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면 행복해진다던 그 동화 | MovieLAB LAB

엘비라(레아 미렌)는 왕자와 결혼하고 싶다. 드레스를 차려입고 무도회에 가서, 수많은 여자 가운데 자신이 선택되는 꿈을 꾼다. 다만 〈어글리 시스터〉에서 엘비라에게 주어진 자리는…

예뻐지면 행복해진다던 그 동화 | MovieLAB LAB

엘비라(레아 미렌)는 왕자와 결혼하고 싶다. 드레스를 차려입고 무도회에 가서, 수많은 여자 가운데 자신이 선택되는 꿈을 꾼다. 다만 〈어글리 시스터〉에서 엘비라에게 주어진 자리는 신데렐라가 아니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아름다운 아그네스(테아 소피 로크 네스)와 자매가 된 그는, 우리가 익히 아는 동화에서 질투 많고 못생겼다고 불리던 쪽에 서 있다.

영화는 이 소녀를 옆에서 구경하던 자리에서 벗어나 엘비라의 몸 가까이로 간다. 왕자의 눈에 들기 위해 얼굴과 몸을 고치는 과정이 시작되면, 아름다워지는 장면은 더 이상 즐거운 변신 구경이 되지 못한다. 예뻐졌다는 칭찬이 나올 때마다 그 전에 겪은 통증을 떠올리게 된다. 동화가 약속했던 행복의 조건을 몸으로 치르는 이야기다.

나란히 춤 동작을 연습하는 소녀들

무도회에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

엘비라의 어머니 레베카(아네 달 토르프)는 딸이 왕자에게 선택될 수 있도록 외모를 바꾸는 데 힘을 쏟는다. 엘비라 역시 그 목표를 간절히 원한다. 누가 일방적으로 등을 떠미는 상황보다 이 모녀의 관계가 더 답답한 이유다. 딸의 소원과 어머니의 계획이 같은 곳을 향하는 동안, 엘비라의 몸이 얼마나 아픈지는 자꾸 뒤로 밀린다.

코를 고치고 속눈썹을 손보는 장면에는 반짝이는 변신의 마법이 없다. 몸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 과정에 얼마나 긴 시간이 드는지가 눈앞에 남는다. 다음 장면에서 예쁜 모습으로 나타나기만 하면 되는 인물이 아니므로, 엘비라는 그 중간의 시간을 전부 견뎌야 한다. 보는 사람도 결과만 받아볼 수 없다.

연출을 맡은 에밀리 블리치펠트는 고통스러운 이미지를 관객이 처음에는 피하더라도 다시 바라볼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잠깐 놀라게 하고 넘어가는 대신 한 인물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게 하려는 선택이다. 이 장면들의 불편함은 상처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엘비라가 여전히 그 과정을 희망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 아프다. 조금만 더 고치면 자신도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튼 곁에 서 있는 엘비라

거울 앞에서 시작되는 경쟁

레아 미렌은 엘비라의 걸음걸이와 책을 잡는 자세까지 아직 어린 소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꿈이 너무 커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는 우스운 데도, 사랑스러운 데도 있다. 배우는 관객이 엘비라를 먼저 좋아할 틈을 준다. 그래서 나중에 엘비라가 거울 속 자기 모습을 견디지 못할 때, 처음 보았던 소녀가 더욱 떠오른다.

아그네스를 향한 엘비라의 태도도 그 사이 달라진다. 어제까지는 자기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새 자매가 곁에 생기자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커진다. 왕자를 아직 만나기도 전에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엘비라에게 아그네스의 얼굴은 다른 사람의 얼굴이면서, 자기 외모의 결점을 확인하게 만드는 기준이 된다.

이 질투는 엘비라를 착한 피해자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상처받은 소녀도 다른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그 행동을 보여주면서도 엘비라를 조롱하는 쪽으로 돌아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어떻게 가까운 사람을 향한 공격으로 바뀌는지 따라간다. 아그네스만 없어지면 괜찮아질 것 같은 순간에도, 엘비라가 자기 몸을 대하는 방식은 이미 많이 망가져 있다.

왕자보다 가까이 있는 얼굴

엘비라에게는 동생 알마(플로 파게를리)도 있다. 언니가 왕자와의 결혼을 꿈꿀 때 알마는 말 타기를 더 좋아한다. 같은 집에서 자란 두 자매가 원하는 삶이 다르다. 알마가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면 엘비라의 목표도 조금 달리 보인다. 이 집의 딸들이 모두 왕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엘비라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편하게 즐길 여유가 있었으면 싶어진다. 몸을 고치고 견디는 데 시간을 모두 쓰는 소녀에게, 얼마나 예뻐졌는지보다 얼마나 아픈지 먼저 물어봐줄 사람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에는 엘비라의 소원을 따라 무도회를 기다리다가, 점점 그곳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왕자와 결혼할 수 있을지가 이야기의 유일한 관심사로 남지 않는 것이다.

〈어글리 시스터〉를 보고 나면 예전의 신데렐라 이야기도 조금 달리 떠오른다. 유리 구두의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그 구두에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던 여자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이 영화는 그중 한 사람을 오래 바라본다. 끝내 예쁜가 못생겼는가를 판정하려고 그렇게 가까이 가는 것은 아니다. 엘비라가 더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보고 싶어서다. 무도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다는 꿈보다, 그 바람이 더 간절해진다.

감상 포인트

◆ 결과보다 긴 변신 과정 — 외모를 바꾸는 장면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살펴보자. 영화는 완성된 모습으로 곧장 넘어가지 않고 그 몸이 겪는 시간을 남긴다. 아름다움을 얻었다는 말로 어떤 대가가 가려지는지 감각적으로 전하는 방식이다.

◆ 엘비라의 어린 몸짓 — 왕자를 꿈꾸는 표정뿐 아니라 걷고 책을 드는 자세에도 성격이 담겨 있다. 자기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소녀의 모습을 먼저 기억해두면, 거울 앞에서 자신을 미워하는 변화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 아그네스를 보는 눈 — 엘비라가 새 자매를 언제 경쟁자로 여기기 시작하는지 보자. 상대의 아름다움을 보는 일이 곧 자기 결점을 찾는 일이 되어간다. 그 비교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말과 행동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한 감상 지점이다.

◆ 자매가 바라는 서로 다른 삶 — 왕자를 꿈꾸는 엘비라와 말 타기를 좋아하는 알마를 함께 보자. 같은 가족이라고 같은 행복을 바라지는 않는다. 동생의 관심사는 언니가 매달린 목표 밖에도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관련 작품

◆ 〈부화〉 (2022, 한나 베리홀름) — 엄마가 원하는 완벽한 딸이 되려는 소녀가 낯선 생명체를 돌본다. 부모의 기대를 따르는 동안 말하지 못한 감정이 기괴한 몸으로 드러난다. 모녀가 같은 목표를 향한다고 해서 딸의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른 공포의 형식으로 살핀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셀린 시아마) — 혼인을 위해 그려지는 초상화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모습을 보여주는 일과, 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 바라보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다. 외모를 평가받는 여성의 얼굴에 다시 한 사람의 삶을 돌려주는 영화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