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둘과 초보 하나의 재즈 | MovieLAB LAB

친구가 밴드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다. 〈블루 자이언트〉의 타마다 슌지(목소리 오카야마 아마네)가 앉게 되는 자리는 그런 자리다. 색소폰을 부는 미야…

천재 둘과 초보 하나의 재즈 | MovieLAB LAB

친구가 밴드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다. 〈블루 자이언트〉의 타마다 슌지(목소리 오카야마 아마네)가 앉게 되는 자리는 그런 자리다. 색소폰을 부는 미야모토 다이(목소리 야마다 유키)는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고 하고, 피아니스트 사와베 유키노리(목소리 마미야 쇼타로)는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췄다. 이제 드럼을 배우는 타마다에게는 최고의 무대보다 당장 두 사람과 연주하는 일이 더 큰 숙제다.

이 셋이 모여 재즈 트리오 ‘JASS’가 된다. 꿈의 크기는 비슷해 보여도 출발선은 한참 다르다. 다이의 뜨거운 연주에 마음이 움직이는 동안, 타마다가 뒤처지지 않을까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음악을 잘 몰라도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데, 그들이 이미 잘하는 일을 나는 처음 배워야 한다. 이 영화에는 눈부신 재능을 구경하는 즐거움과 그 옆에 어떻게든 남고 싶은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이 함께 있다.

내 연주 때문에 곡을 망치고 싶지 않다

다이는 색소폰을 혼자 연습해왔다. 도쿄에서 유키노리와 타마다를 만나면서 이제 자기 소리 외에 함께할 사람의 소리를 듣게 된다. 한 사람이 열심히 불기만 해서는 트리오의 연주가 되지 않는다. 각자 잘하는 정도가 다른 세 사람이 같은 곡을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그 안에서 타마다의 서툼은 금방 드러난다. 초보자에게는 자기 악기를 다루는 것부터 버겁지만, 두 사람은 이미 그 너머를 바라본다. 같은 연습 시간에도 누군가는 표현을 고민하고 누군가는 제대로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타마다가 애쓰는 모습에는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과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겹쳐보게 된다.

관객이 기다리는 것도 세 사람에게 똑같지는 않다. 다이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듣고 싶다가도, 타마다의 차례가 오면 무사히 해내기를 바라게 된다. 음악의 화려함과 별개로 한 사람이 조금씩 해낼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데서 오는 기쁨이 있다. 누군가가 이미 잘하는 모습에 감탄할 때와, 어제까지 못하던 것을 해내는 사람에게 박수 칠 때의 마음은 다르다.

영화를 연출한 타치카와 유즈루는 원작의 긴 이야기 중 도쿄에서 만난 세 사람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다이가 고향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따라가기보다 트리오 안의 관계를 충분히 보여주려는 선택이었다. 그 덕에 타마다의 자리는 주인공이 성공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친구에 머물지 않는다. 함께 연주하려고 시작한 일이 이 친구의 하루까지 바꾸고 있다.

빛과 색 속에서 드럼을 치는 청년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소리를 내야 했다

이 영화의 연주를 들을 때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타마다의 드럼은 실제로 드러머 이시와카 슌이 연주했다. 숙련된 음악가가 이제 막 악기를 배우는 사람처럼 소리를 내야 했던 것이다. 그는 초보자의 어색한 연주를 표현하는 일이 어렵기도 했고, 타마다가 차츰 나아지는 과정을 소리에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매끈한 연주를 녹음해놓고 화면에만 서툰 표정을 그려 넣었다면, 타마다의 노력은 귀로 전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서는 실연자도 인물의 출발점부터 생각했다. 공식 제작 기록에는 스틱을 잡는 방법까지 고민했다는 내용이 있다. 악기를 잘 다루는 몸에 익은 습관을 조절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소리를 만든 셈이다.

다이의 색소폰을 맡은 바바 토모아키에게도 비슷한 과제가 있었다. 기교를 완벽하게 뽐내기보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다이의 연주를 해야 했다. 음악을 맡은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는 때로 더 서툴게 연주해달라고 주문했다. 세련된 소리만으로는 매번 온힘을 쏟는 소년의 기세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히로미 자신도 유키노리의 피아노를 연주했다. 화면의 세 청년에게는 대사를 말하는 목소리와 악기로 표현하는 소리가 따로 있으며, 둘 다 그 인물을 만들어낸다. 음악이 잠깐 분위기를 돋우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성격과 경험의 차이를 들려준다. 타마다의 드럼과 다이의 색소폰을 구별해 듣는 것만으로도, 같은 무대에 서기까지 각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생각하게 된다.

