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초대받았다 | MovieLAB LAB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첫사랑이 결혼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초대받은 자리는 하객석보다 조금 더 가깝다. 윙(담선언)은 실비아(양시영)의 들러리가 되어야 한다. 한때 가장 가까웠…

첫사랑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초대받았다 | MovieLAB LAB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첫사랑이 결혼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초대받은 자리는 하객석보다 조금 더 가깝다. 윙(담선언)은 실비아(양시영)의 들러리가 되어야 한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사람 곁에 다시 서게 됐지만, 이번에 둘을 나란히 세우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결혼이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는 이 어색하고도 아픈 자리에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

두 사람은 여학교에서 만나 서로에게 특별한 친구가 되었다. 함께 있던 시간과 마음을 나눈 기억은 남아 있는데, 어른이 된 뒤 그 관계를 부르는 말은 쉽게 일치하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는 첫사랑인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청소년기의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영화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누가 더 정확히 기억하는가보다, 같은 날을 보낸 두 사람이 왜 그날 이후 서로 다른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는가이다.

남들 앞에서는 친구, 둘만 있을 때는

학창 시절의 윙과 실비아는 다른 학생들이 없을 때 손을 잡고 입을 맞춘다.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함은 분명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행동이 있다고 해서 그 마음을 설명할 말까지 곧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서로 좋아한다는 느낌과 그 관계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일 사이에는,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놓인다.

가톨릭 여학교라는 배경은 그 시간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든다. 두 사람이 가까이 지내는 것은 친구 사이의 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친밀함을 연애로 드러내는 순간 주변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관객은 손을 잡는 모습을 보면서 동시에 그 손을 언제 놓아야 하는지도 신경 쓰게 된다. 가벼운 접촉에 기쁨과 긴장이 함께 생기는 이유다.

두 소녀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영화의 첫 장면에는 왕가위의 〈아비정전〉을 향한 오마주가 있다. 양조개 감독은 자신들이 좋아하던 영화의 유명한 장면을 빌려왔다고 설명했다. 이 참조는 감독이 소녀들의 사랑을 어떤 화면으로 기억하고 싶은지 보여주는 선택이다. 익숙한 홍콩 로맨스의 자리에 두 여학생이 들어온다.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잘 아는 사랑의 표현이 다른 두 사람 사이에서 다시 나타나는 즐거움이 생긴다. 처음 보는 관객에게도 앞으로 기억하게 될 만남이라는 분위기를 전할 수 있다. 감독들의 영화 취향은 작품 밖의 참고 목록에 머물지 않고, 소녀들의 관계를 로맨스의 한 장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들이 느끼는 마음을 청소년기의 지나가는 호기심으로만 가볍게 처리하지 않겠다는 태도로도 읽힌다.

그래서 학창 시절을 바라볼 때는 헤어지게 될 이유만 미리 찾지 않는 편이 좋다. 현재의 결혼 소식을 알고 과거를 보더라도, 둘이 가까워지는 순간에는 그때만의 기쁨이 있다. 나중에 같은 길을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시간을 처음부터 잘못된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 영화가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는 관계의 실패 원인을 조사하는 데만 있지 않다.

옆으로 누운 두 여성의 얼굴이 가까이 맞닿아 있다

신부 곁에 서 있지만 함께 결혼하는 사람은 아니다

현재의 결혼식은 학창 시절과 다른 방식으로 두 사람을 가까이 놓는다. 들러리는 신부를 돕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축하하는 사람이다. 윙에게 그 위치는 실비아와의 오랜 관계를 인정받는 자리이면서, 이제 자신이 그 관계에서 어떤 사람으로 남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가까워서 편한 것과 가까워서 견디기 어려운 것이 한꺼번에 온다.

이 설정이 아픈 것은 윙에게 실비아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도, 예전의 마음대로 다가갈 수도 없게 하기 때문이다. 함께 보낸 시간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 기억만으로 오늘의 자리를 바꿀 수는 없다. 반가움과 서운함, 축하하고 싶은 마음과 그러기 힘든 마음이 나란히 생긴다. 한 가지 감정만 골라서 표정에 담기 어려운 만남이다.

영화는 결혼이라는 새 출발에서 다른 한 사람의 오래된 사랑을 돌아본다. 보통 결혼식 이야기가 앞으로 함께 살 두 사람을 향한다면, 여기서 관객은 신부 곁에 선 윙이 무엇을 떠올릴지도 계속 생각한다. 같은 공간에서 한 사람은 미래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은 과거를 다시 바라본다. 결혼식의 밝은 의미가 지워지지는 않지만, 그 밝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이 화면 안에 남는다.

