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에서도 꼭 대장을 해야겠니 | MovieLAB LAB

〈아웃 오브 튠〉의 수감자 마르쿠스(야코브 로만)는 교도소 합창단에서 자기 목소리에 맞지 않는 낮은 음을 낸다. 그는 테너지만, 합창단을 이끄는 닐스(앤더스 마테센)가 베이스라고…

합창단에서도 꼭 대장을 해야겠니 | MovieLAB LAB

〈아웃 오브 튠〉의 수감자 마르쿠스(야코브 로만)는 교도소 합창단에서 자기 목소리에 맞지 않는 낮은 음을 낸다. 그는 테너지만, 합창단을 이끄는 닐스(앤더스 마테센)가 베이스라고 우기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러 모인 자리에서 정작 자신의 음역을 인정받지 못한다. 문제는 음감보다 발언권이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자기 목소리를 설명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마르쿠스는 금융사기 혐의로 구금된 유명 금융가다. 다른 수감자들에게 폭행당한 뒤 그들을 피할 수 있는 구역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합창단에 들어왔다. 주먹을 피해 왔더니 이번에는 노래를 두고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프레더릭 애스폭 감독은 작은 합창단을 무대로, 어디에 가든 남을 이끌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들의 우스운 경쟁을 벌인다.

목소리에 안 맞아도 네 자리는 거기

합창에는 다른 음역의 목소리들이 필요하다. 누구에게 어떤 성부가 맞는지 듣고 나눠야 함께 노래할 수 있다. 그런데 닐스는 마르쿠스가 어떤 음을 편하게 내는지보다 자신이 정한 자리를 받아들이는지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낮은 성부가 덜 중요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새 단원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 리더의 판단이 끝나 있다는 점이 우습고 답답하다.

마르쿠스가 억지로 낮게 부르는 소리는 그 상황을 귀로 확인하게 한다. 누군가의 권위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나온다. 닐스는 합창을 이끌고 있지만, 그의 말을 잘 따르는 일이 반드시 노래를 잘 부르는 일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질서를 잡겠다는 행동이 함께 내는 소리를 망칠 수도 있다.

어떤 곡을 부를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음악 취향을 이야기하는 소박한 말다툼처럼 보이지만, 자기 의견이 채택되는지는 이들에게 중요하다. 합창단은 수감 생활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다. 바깥에서 보면 사소한 결정도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에게는 자기 존재를 확인할 기회가 된다. 영화는 그 크기의 차이를 웃음에 이용한다.

한 방에 모여 연습하는 합창단

새로 온 사람도 만만하지 않다

닐스가 답답하다고 해서 마르쿠스를 합창단의 구원자로 기대하기는 이르다. 바깥에서 그는 돈과 성공에 관해 조언하며 이름을 알렸던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자기 판단을 믿게 만드는 데 익숙하다. 감옥에 들어와 신체적인 위협 앞에서는 무력해졌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에게 합창단은 함께 지낼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면서 다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된다. 노래를 부르는 단원으로만 머무르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닐스가 가진 자리를 넘본다. 불합리한 대우에 맞선다는 명분과 자신이 위에 서고 싶다는 욕심이 겹친다. 처음에는 이해했던 그의 불만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생긴다.

다른 단원 가운데는 유명 금융가였던 마르쿠스를 동경하며 그의 편이 되는 사람도 있다. 감옥 밖의 평판이 이 작은 집단 안에서도 사람을 모으는 힘이 된다. 누가 더 설득력 있게 말하는지, 다른 단원들이 누구의 편을 드는지가 중요하다. 한쪽은 이미 가진 자리를 지키려 하고 다른 쪽은 그 자리를 얻으려 한다. 감옥 밖에서 이루어지던 지위의 경쟁이, 이 안에서는 부를 노래와 합창단의 운영을 두고 되풀이된다.

합창단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어두운 사정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노래하는 모습이 친근하다고 그들의 과거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하지는 않는다. 함께 있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다가도 인물의 다른 면을 알게 되면 웃었던 마음이 불편해진다. 애스폭의 코미디에는 그 불편함이 남아 있다. 호감이 생긴 사람을 계속 편하게 응원하도록 정리해주지 않는다.

지휘하는 사람 앞에서 악보를 보는 단원들

허세가 소리로 들린다

〈아웃 오브 튠〉의 재미는 권력 다툼을 말로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물들을 실제로 노래하게 한다는 데 있다. 베이스를 부르라는 지시가 내려지면 마르쿠스는 맞지 않는 낮은 음을 내야 한다. 닐스가 자기 지시를 합창단의 질서라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귀에 들리는 어색함까지 없앨 수는 없다. 그의 권위와 상관없이 목소리는 억지로 낮춰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관객은 그 소리를 듣고 웃으면서도 마르쿠스가 얼마나 못마땅할지 짐작한다. 돈에 관해 남들에게 조언하던 사람이 이제는 자기 목소리가 어느 성부인지도 인정받지 못한다. 합창단은 작아도 체면을 잃는 기분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닐스에게는 기존 자리를 지키는 일이, 마르쿠스에게는 이런 취급을 벗어나는 일이 절실하다. 그래서 갈등을 하찮다고만 웃어넘기기도 어렵다.

두 남자의 체면이 걸린 일이 고작 한 곡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문제로 나타난다는 데 이 코미디의 묘미가 있다. 당사자들은 진지한데 그 모습을 지켜보면 우습다. 누가 더 대단한 사람인지 따지느라 정작 노래는 엉뚱한 음역에서 나온다. 말로 포장해둔 자존심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어색한 소리로 들통나는 순간, 낯선 교도소의 합창단이 꽤 익숙한 모임처럼 느껴진다.

감상 포인트

◆ 테너에게 베이스를 맡기는 순간 — 마르쿠스의 목소리와 닐스의 판단이 어떻게 어긋나는지 들어보자. 특정 성부의 높낮이가 지위의 높낮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음역에 맞게 노래할 수 없다는 구체적인 상황이, 새 단원에게 발언권이 없는 관계를 드러낸다.

◆ 노래를 고르는 말다툼 — 어느 곡이 더 좋은지를 넘어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살펴보자. 합창단에서 함께 보낼 시간을 정하는 일이기도 해서 각자의 의견에 자존심이 실린다. 작은 선택이 이들에게는 왜 큰 문제가 되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 마르쿠스가 사람을 설득하는 방식 — 신체적인 위협을 피하던 인물이 합창단에서는 어떤 힘을 사용하려 하는지 보자. 말과 평판, 다른 사람의 지지가 새로운 수단이 된다.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모습과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함께 볼 때 그의 행동이 더 복잡해진다.

◆ 함께 내는 소리와 각자의 욕심 — 합창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도 인물들이 무엇에 신경 쓰는지 살펴보자. 좋은 소리를 만들려는 마음과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음악 활동에 필요한 협력과 그 안의 경쟁이 부딪히며 코미디가 생긴다.

관련 작품

◆ 〈싱 스트리트〉 (2016, 존 카니) — 소년들이 밴드를 꾸리며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보탠다. 음악을 함께 만드는 과정이 친구를 알아가고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 된다. 같은 음악 집단이라도 구성원의 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이야기가 생기는지 비교할 수 있다.

◆ 〈생활의 발견〉 (2002, 홍상수) —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말과 행동이 조금씩 어긋나는 남자를 따라간다. 그럴듯한 말 뒤에 숨은 욕심이 대화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드러난다. 〈아웃 오브 튠〉의 경쟁을 재미있게 봤다면, 평범한 만남에서도 자기를 더 근사하게 보이려는 인물들의 코미디를 이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