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더릭 애스폭의 집에 친구들이 약속보다 하루 일찍 찾아왔다. 그날은 손님을 맞기 어려웠지만, 친한 친구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가까운 사이인데도 정작 솔직한 …
프레더릭 애스폭의 집에 친구들이 약속보다 하루 일찍 찾아왔다. 그날은 손님을 맞기 어려웠지만, 친한 친구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가까운 사이인데도 정작 솔직한 말을 못 한다는 상황이 감독에게 남았다. 단편 〈Får〉는 그 난처함에서 시작했다.
애스폭의 영화에는 함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끼리 모이고, 친구라 부르고, 한 합창단에서 노래한다. 그런데 한자리에 있다고 마음까지 잘 맞는 것은 아니다. 관계를 지키려 참았던 말과,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내세우는 규칙이 자꾸 만남을 어긋나게 한다. 교도소 합창단을 다룬 〈아웃 오브 튠〉도 그 어긋남에서 웃음을 찾는 영화다.
금융사기 혐의로 수감된 마르쿠스(야코브 로만)는 교도소에서 폭행을 당한 뒤 다른 구역으로 옮긴다. 그곳의 합창단에는 이미 리더를 자처하는 닐스(앤더스 마테센)가 있다. 마르쿠스는 새로 합류한 단원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닐스도 자기 권한을 나눌 생각이 없다. 함께 소리를 맞추기 전에 누가 결정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게 된다.
애스폭이 연출하고 라르스 후숨이 각본을 쓴 이 영화에서는 음악에 관한 판단과 사람에 관한 판단이 뒤섞인다. 닐스는 테너 음역인 마르쿠스에게 베이스를 맡기려 한다. 베이스가 낮은 지위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목소리보다 리더의 결정이 먼저라는 점이 우습고 불편하다. 합창을 위한 배치처럼 보이는 일이 누군가를 제자리에 앉혀두려는 수단이 된다.
당사자들은 진지하게 음악을 논하지만, 관객에게는 서로를 못마땅해하는 마음도 보인다. 애스폭은 인물들이 자기 속셈을 잘 감췄다고 믿는 순간을 코미디로 만든다. 함께 노래하려고 모였는데, 연습을 가로막는 것은 음정만이 아니다.
애스폭은 영화에 들어오기 전 무대미술을 공부했다. 이후 뉴욕에서 영화를 배웠을 때도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자신의 강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이력을 알고 보면 한 장소에 인물을 모으는 선택이 눈에 들어온다. 누가 먼저 와 있었는지, 누가 그 공간의 주인처럼 행동하는지에 따라 대화의 조건이 달라진다.
단편 〈Får〉의 가족은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다 일찍 도착한 손님 때문에 계획이 어긋난다. 친구를 반갑게 맞아야 한다는 예의가 있어서 불편함을 곧바로 말하기 어렵다. 반면 〈아웃 오브 튠〉의 합창단에서는 규칙을 정하고 지시할 자리가 이미 마련돼 있다. 여기서는 말을 참는 사람뿐 아니라, 자기 말이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문제를 만든다.
〈엠파이어〉에서는 집단 안의 힘이 훨씬 가혹한 형태로 나타난다. 덴마크 식민지였던 19세기 세인트크루아를 배경으로, 자유인인 여성과 그가 소유한 노예 여성의 관계를 다룬다. 두 사람이 가깝다는 사실이 둘 사이의 불평등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서로를 아낀다고 말하는 관계 안에도 한쪽이 다른 쪽의 삶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이 작품은 각본가이자 배우인 안나 네예가 시작한 기획이다. 애스폭은 연출자로 합류해 함께 만들었다. 감독은 이 협업을 통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관계를 혼자 잘 이해한다고 전제하는 대신, 다른 경험을 가진 창작자와 함께 어느 장면을 보여줄지 판단했다.
둘은 제도의 잔혹함을 다루면서도 신체 폭력을 반복해 보여주는 방식은 피하고 싶었다. 애스폭은 폭력이 있다는 사실을 지우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훼손 장면을 덜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관객을 웃게 만드는 것과 고통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누구의 행동이 우스운지, 그 행동의 결과를 누가 감당하는지를 함께 봐야 했다.
그 선택을 떠올리며 〈아웃 오브 튠〉으로 돌아오면 두 남자의 경쟁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합창단의 소동은 우습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마음대로 배치하는 권한은 실제로 작동한다. 애스폭은 거창한 악당을 멀리서 찾아오기보다, 함께 노래하는 자리에서 누가 편하고 누가 눈치를 보는지 살핀다. 소리가 잘 맞는 순간에도 사람들 사이의 문제까지 모두 풀렸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 목소리와 배정된 음역 — 마르쿠스의 목소리를 들은 뒤 닐스가 무엇을 지시하는지 살펴보자. 성부의 높낮이가 사람의 우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소리보다 리더의 판단이 우선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의 웃음과 권력 다툼이 드러난다.
◆ 지시를 듣는 다른 단원들 — 경쟁하는 두 남자 외에 주위의 반응도 보자. 누가 지시에 동조하고 누가 새 인물에게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합창단의 분위기가 바뀐다. 권한이 한 사람의 성격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음악에 관한 말의 속뜻 — 규칙이나 실력을 논하는 대사가 나올 때 상대와의 관계를 함께 떠올려보자. 맞는 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의도가 섞일 수 있다. 애스폭은 그 차이를 진지한 말투와 우스운 상황 사이에서 드러낸다.
◆ 함께 부르지만 다른 목적 — 한 곡을 부르는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모였다고 가정하지 말자. 마르쿠스와 닐스가 각각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따라가면 음악 장면의 긴장이 선명해진다. 좋은 합창이 곧 좋은 관계라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 재미가 있다.
◆ 〈아웃 오브 튠〉 (2019, 프레더릭 애스폭) — 교도소 합창단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경쟁을 다룬다. 노래의 결과만큼 연습 중 누가 결정권을 행사하는지 살펴보면, 감독이 작은 집단의 권력을 웃음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만날 수 있다.
◆ 〈엠파이어〉 (2023, 프레더릭 애스폭) — 안나 네예가 각본을 쓰고 출연한 식민지 시대극이다. 가까운 관계라는 말이 서로 다른 권리를 가리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코미디의 형식 안에 남는 폭력과 불평등을 함께 살피며 이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