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사랑에 돈과 계급이 끼어들 때 | MovieLAB LAB

대리운전 손님으로 만난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 그런데 다시 만난 그 남자는 내가 일하는 공장 부사장의 아들이고, 내 해고를 없던 일로 만들어줄 수 있다. 〈후회하지 않아〉의 수민…

두 남자의 사랑에 돈과 계급이 끼어들 때 | MovieLAB LAB

대리운전 손님으로 만난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 그런데 다시 만난 그 남자는 내가 일하는 공장 부사장의 아들이고, 내 해고를 없던 일로 만들어줄 수 있다. 〈후회하지 않아〉의 수민(이영훈)에게 재민(김남길)의 관심은 처음부터 간단하지 않다.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도, 그 호의를 받아들이면 연애보다 먼저 신세를 지는 사이가 될 것 같다.

수민은 재민의 도움으로 공장에 남을 수 있었지만 그만둔다. 새로 구한 일은 게이 호스트바의 접객원이다. 재민은 그곳까지 찾아온다. 연출을 맡은 이송희일 감독은 두 사람이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기도 전에 일자리와 돈을 끌어들인다. 어느 쪽도 마음만 가지고 상대에게 갈 수 없어서, 구애를 받고 거절하는 순간부터 감정이 격렬하다.

호의를 거절하는 데도 대가가 든다

보육원에서 자라 서울로 온 수민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한다. 대학에 가고 싶지만 당장 생활비부터 벌어야 한다. 재민의 해고 철회가 큰 도움이라는 것은 수민도 모를 수 없다. 바로 그래서 그 도움을 받지 않고 공장을 나오는 선택에는 무게가 있다. 거절하고 돌아갈 넉넉한 집이나 기다리는 다른 직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수민을 자존심만 센 청년으로 보면 이후의 연애도 이해하기 어렵다. 재민은 수민을 특별하게 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회사가 수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 회사의 부사장 아들이 사적인 호의로 되돌려주는 상황은 수민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해고는 회사의 결정이었다. 그 결정을 되돌려준 사람이 재민이라는 이유로, 수민은 자기 일자리를 사적인 빚처럼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과 일자리 문제가 겹치자 평범한 친절에도 답하기가 어려워진다. 재민이 선뜻 내미는 도움을 수민은 따져보아야 하고, 거절당한 재민은 자기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수민이 답답하다. 둘은 같은 일에 화를 내면서도 이유가 다르다. 영화는 그 차이를 긴 설명으로 풀기보다, 재민이 다가갈 때 수민이 왜 물러서는지 그들의 형편을 통해 이해하게 한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수민

손님을 맞는 얼굴, 연인을 대하는 얼굴

공장을 떠난 수민은 다른 일터에 적응해야 한다. 호스트바에서는 손님에게 관심을 보이고 친밀하게 대하는 일 자체가 노동이다. 그곳에 재민이 나타나면, 일하기 위해 누군가를 상대하는 시간과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겹친다. 이 만남은 두 사람만의 사적인 자리에서 시작할 수 없다.

영화에는 수민이 업소에서 일하는 과정을 옆으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따라가는 대목이 있다. 이송희일은 이 장면들을 이동 촬영으로 이어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새 일에 몸을 익히는 모습을 따라가면서 관객은 수민의 생계를 보게 된다. 두 사람의 연애가 진전되기를 기다리는 배경으로 업소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업소의 마담(정승길)이 들어오면 이야기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손님과 종업원을 다루는 능숙한 말투에는 웃음과 생활의 피로가 함께 있다. 정승길은 연애의 격한 감정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수민에게는 재민 외에도 날마다 얼굴을 맞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 인물 덕분에 살아난다.

그런 장면들이 있어 수민은 사랑 때문에만 울고 웃는 사람으로 남지 않는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도 생활은 있었고, 만나고 난 뒤에도 돈을 벌어야 한다. 다른 종업원들과 나누는 말이나 업소에 익숙해지는 몸짓은 그의 하루를 채운다. 재민이 들어올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도 수민의 사정이 있다.