강한 조명 아래 색소폰을 연주하는 청년

연주가 시작되면 그림도 가만있지 않는다

인물들이 대화를 멈추고 연주하는 동안에는 음악과 화면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노랫말로 심정을 설명하는 장면도 아니다. 어떤 악기가 앞에 나서고, 나머지 소리가 어떻게 함께 가는지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는 공연을 짧은 하이라이트만 남겨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곡 안에 머무를 만큼의 시간을 준다.

그 시간을 만드는 데 여러 애니메이션 방식이 쓰였다. 실제 연주 모습을 촬영한 영상과 몸의 움직임을 기록한 자료를 참고해 악기를 다루는 동작을 만들었다. 한편 독주에서는 손으로 그린 이미지 등을 통해 표현을 더 자유롭게 바꾸었다. 타치카와는 각 공연의 의미를 먼저 의논하고 그에 맞춰 화면을 나누는 방식과 색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손가락이 어디를 짚는지와 연주하는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 악기를 다루는 동작에는 구체성이 필요하고, 소리에 몰두한 느낌은 실제 무대의 모양을 벗어날수록 더 강하게 전해지기도 한다. 이 영화의 공연은 그 사이를 오간다. 음악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에는 연주자가 느낄 법한 흥분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림의 변화에 정신을 빼앗겼다가도 다시 한 악기의 소리를 찾아 듣게 되는 재미가 있다. 타마다가 지금 어떤 몫을 맡고 있는지, 유키노리의 피아노에 다이의 색소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해진다. 세 사람이 함께 만든 소리임을 알고 들으니 혼자 튀어나오는 음에도 다른 두 사람의 존재가 느껴진다. 좋은 곡을 듣는 일에 이 밴드를 조금 더 알아가는 즐거움이 보태진다.

세계 최고보다 먼저, 같이 연주할 사람

다이가 내세우는 목표는 크다. 하지만 그 목표를 듣고 영화 밖에서 똑같이 큰 결심을 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곁에 있는 타마다가 보여주는 시작은 훨씬 작고 구체적이다. 친구의 연주에 마음이 움직였고, 자기도 그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직 못하는 일이 생겼으니 연습해야 할 이유도 생긴다.

누군가 무언가에 깊이 빠진 모습을 보고 덩달아 해보고 싶어진 적이 있다면, 타마다의 시작이 반가울 것이다. 남의 열정에 끌려 시작했어도 시간을 들이고 연습하는 몫은 자기에게 남는다. 다이가 대신 쳐줄 수 없는 드럼 앞에서 타마다는 점점 자기 경험을 쌓는다. 이 밴드에 남고 싶다는 마음이, 전에는 없던 자기 일을 만든다.

그래서 JASS의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섞인다. 새 곡이 멋진 것만큼 타마다가 그 안에서 해내는 몫이 반갑다. 잘하는 두 친구를 객석에서 지켜볼 수도 있었던 사람이 무대 위에서 함께 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가 끝나면 그 초보자 자리가 유난히 부러워진다. 잘할 자신이 없어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던 자리다.

감상 포인트

◆ 세 사람이 출발한 자리 — 다이의 독학, 유키노리의 실력, 타마다의 첫 연습을 함께 떠올리며 공연을 보자. 같은 무대에서도 각자가 넘어야 하는 어려움은 다르다. 곡 전체에 감탄하다가 한 사람의 작은 진전이 더 반가워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 드럼이 조금씩 달라지는 소리 — 타마다의 연주를 맡은 사람은 실제 전문 드러머다. 초보자의 소리와 성장 과정을 의도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을 알고 귀를 기울여보자. 연습했다는 대사보다 소리의 변화가 이 인물이 들인 시간을 전해주는 대목을 찾을 수 있다.

◆ 독주할 때 바뀌는 화면 — 공연에서 한 악기가 앞에 나올 때 그림과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악기를 연주하는 동작과 그 순간의 흥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소리를 설명하는 대사가 없어도 인물의 기세와 감정이 화면에 이어진다.

◆ 혼자 잘하는 것과 함께 연주하는 것 — 마음에 드는 악기를 따라 듣다가 다른 두 악기로 관심을 옮겨보자. 같은 곡에서도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이 바뀐다. 밴드를 결성한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어떤 소리를 함께 만드는 일인지 느껴볼 수 있다.

관련 작품

◆ 〈싱 스트리트〉 (2016, 존 카니) —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다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게 된 소년의 이야기다. 시작할 때의 허세와 미숙함이 함께 곡을 쓰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준비보다 먼저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떤 기회를 주는지 볼 수 있다.

◆ 〈비긴 어게인〉 (2013, 존 카니) — 서로 다른 사정을 가진 음악가들이 뉴욕 곳곳에서 앨범을 만든다. 함께 연주할 사람을 만나며 각자의 하루가 달라진다. 첫 무대로 향하는 JASS와 다시 시작하려는 이들의 녹음을 이어 보면, 음악을 함께 만드는 일이 필요한 시기도 다양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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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