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 줄 알던 남자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 MovieLAB LAB

다른 나라의 왕에게 첨단 통신 기술을 팔러 왔는데, 정작 왕을 만날 수가 없다. 〈홀로그램 포 더 킹〉의 앨런 클레이(톰 행크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 약속을 기다린다. 딸의 …

잘 팔 줄 알던 남자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 MovieLAB LAB

다른 나라의 왕에게 첨단 통신 기술을 팔러 왔는데, 정작 왕을 만날 수가 없다. 〈홀로그램 포 더 킹〉의 앨런 클레이(톰 행크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 약속을 기다린다. 딸의 학비와 자신의 경력을 생각하면 꼭 성공해야 하는 출장이다. 그러나 멋진 제안서를 준비하는 일보다 오늘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알아내는 일이 더 어렵다. 영업으로 살아온 사람이 대화를 시작할 상대조차 찾지 못한다.

영화는 앨런이 계약을 성사시키는가를 따라가면서, 그가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유능해 보이는 말, 분위기를 풀어줄 농담, 괜찮다고 장담하는 표정이 이곳에서는 뜻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오랫동안 능숙하게 감춰온 불안이 새어 나온다. 톰 티크베어 감독은 한 남자의 경력 위기를, 잘해 보이려는 노력이 자꾸 어긋나는 희극으로 만든다.

양복을 입고 사막에 서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앨런의 삶은 안정된 현실처럼 제시되지 않는다. 토킹 헤즈의 ‘Once in a Lifetime’에 맞춘 뮤직비디오 같은 환상 장면이 먼저 나온다. 평범한 출장자의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그의 마음이 일상에서 비껴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쾌한 음악이 있다고 해서 삶의 사정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후 사막 한가운데 선 앨런의 모습에는 과장된 환상을 더하지 않아도 이상한 구석이 있다. 말끔한 업무 복장과 텅 빈 주변이 어울리지 않는다. 감독은 정장을 입은 톰 행크스가 모래 한가운데서 큰 사업을 하려는 이미지 자체가 충분히 기이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의 규모를 떠올리게 하는 차림인데, 눈앞의 공간에서는 그 차림의 쓸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업무 장소 역시 이 간극을 키운다. 커다란 텐트와 공사 현장, 지나치게 번듯한 방문객 센터가 사막에 놓여 있다. 미술팀은 실제 개발 지역의 도로와 건물에서 출발하되, 회전교차로와 도로가 반복되는 형태로 더 단순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현실의 도시를 그대로 안내하는 풍경이 아니라, 앨런이 느끼는 막막함을 공간으로 조정한 것이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왜 기다림이 곤란한지 알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앨런에게는 계속 실패하고 있다는 압박이 쌓인다. 이번 거래가 필요하다는 사정과 상대가 지금 그를 필요로 하느냐는 문제는 별개다. 자신에게 절박한 일정이 다른 사람의 일정을 움직여주지 않는다. 넓은 사막은 앨런의 조급함에 반응하지 않는 공간처럼 남는다.

사막에서 긴 옷의 남성과 양복 차림의 남성이 나란히 웃는다

시카고를 좋아하느냐는 질문

앨런이 조금 다른 대화를 시작하는 곳은 차 안이다. 운전사 유세프(오마르 엘바)가 시카고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앨런은 겨울은 별로라는 뜻으로 답한다. 유세프가 물은 것은 도시가 아니라 밴드다. 두 사람이 같은 단어를 듣고 전혀 다른 대상을 떠올린 짧은 엇갈림이다.

이 농담에서는 누가 현지인이며 누가 미국인인지가 예상과 다르게 작용한다. 미국 음악을 틀고 즐기는 사람은 사우디의 운전사이고, 미국인 앨런은 그 의도를 늦게 알아차린다. 상대 나라에 관해 많은 지식이 있어야만 생기는 이해가 아니다. 지금 상대가 무엇을 듣고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가다가, 자신이 먼저 짐작한 뜻을 고쳐야 한다.

유세프는 앨런에게 낯선 관습을 설명해주는 기능만 맡지 않는다. 그 자신도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곤란한 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이다. 감독은 인물의 바탕이 된 현지 안내자를 만났을 때, 현대적인 취향과 보수적인 태도가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는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익숙한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로 다른 생각까지 모두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차 안에서 쌓이는 친밀함은 바로 그런 불일치를 포함한다. 앨런이 사람을 만날 때 사용해온 영업의 요령은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유세프와의 만남에서는 먼저 틀린 뜻으로 알아듣고, 상대의 말을 더 듣고, 웃음을 나누어야 한다. 잘 준비한 말을 꺼내는 능력보다 대답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해진다. 왕을 기다리는 동안 생긴 옆길의 시간이 조금씩 사람을 바꾼다.