익숙한 멜로를 두 남자가 살아갈 때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 만나고, 집안이 결혼을 압박하며, 사랑은 자존심과 부딪힌다. 이송희일은 익숙한 멜로의 설정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1970~80년대 호스티스 멜로에 담긴 계급 차이와 삶의 어려움을 두 남자의 사랑에 접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관습을 새로 꾸미기보다, 같은 설정 안에서 누가 사랑하고 어떤 처지로 살아가는지를 바꾼 것이다.

이야기를 움직이는 데에는 두 배우의 성급할 만큼 강한 감정이 중요하다. 재민은 쉽게 단념하지 않고, 수민은 그 끈질긴 관심 앞에서 쉽게 마음을 풀지 않는다. 수민에게는 상대가 가진 것과 상관없이 좋아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큰 호의를 베풀었다고 재민이 그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영화는 그 거절을 연애가 시작되기 전 치워야 할 장애물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민이 늘 이성적으로 판단하거나 재민이 늘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끌리는 마음은 계산보다 빠르고, 상처받은 감정은 말끔히 정리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하면서도 서로를 곤란하게 한다. 덕분에 영화는 소수자의 사랑을 이해시키기 위해 연인들을 흠잡을 데 없이 꾸미지 않는다. 고집과 실수까지 겪는 구체적인 두 사람의 관계가 먼저다.

재민을 연기한 김남길은 개봉 당시 이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첫 만남의 강한 감정이 가능한지를 감독에게 물었다고 밝혔다. 장면을 설득하는 일은 결국 배우에게 돌아왔다. 아직 서로의 생활을 잘 모르면서도 마음부터 움직이는 순간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 빠른 끌림과 천천히 드러나는 형편의 차이가 이 멜로를 함께 움직인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함께 걷는 수민과 재민

둘만의 방을 나서면

두 사람이 가까워진 뒤에도 재민에게는 결혼을 원하는 가족이 있다. 수민에게는 계속 벌어야 하는 생활비가 있다.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전의 삶이 멈추지는 않는다. 옥탑방에서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 방에서만큼은 상대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거나 손님을 맞을 필요 없이 가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불안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오지 않는다. 재민이 주저할 때 수민에게는 기다리는 일이 남는다. 재민은 가족에게 설명해야 하고, 수민은 그 설명이 끝날 때까지 자기 연애가 인정받기를 기다려야 한다. 한 사람의 망설임이 다른 사람의 하루를 길게 붙잡아두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아〉가 아픈 것은 두 사람이 애초에 만나지 않았어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어서다. 수민이 호의를 경계하는 이유를 알고도 그가 사랑받기를 바라게 되고, 재민에게 책임을 묻고 싶으면서도 그가 수민을 찾아가는 마음까지 거짓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수민이 재민의 곁에 남는다면, 신세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있고 싶어서였으면 좋겠다. 호의를 거절해도 사랑이 무너지지 않는 사이를, 이 거친 멜로를 보며 바라게 된다.

관련 작품

◆ 〈캐롤〉 (2015, 토드 헤인즈) — 나이와 경제적 형편이 다른 두 여성이 만나면서, 먼저 다가가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의 위치도 달라진다. 집안의 요구와 사랑이 충돌한다는 점은 닮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속도와 말투는 다르다. 두 작품의 연인들이 상대에게 무엇을 부탁하고 무엇을 스스로 결정하는지 비교해볼 만하다.

◆ 〈러브 라이즈 블리딩〉 (2024, 로즈 글래스) — 체육관에서 만난 두 여성이 사랑에 빠지고, 가족의 폭력이 그 관계를 위협한다. 연인을 돕는 행동이 때로는 또 다른 위험을 부른다. 〈후회하지 않아〉의 거친 멜로를 보고 나서 이어 보면, 사랑을 지키려는 절박함이 범죄와 신체적 충돌로 커지는 또 다른 방식을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