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글래스가 ‘강한 여자’를 만드는 법 | MovieLAB LAB

로즈 글래스는 여성 보디빌더에 관한 영화를 쓰면서 자신도 건강한 생활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과는 계획과 달랐다. 감독은 운동으로 몸을 바꾸는 인물보다, 담배를 끊으려다 번번…

로즈 글래스가 ‘강한 여자’를 만드는 법 | MovieLAB LAB

로즈 글래스는 여성 보디빌더에 관한 영화를 쓰면서 자신도 건강한 생활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과는 계획과 달랐다. 감독은 운동으로 몸을 바꾸는 인물보다, 담배를 끊으려다 번번이 실패하는 주인공 루와 더 비슷하게 지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철저한 자기관리에 감탄하며 쓰기 시작한 영화가 〈러브 라이즈 블리딩〉이다.

글래스가 처음 떠올린 것은 근육이 발달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 몸을 만들려면 얼마나 자신을 단련해야 하는지,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지 궁금했다. 강한 몸은 이미 하나의 이야기였다. 감독은 거기에 사랑과 범죄를 더하면서, 힘이 센 여자를 반드시 올바른 일을 하는 영웅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 — 복도에서 대화하는 두 인물

매력과 통제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체육관에서 일하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보디빌더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에게 끌린다. 잭키는 대회에 나가려는 목표가 있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루는 가족 문제 때문에 현재의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한쪽은 움직이고 다른 쪽은 머물러 있는 셈이다.

글래스는 루에게 잭키가 슈퍼히어로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못 하는 일을 해낼 것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잭키의 몸을 바라보는 장면에는 그 매혹과 기대가 함께 들어간다. 근육은 위협적인 힘인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눈을 떼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하지만 몸을 훈련하는 능력이 생활의 모든 문제를 통제해주지는 않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도 상대의 기대를 전부 감당할 수는 없다. 글래스는 두 여자의 관계를 서로를 만나 구원받는 이야기로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는다. 새 연인이 생기면 달라질 것 같던 인생이, 오히려 둘이 함께 감당해야 하는 위험으로 커진다.

여성의 근육을 보는 반응에도 감독은 관심이 있었다. 남성에게 익숙하게 허용하던 몸의 크기와 힘이 여성에게는 여전히 놀랍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 낯섦을 얌전히 설명하고 지나가지 않는다. 잭키의 몸을 크고 강렬하게 보게 하면서, 관객이 거기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지 직접 경험하게 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두 작가의 상상

글래스는 베로니카 토필스카와 함께 각본을 썼다. 처음부터 미국 사막을 정해둔 것은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나눌 때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사는 인물들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곳을 배경으로 쓴 정식 대본은 없었지만, 지금의 영화와는 다른 생활을 하는 두 여자를 떠올려본 것이다.

이야기가 자라면서 미국의 넓은 땅과 총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다만 범죄영화에 익숙한 풍경을 쓰는 일에는 부담도 있었다. 글래스는 이미 많은 영화가 거쳐간 이미지를 자신이 어떻게 새롭게 다룰지 고민했다. 닮았다는 평가를 받은 유명 범죄영화들을 집필 중에 일부러 다시 보지 않았다고도 했다.

배우들에게 건넨 참고작은 줄거리를 따라 하라는 주문과 달랐다. 〈쇼걸〉과 〈토요일 밤의 열기〉처럼 서로 다른 영화에서 연기의 강도와 생기를 보고 싶어 했다. 겉으로 비슷한 장르를 찾기보다, 화면에서 사람이 얼마나 강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공유한 것이다.

