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찍지 않은 영화의 음악을 먼저 만든다. 감독 톰 티크베어에게는 낯설지 않은 작업 순서다. 그는 조니 클리멕과 음악을 함께 쓰고, 편집자가 장면을 붙이기 시작할 때 그 곡들을…
아직 찍지 않은 영화의 음악을 먼저 만든다. 감독 톰 티크베어에게는 낯설지 않은 작업 순서다. 그는 조니 클리멕과 음악을 함께 쓰고, 편집자가 장면을 붙이기 시작할 때 그 곡들을 건넨다. 완성된 화면에 나중에 감정을 입히는 재료로만 음악을 쓰지는 않는 것이다. 어떤 속도로 한 사람을 따라가고 어디에서 잠깐 머물지, 소리도 처음부터 그 선택에 참여한다.
〈홀로그램 포 더 킹〉의 주인공 앨런 클레이(톰 행크스)는 그런 속도에 민감한 사람이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큰 계약을 따내러 왔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만나야 할 사람은 좀처럼 오지 않고, 준비한 능력을 보여줄 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바쁜 사업가의 영화가 될 것 같던 이야기는 기다리는 남자의 영화가 된다. 티크베어는 이 답답한 시간을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티크베어는 〈홀로그램 포 더 킹〉 작업을 설명하며, 촬영 전에 음악의 대부분을 준비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편집 중에 다른 영화의 음악을 임시로 붙여두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편집자가 처음부터 이 영화를 위해 쓴 곡으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감독이 음악을 잘 안다는 이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떤 장면 뒤에 다음 장면을 놓을지 정할 때, 이미 곡의 흐름을 들을 수 있다. 대사는 끝났어도 음악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고, 인물이 멈춰 있어도 소리가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게 할 수 있다. 영상의 길이와 음악의 길이를 함께 생각할 여지가 생긴다.
앨런의 출장에는 뚜렷한 성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많다. 그렇다고 관객도 그만큼 무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끝내지 못한 채 돌아가는 하루에도 초조함과 멋쩍음, 뜻밖의 즐거움이 섞인다. 음악을 귀 기울여 들으면, 같은 기다림이 어떻게 다른 기분으로 지나가는지 살필 수 있다. 사업의 진척만 따라가던 눈이 이 남자의 하루에 머물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티크베어가 믿은 또 하나의 재료는 이미지 자체의 우스꽝스러움이다. 정장 차림의 톰 행크스가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큰 사업을 하겠다고 서 있다. 감독은 이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한 효과를 자꾸 보태지 않아도 영화가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정장은 일을 하러 온 사람의 옷이다. 회의실과 책상, 약속된 일정이 있을 때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넓은 모래밭에 그 사람만 놓이면 준비한 것과 실제 상황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앨런은 여전히 전문가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그 전문성을 써먹을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옷이 말해주는 자신감과 장소가 보여주는 막막함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이 차이를 알아차리는 데 사업 실패의 내력을 길게 들을 필요는 없다. 잘 준비했다고 믿는 사람이 엉뚱한 곳에 도착한 듯한 모습부터 눈에 남는다. 이어서 앨런이 사소한 일에 당황하거나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멈추면, 그의 반응이 조금 더 이해된다. 감독이 고른 낯선 풍경은 관광지의 볼거리이기 전에 주인공의 익숙한 태도를 시험하는 장소가 된다.
티크베어는 행크스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에게는 낡은 사업 방식과 상대에게 잘 통하지 않는 농담이 있다. 늘 사려 깊게 행동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행크스가 연기하면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그에게서 마음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고 감독은 보았다.
인물의 결점을 지우는 대신 그 결점을 드러내도 관객이 곁에 남게 하는 배우를 택한 셈이다. 앨런의 일이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과 지금 그의 행동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일은 함께 갈 수 있다. 그가 난처해하는 모습에 웃다가도 너무 오래 혼자 두고 싶지는 않다. 행크스의 친근함은 앨런을 처음부터 좋은 사람으로 보증하기보다, 그가 달라질 때까지 따라갈 이유를 마련한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중요한 만남도 계약 상대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운전기사 유세프(오마르 엘바)와 의사 자라(사리타 슈드후리)를 만나는 동안 앨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설명하는 사람으로만 있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사정도 듣고 도움도 받아야 한다. 출장의 목적에는 없던 관계가 그의 하루를 바꾼다.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모든 시간을 오래 남겨두지는 않았다. 편집을 맡은 알렉산더 베르너와 작업하던 티크베어는 한때 두 시간가량이었던 영화가 너무 길다고 판단했다. 다른 작업 때문에 편집을 잠시 멈췄다가 돌아온 경험도 도움이 되었다. 이미 익숙해진 장면을 다시 보고 덜어낼 수 있었다. 최종 영화는 백 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선택은 주인공의 답답함과 관객의 지루함을 구별하게 한다. 약속이 미뤄졌다는 사실을 이해한 뒤에도 똑같은 답답함만 되풀이해서 볼 필요는 없다. 다음 만남에서 앨런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새로 편해지거나 더 불편해지는 것은 무엇인지 볼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남길지 고르는 편집은 그 변화에 자리를 내주는 일이기도 하다.
◆ 할 일이 없는 시간에 들리는 음악 — 앨런이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장면에서 음악이 어떤 기분을 만드는지 들어보자. 일이 진척되는 속도와 관객이 장면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꼭 같지는 않다. 초조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하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정장과 주변 풍경의 차이 — 앨런이 무슨 일을 하러 왔는지 알고 사막의 모습을 다시 보자. 옷과 장소가 어울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물의 처지가 전해진다. 감독이 추가 효과 없이도 충분히 기묘하다고 생각한 이미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 말을 건넬 때 드러나는 자신감 — 앨런이 상대에게 말을 건넬 때 목소리와 얼굴을 함께 살펴보자. 자신 있게 시작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행크스가 그 난처함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볼 만하다. 인물의 실수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연기를 느낄 수 있다.
◆ 출장 일정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 — 유세프나 자라와 함께 있을 때 앨런의 말과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만남과 개인적인 관계에서 필요한 행동은 다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자신을 소개하는 말보다 이 남자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 〈홀로그램 포 더 킹〉 (2016, 톰 티크베어) — 계약을 따내려는 남자의 시간을 음악과 배우의 표정이 다채롭게 바꾼다. 업무가 잘 풀리는지만 기다리기보다 앨런이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지 따라가면, 영화의 관심이 옮겨가는 곳을 느낄 수 있다.
◆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2006, 톰 티크베어) — 냄새에 예민한 인물의 경험을 영상과 소리로 전달해야 했던 영화다. 서로 다른 감각을 영화 안에서 어떻게 만나게 할지 고민한 감독의 작업을 비교하기 좋다. 블루레이로 소장하며 세부를 되짚어볼 작품으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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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