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인은 나보다 힘이 세다 | MovieLAB LAB

헬스장을 관리하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반한 여자는 몸을 키우는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려는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에서 루는 …

내 애인은 나보다 힘이 세다 | MovieLAB LAB

헬스장을 관리하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반한 여자는 몸을 키우는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려는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에서 루는 잭키의 근육에 끌리고, 잭키는 자기 몸에 쏟아지는 그 관심을 즐긴다. 서로를 좋아한다는 데에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함께 운동하고 몸을 만지는 사이, 두 사람은 금세 연인이 된다.

둘의 사정은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 잭키는 대회가 열리는 도시로 가고 싶고, 루는 가족 문제 때문에 이 마을을 떠나지 못한다. 폭력적인 남편과 사는 언니를 두고 갈 수 없는 것이다. 힘도 자신감도 넘치는 애인을 만났으니 루의 인생에도 탈출구가 생긴 걸까. 영화는 이 기대를 한껏 부풀린 다음, 두 여자를 돌이키기 어려운 사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연애의 설렘과 범죄영화의 불안이 함께 달아오른다.

무대에서 근육을 드러내는 보디빌더들

근육에 반하는 순간

잭키에게 몸은 타고난 매력인 동시에 공들여 만드는 작품이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고, 자세를 잡아 그 성과를 보여준다. 보디빌딩 대회를 목표로 한다는 설정 덕분에, 누군가의 몸을 오래 바라보는 일이 이 영화에서는 연애와 직업 양쪽에 걸쳐 있다. 루는 좋아서 보고, 잭키는 보여주기 위해 몸을 만든다. 둘의 관심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에는 운동기구로 가득한 헬스장도 꽤 근사한 데이트 장소가 된다.

케이티 오브라이언은 실제로 보디빌딩을 해온 배우다. 촬영을 준비할 때도 대회 무대에 서는 몸과 화면에서 잘 드러나는 몸의 차이를 고려해 훈련했다고 한다. 잭키가 자신의 근육을 믿는 태도에는 그 경험이 묻어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루는 그 옆에서 다른 매력을 낸다. 상대를 향한 욕망은 분명하지만 자기 삶을 바꾸는 데에는 주저하는 사람이다. 큰 몸과 작은 몸의 차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한쪽이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다른 쪽이 무엇 때문에 멈춰 서는가다.

연출을 맡은 로즈 글래스는 잭키를 루의 눈에 비친 슈퍼히어로처럼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근육이 과장되게 부풀어 오르는 표현도 이 생각과 이어진다. 누군가에게 막 반했을 때는 그 사람이 평소라면 불가능한 일까지 해낼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런 기분을 말로 고백하는 대신 몸의 크기로 보여준다. 그래서 기이한 신체 변화조차 두 사람의 뜨거운 연애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복도에서 마주 선 루와 아버지

사랑한다는 말로 부탁할 수 있는 일

루의 언니 베스(지나 말론)는 남편 JJ(데이브 프랭코)에게 폭력을 당한다. 루는 언니를 걱정하지만 그 집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한다. 루가 멀리하는 아버지(에드 해리스)까지 얽혀 있어, 가족은 돌아가 쉴 곳이 되기 어렵다. 잭키와 보낼 미래를 상상하다가도 루는 이 문제들 앞에 다시 선다.

잭키가 베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개입하면서 루의 가족 문제는 두 연인이 함께 감당할 일이 된다. 루에게는 언니를 지키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시간이 있다. 그런데 잭키는 루가 망설이던 일을 행동으로 옮긴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속도가 붙는다. 한 번 벌어진 일을 수습하려다 다음 위험에 발을 들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깊이 얽힌다. 상대에게 끌려 다니는지, 자기가 원해서 함께하는지조차 점점 가리기 어려워진다.

두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도 바빠진다. 함께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둘이 벌이는 모든 일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이 불편함이 연애를 식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지 더 또렷하게 만든다. 루가 잭키에게 원하는 것은 애정만일까.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까지 대신 끝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잭키가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런 부탁을 당연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착해지지 않아도 매혹적인 두 여자

이 영화의 연인들은 서로를 만나 곧바로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는다. 겁이 나면 숨기고, 궁지에 몰리면 무리수를 둔다.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범죄의 무게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둘의 관계를 계속 보게 된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상대를 놓치기 싫어하는 마음이, 모범적인 사랑 이야기보다 훨씬 생생하게 부딪쳐 온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피와 땀, 욕망의 크기를 줄일 생각이 없는 영화다. 그 과장이 주는 쾌감은 두 배우 사이의 구체적인 끌림에 기대고 있다. 잭키가 멋있어 보이는 순간과 무서워지는 순간을 따로 떼어놓기 어렵고, 루의 절박함에는 애정과 이기심이 함께 있다. 처음에는 근육에 눈이 갔다가, 나중에는 그 힘을 서로에게 어떻게 쓰는지가 궁금해진다. 강한 애인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함께 달아나는 일에도 두 사람 각자의 선택이 필요하다.

감상 포인트

◆ 운동을 바라보는 눈길 — 잭키가 훈련하는 모습과 루가 그 몸에 반응하는 모습을 함께 보자. 운동은 잭키에게 앞으로 할 일이고, 루에게는 가까이 다가갈 이유가 된다. 같은 몸짓이 일과 연애에 걸쳐 있어 헬스장 장면마다 서로 다른 긴장이 생긴다.

◆ 루와 잭키가 자신 있어 하는 일 — 잭키는 몸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루는 가족 문제 앞에서 발이 묶여 있다. 어느 쪽이 관계를 이끄는지 처음부터 정해두지 않고 보면, 겉으로 보이는 힘과 실제 선택권이 어긋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

◆ 과장되는 몸 — 근육이 비현실적으로 변하는 표현을 눈여겨보자. 신체의 기괴함과 함께, 루에게 잭키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로 보이는지도 전해진다. 연애의 황홀함을 현실적인 대사만으로 표현하지 않는 영화의 방식을 즐길 수 있다.

◆ 보호와 부탁 사이 — 두 사람이 상대를 위한다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자. 마음이 절박하다는 것과 그 행동이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늘 같지 않다. 사건을 따라가면서도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놓치지 않으면 연애의 변화가 더 잘 보인다.

관련 작품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셀린 시아마) — 화가와 초상화의 모델이 서로를 바라보며 가까워진다. 몸을 보는 일이 사랑의 시작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다림과 절제를 통해 감정을 쌓는 속도는 아주 다르다. 두 영화에서 시선이 먼저 고백하는 순간을 비교해볼 만하다.

◆ 〈아비바〉 (2020, 보아즈 야킨) — 연애와 동거를 거치는 두 사람의 감정을 춤과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인물이 말로 설명하지 못한 욕망을 신체가 어떻게 드러내는지 이어서 볼 수 있다. 연인을 한 가지 성격이나 역할로 정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짝이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