보여주는 데만 있지 않았다. 그는 버로스의 소설을 작가의 행적을 기록한 전기로 보지 않았다. 경험과 기억, 상상이 섞인 세계를 옮기려면 영화의 공간도 그 마음을 따라가야 했다.

도시는 리가 걷는 장소이면서 누군가를 찾는 장소다. 거리에 사람이 많아도 그가 보고 싶은 얼굴은 따로 있다.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곳은 기대를 품게 하고, 옆자리에 앉아도 마음을 알 수 없으면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세트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건물의 고증뿐 아니라 인물을 어디에 두고 누구와 떨어뜨려놓는지에도 관심이 간다. 구아다니노에게 장소는 사랑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과 분리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은 손도 화면에 보일 수 있다

리와 앨러턴이 영화관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 리의 상상 속 손이 상대를 어루만진다. 실제로 몸을 움직여 다가간 것은 아니지만 반투명한 이미지가 그 마음을 대신한다. 하고 싶은 행동과 실제로 할 수 있는 행동이 한 화면에 함께 있는 셈이다.

커리츠키스는 소설에서 리의 머릿속에 있던 일을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써두면 구아다니노가 영화로 보여줄 방법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은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오래된 영화 기법을 택했다. 각본가가 감독의 감각을 믿고 쓴 장면을, 감독은 관객이 곧바로 느낄 수 있는 움직임으로 만들었다.

이 장면은 속마음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손을 뻗어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여준다. 그 바람이 이미 눈앞에 있으므로, 리가 얼마나 상대를 원하는지 알아듣기 위해 대사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구아다니노의 영화가 감각적이라는 말은 이런 구체적인 선택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화면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퀴어〉 — 풀숲 앞에 앉은 두 남자

배우가 말을 줄이자 영화가 달라졌다

구아다니노의 영화에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의 제안이 인물의 중요한 성격을 바꾸기도 한다. 〈비거 스플래쉬〉의 가수 마리안(틸다 스윈튼)은 목소리를 쉬게 하려고 연인과 휴양지에 머문다. 말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가수라는 설정은 스윈튼이 제안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배우는 주어진 인물을 연기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인물이 어떻게 존재할지도 보탰다.

말이 줄어들면 다른 사람이 떠드는 동안에도 할 일이 생긴다. 상대를 바라보고 몸을 움직이며 뜻을 전해야 한다. 구아다니노는 스윈튼을 연기 이상의 영감을 주는 동료라고 설명했다. 배우의 침묵을 받아들인 선택은 화면에서 인물들의 소통 방식을 바꾸었다.

〈퀴어〉의 상상 속 손과 이 침묵을 나란히 놓아보면 그의 관심이 조금 선명해진다. 두 영화 모두 마음을 설명하는 말이 충분하지 않은 순간에 몸을 본다. 리는 손을 뻗는 상상을 하고, 마리안은 목소리 없이 상대를 대한다. 서로 다른 사정과 영화의 분위기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이 감독이 왜 배우의 몸짓에 많은 일을 맡기는지 알아볼 수 있다.

오래 품은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구아다니노는 〈퀴어〉를 만드는 과정이 자신에게 몹시 고되고 소모적이었다고 말했다. 기쁨은 오히려 작업을 돌아볼 때 생긴다는 것이다. 오래 원했던 영화를 만든다는 기쁨과 매일 그 영화를 완성해가야 하는 수고를 따로 이야기하는 태도가 솔직하게 느껴진다.

열일곱의 독서가 오래 남았다고 해서 당시 떠올린 장면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판권을 얻고, 각본가와 생각을 나누고, 도시를 짓고, 배우의 움직임을 찍어야 했다. 개인적인 기억은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솜씨를 거친다. 그래서 〈퀴어〉를 한 감독의 오래된 꿈이라고 부를 때도, 그 꿈을 실제 화면으로 바꾼 협업을 함께 떠올릴 필요가 있다.

구아다니노가 소설에서 알아봤던 갈망은 결국 다른 배우의 얼굴로 관객을 만났다. 리가 앨러턴 곁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자기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감독이 십 대에 책을 읽으며 겪었던 일이, 이제 영화관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다. 같은 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같은 사랑을 해보지 않았어도, 다가가고 싶지만 움직이지 못했던 순간은 그렇게 건너갈 수 있다.

감상 포인트

◆ 도시에서 찾는 한 사람 — 리가 거리와 술집에서 누구를 보고 기다리는지 살펴보자. 멕시코시티의 풍경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그의 관심은 특정한 사람에게 쏠린다. 장소가 인물의 외로움과 기대를 어떻게 다르게 느끼게 하는지 볼 수 있다.

◆ 상상 속에서 먼저 뻗은 손 — 영화관 장면에서 실제 몸과 겹쳐 보이는 이미지를 구별해보자. 하고 싶은 일과 차마 못 하는 일이 동시에 드러난다. 익숙한 영화 기법이 한 사람의 조심스러운 욕망을 얼마나 곧바로 전하는지 느낄 만하다.

◆ 곁에 있어도 모르는 마음 — 리의 표정만 따라가기보다 앨러턴의 반응도 함께 보자.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두 사람에게 같은 감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쪽의 바람이 커질수록 상대의 작은 행동에도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 목소리를 쉬는 가수 — 〈비거 스플래쉬〉에서는 마리안이 말 대신 쓰는 표정과 몸짓을 보자. 배우의 제안에서 시작된 설정이 대화 장면 전체에 영향을 준다. 〈퀴어〉와 함께 보면 이 감독이 배우에게 맡기는 표현의 범위가 눈에 들어온다.

관련 작품

◆ 〈퀴어〉 (2024, 루카 구아다니노) — 젊을 때 읽은 소설을 오랜 뒤 영화로 옮긴 작업이다. 짝사랑의 줄거리만 따라가기보다 공간과 몸, 상상이 리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살피면 감독이 책에서 간직했던 감정을 만날 수 있다.

◆ 〈비거 스플래쉬〉 (2015, 루카 구아다니노) — 휴양지에 모인 사람들의 관계가 흔들리는 영화다. 소리를 크게 내는 인물과 침묵하는 인물을 함께 보며, 감독과 배우가 만든 표현의 차이가 관계의 긴장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비교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