진료실에서 꺼내는 말은 다르다

등에 생긴 혹 때문에 병원을 찾은 앨런은 의사 자라(사리타 슈드후리)를 만난다. 그 앞에서 그는 몸의 증상뿐 아니라 자신의 지친 상태를 말하기 시작한다. 거래 상대에게라면 감추고 싶을 에너지의 고갈과 흥미의 상실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설명하는 말에서, 지금 무엇이 잘되지 않는지 털어놓는 말로 옮겨간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처음부터 똑같이 마음을 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슈드후리는 첫 진료에서 앨런이 감정을 이야기해도 자라는 의사의 태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보호하는 선이 있다. 앨런이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과 자라가 곧바로 같은 정도의 친밀함을 허락한다는 사실은 다르다. 두 사람의 관계를 보려면 남자가 말하는 내용만큼 여자가 그 말을 어떻게 받는지도 보아야 한다.

자라에게도 자기 생활이 있다. 감독은 이 인물이 다른 나라에서 살 기회가 있으면서도 고향에 남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앨런에게 낯선 장소가 자라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는 곳이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나라에서, 다른 사람은 이미 오랫동안 자기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이 만남을 앨런의 기분이 좋아지는 과정으로만 따라가면 자라의 흥미로운 부분을 놓친다. 자라는 앨런이 찾아올 줄 알고 준비되어 있던 사람이 아니다. 진료를 하고, 경계를 두고, 자신의 욕망과 생활을 가진 사람이다. 앨런이 상대를 잘 안다고 장담하는 대신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 앞에 머물 수 있을 때 둘 사이의 대화에도 여지가 생긴다.

자신감이 줄어든 얼굴에 남는 것

행크스는 앨런을 연기하며,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상품을 팔고 팀을 독려하려고 낙관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서 웃음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때 잠깐 드러나는 활기는 그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짐작하게 한다. 영업의 말이 전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한때 자신에게도 통하던 확신을 지금도 끌어내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 연기는 앨런의 어색함을 웃으면서도 계속 그를 따라가게 한다. 농담이 낡았고 태도가 고집스러워도, 관객은 그 아래의 곤란함을 본다. 감독이 행크스를 원한 이유 역시 인물이 잘못 행동하는 순간에도 관객과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려는 표정이 버티지 못할 때 오히려 인물이 더 가까워진다.

출장에서 앨런이 얻는 것을 계약서의 성과로만 계산하기는 어렵다. 왕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동안 운전사와 음악 이야기를 하고, 의사에게 지쳤다고 말한다. 그 말들은 처음 준비해온 판매 설명에 들어 있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사람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을 팔러 온 사람이, 정작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을 다시 배우고 있다. 영화의 작은 반전은 바로 그 거리가 줄어드는 데 있다.

감상 포인트

1. 정장과 사막의 어울리지 않음 앨런의 차림과 주변 공간을 함께 보자. 옷은 업무의 자신감을 보여주지만 넓은 빈 공간은 그 자신감을 받쳐주지 않는다. 초반의 환상 장면이 끝난 뒤에도 기묘함이 이어지는 이유다.

2. 시카고라는 한 단어 유세프의 음악 취향과 앨런의 첫 대답을 비교해보자. 서로 다른 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아주 작은 오해로 웃음을 만든다. 상대를 미리 안다고 생각할 때 놓치는 것이 드러난다.

3.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진료실에서 앨런이 털어놓는 내용과 자라의 태도를 함께 살펴보자. 한쪽의 빠른 신뢰가 곧 양쪽의 같은 감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의사로서의 거리와 개인적인 친밀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다.

4. 억지로 꺼내는 낙관 앨런이 팀을 독려하거나 자신을 소개할 때 행크스의 활기를 보자. 현재의 불안 속에서 예전의 능숙함을 되찾으려는 노력이다. 웃긴 말의 내용과 그 말을 해야 하는 처지를 함께 보면 표정이 다르게 남는다.

관련 작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소피아 코폴라 도쿄에 머무는 두 외국인이 낯선 장소에서 친밀함을 나눈다. 익숙한 역할에서 벗어났을 때 오히려 자기 상태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관계를 비교할 수 있다. 여행의 풍경보다 대화 사이의 어색한 시간이 중요해진다.

〈터미널〉(2004), 스티븐 스필버그 입국할 수 없게 된 남자가 공항에서 지내며 그곳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행크스가 기다림과 난처함을 어떻게 웃음으로 바꾸는지 이어 볼 수 있다. 예정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시간이 다른 만남을 만드는 이야기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