그렇다고 실비아의 선택을 윙의 슬픔만으로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관객이 윙에게 마음을 기울일수록 실비아에게 명확한 답을 요구하고 싶어질 수 있다. 너도 사랑했는지, 왜 이제 다른 삶을 택했는지. 그러나 같은 관계를 서로 다르게 받아들였을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대답 한 번으로 옛 시간이 모두 정리되리라는 기대도 조심스러워진다.

여기서 남는 궁금증은 결혼식이 끝난 뒤 두 사람이 당장 어떻게 될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함께했던 일을 지금 어떤 이름으로 기억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상대와 미래를 공유하지 못했어도 내가 느낀 사랑까지 없었던 일은 아니다. 이 영화의 회상은 다시 연인이 될 가능성을 기다리는 시간과, 이미 지나온 마음을 인정하려는 시간을 함께 품는다.

비가 내리는 야외에서 교복 입은 두 소녀가 입을 맞추고 있다

영화가 끝나도 다른 목소리가 이어진다

오영산과 양조개는 이 이야기를 두 사람의 추억 안에만 닫아두지 않는다. 엔드 크레디트에는 실제 여성들이 학창 시절의 친밀한 관계를 돌아보는 인터뷰가 들어간다. 극영화 속 인물들을 지켜보던 관객 앞에, 자기 기억을 자기 말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방금 본 관계를 단 하나의 결말로 정리하려던 마음이 잠시 늦춰진다.

감독은 조사 과정에서 비슷하게 가까웠던 관계를 어떤 사람은 사랑으로, 어떤 사람은 우정으로 돌아보았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실비아의 속마음을 대신 확정해주는 답안은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문장으로 남아 있으리라고 쉽게 믿기 어렵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오래 걸린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정리하기 어려운 기억일 수 있다.

그 목소리들을 들으면 윙과 실비아의 과거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이야기를 끝내려면 사랑이었는지 우정이었는지 먼저 판정해야 할 것 같지만, 사람들은 이름을 붙이기 전부터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함께 시간을 보냈고, 기대했고, 멀어진 뒤에도 기억했다. 관계를 부르는 말이 달라도 그 시간에 생긴 감정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의 제목은 적어도 한 사람의 마음을 분명히 말한다. 처음 사랑한 사람이라는 기억이다. 영화는 그 확신을 상대에게 똑같이 말하라고 강요하는 대신, 그 마음을 간직한 채 다시 만난 자리를 보여준다. 들러리로 첫사랑 곁에 선다는 출발이 오래 남는 까닭도 여기 있다. 곁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가운지, 그 자리가 자신이 바라던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함께 알게 된다.

감상 포인트

◆ 둘만 있을 때 잡는 손 — 소녀들이 손을 잡고 가까워지는 순간에 주목하자. 친밀함 자체와 그것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는 일 사이에 차이가 있다. 짧은 몸짓에 설렘과 조심스러움이 어떻게 함께 생기는지 볼 수 있다.

◆ 첫 장면의 영화적 기억 — 감독이 〈아비정전〉을 참조한 도입을 보자. 원작을 알고 있다면 익숙한 로맨스의 자리에 두 소녀가 들어오면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처음 보더라도 둘의 만남을 어떤 분위기로 제시하는지 느껴볼 만하다.

◆ 들러리의 자리 — 결혼식에서 윙이 신부와 얼마나 가까운 위치에 있는지 의식하며 보자. 둘의 오랜 친밀함을 보여주는 자리이면서 함께할 미래는 달라졌음을 느끼게 하는 자리다. 축하의 공간 안에 남는 다른 감정이 보인다.

◆ 크레디트에 남은 목소리 — 실제 여성들이 과거의 관계를 말하는 인터뷰까지 들어보자. 영화의 결말과 별개로 자기 기억을 설명하는 말들이 이어진다. 서로 다른 대답을 들으며 윙과 실비아의 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관련 작품

◆ 〈그 여름〉 (2023, 한지원) — 고등학생 때 만난 두 여성이 서울로 옮긴 뒤 서로 다른 생활을 경험한다. 첫사랑의 기억을 돌아보는 이 영화와 함께 보면, 같은 출발이 같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로 다른 시간 구성으로 만날 수 있다.

◆ 〈윤희에게〉 (2019, 임대형) — 오래전 사랑의 기억을 품고 살아온 여성이 편지를 계기로 여행을 떠난다. 과거의 관계를 현재에 다시 마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와 재회하기 전부터 자신의 마음을 어떤 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이어서 생각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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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