이 선택은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과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물들은 얌전히 상황을 설명하다 적당한 크기로 반응하지 않는다. 욕망이 몸과 행동으로 튀어나오고, 로맨스가 범죄에 휩쓸린다. 감독은 영화가 지나치게 차분해지지 않도록 배우들과 같은 종류의 에너지를 찾았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 —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는 보디빌더들

근육 하나에도 빛을 다시 맞춘다

그 큰 에너지를 찍는 일은 세밀한 준비를 필요로 했다. 글래스와 촬영감독 벤 포즈먼은 촬영에 앞서 뉴멕시코를 답사하고 장면마다 화면을 계획했다. 계획대로 찍은 부분도 있었고, 배우들의 리허설을 본 뒤 바꾼 부분도 있었다. 장소를 먼저 이해한 다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에게 다시 맞췄다.

체육관은 형광등으로 넓게 밝힐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배우에게 가까이 가면 많은 조명을 그대로 켜놓을 수 없었다. 빛을 끄거나 부드럽게 만들고 때로는 다른 조명으로 대체하면서 얼굴과 몸의 형태를 조절했다. 체육관에서 우연히 본 것 같은 피부와 근육도 촬영 거리마다 다른 선택을 거친다.

잭키가 강해 보인다는 감상은 배우의 몸에서 시작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루가 그 몸을 어떻게 보는지, 카메라가 얼마나 가까이 가는지에 따라 같은 근육도 다른 느낌을 준다. 글래스의 연애영화에서는 육체의 힘과 매력을 말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적다. 바라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이 한 장면 안에서 이미 그 관계를 만들고 있다.

믿음이 너무 커질 때의 얼굴

글래스의 첫 장편 〈세인트 모드〉에서도 한 사람의 강한 믿음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간호사 모드(모피드 클라크)는 자신이 돌보는 사람을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두 사람과 같은 사정은 아니지만, 바깥에서 보는 상황과 당사자가 믿는 세계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누군가가 나를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는 사랑에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기대가 커질수록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글래스는 그런 마음을 점잖은 대화 안에만 두지 않는다. 감정이 과해지는 만큼 영화의 몸짓과 이미지도 과해질 수 있게 둔다.

루가 잭키를 바라보는 눈에 마음이 가는 것과 두 사람이 벌이는 일에 동의하는 것은 다르다. 글래스의 강한 여자들은 관객을 안심시켜주려고 힘을 기르지 않는다. 그 힘으로 무엇을 원하고 어디까지 갈지는,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달라진다.

감상 포인트

◆ 루가 잭키에게 기대하는 것 — 루의 호감에는 육체적 매력뿐 아니라 현재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다. 잭키가 실제로 원하는 것과 루가 그에게 기대하는 일을 나눠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 몸을 단련하는 시간 — 잭키의 몸을 완성된 이미지로만 보지 말고 그 몸을 유지하려는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여보자. 목표를 향한 자기관리와 다른 상황에서 드러나는 충동이 한 사람 안에 있다. 감독이 처음 품었던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여기서 살아난다.

◆ 체육관의 빛과 거리 — 공간 전체를 보여줄 때와 배우의 몸에 가까이 갈 때의 느낌을 비교해보자. 같은 장소가 운동하는 일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반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몸의 매력을 만드는 카메라의 역할을 느껴볼 만하다.

◆ 확신이 현실보다 커지는 순간 — 〈세인트 모드〉와 함께 볼 때는 인물이 자기 행동을 얼마나 굳게 믿는지 살펴보자. 그 확신에 가까이 가게 만드는 화면과 밖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 있다. 두 영화의 다른 장르 속에서 글래스가 지속해서 궁금해한 마음을 만날 수 있다.

관련 작품

◆ 〈러브 라이즈 블리딩〉 (2024, 로즈 글래스) — 근육질 여성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위험한 연애와 범죄로 나아간다. 두 주인공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면서도, 상대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요구하는지 함께 살필 수 있는 작품이다.

◆ 〈세인트 모드〉 (2019, 로즈 글래스) — 간호사의 신앙과 구원의 욕망을 다룬 첫 장편이다. 한 사람이 믿는 세계에 관객을 얼마나 가까이 데려갈 수 있는지 시험한다는 점에서, 두 번째 영화의 과감한 감정 표현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