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련〉의 첫 편집본은 세 시간 반이었다. 주요 인물은 여섯 명이고, 그들의 이야기는 한 사건의 앞뒤를 오간다. 감독 호위딩에게는 줄여야 할 장면이 많았다. 그렇다고 칼을 휘…
〈청춘시련〉의 첫 편집본은 세 시간 반이었다. 주요 인물은 여섯 명이고, 그들의 이야기는 한 사건의 앞뒤를 오간다. 감독 호위딩에게는 줄여야 할 장면이 많았다. 그렇다고 칼을 휘두른 남자만 남기면 다른 영화가 될 터였다. 사건에 휘말리기 전, 나머지 사람들도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공동 연출한 치신 후는 호위딩과 오래 일해온 제작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07년 함께 제작사를 세웠고, 〈행복도시〉에서는 감독과 제작자로 협업했다. 〈청춘시련〉에는 나란히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오랫동안 영화를 함께 만들어온 두 사람의 작업을, 이번에는 한 청년의 범죄 주변에 펼쳐진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만난다.
〈청춘시련〉은 밍량(임백굉)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그에게 공격당한 유팡(이목)은 배우를 꿈꾸는 청년이다. 밍량은 경찰에게 유팡이 자신의 전 애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밍량의 주장이다. 유팡의 삶까지 그의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영화가 다른 인물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이 구별이 중요해진다. 유팡은 누군가가 욕망하고 공격한 대상이기 전에, 연기를 하고 사람을 만나며 자기 관계를 꾸려온 사람이다. 다른 인물에게도 사건과 직접 관계없는 바람과 고민이 있다. 범행의 원인을 알아내려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더라도, 그 이유 하나로 이들의 시간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호위딩은 한 사건을 처음 전해 들은 뒤, 새로운 사실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차례로 접하는 경험에 관심을 보였다. 영화에서 시간을 옮기는 것은 범인을 숨기기 위한 장치만이 아니다. 앞서 알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른 관계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게 한다. 같은 사건을 다시 만나도 그때까지 우리가 알게 된 사람들은 달라져 있다.
이 선택에는 부담도 따른다. 인물이 많고 시간이 바뀌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놓치기 쉽다. 편집자 리후이와 호위딩은 인물의 이름을 보여주는 장별 구성을 활용했다.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대신, 관객이 지금 누구를 따라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길을 냈다. 여섯 사람을 한 영화에 남기려면 그만큼 읽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
밍량을 연기한 임백굉은 오디션에서 경찰의 취조를 받는 상황을 연기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약 두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위딩은 그 침묵에 주목해 각본에 반영했다. 인물의 속마음을 설명할 대사를 더 쓰기 전에, 배우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받아들인 것이다.
말이 없는 얼굴은 곧바로 답을 주지 않는다. 후회하는지, 기다리는지, 상대를 무시하는지 쉽게 가를 수 없다. 밍량이 결국 자기 행동을 설명하더라도 관객은 이미 그 얼굴을 한동안 마주한 뒤다. 무슨 말을 했는지만큼 어떻게 말하고 있었는지가 인물에 대한 인상을 만든다.
호위딩은 배우들과 준비하면서 각본을 고쳤다. 배우를 완성된 인물의 외형에 맞추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글로 쓰인 장면을 실제 사람이 연기했을 때 생긴 시간을 다시 이야기 안으로 들였다. 촬영 전 준비가 길어지는 까닭도 여기서 짐작할 수 있다. 대사와 행동을 정해두는 것 외에, 이 배우가 어떤 인물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배우에게서 얻은 것을 살리는 일은 편집실에서도 이어졌다. 리후이는 장면 하나만 떼어놓고 연기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에 어떤 만남이 있었는지에 따라 사소해 보이던 반응도 무게를 얻기 때문이다. 〈청춘시련〉의 여러 관계는 각각의 대화뿐 아니라, 그 대화를 어느 순서로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달리 느껴진다.
호위딩은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타이베이에서 작업을 이어갔다. 광고 연출을 계속하며 살 수도 있었지만, 자기 영화를 만들고 싶어 다시 작은 제작 현장으로 돌아갔다. 〈청춘시련〉의 바탕이 된 구상도 학생 시절에 쓴 이야기였다. 오래 묵혀둔 글을 꺼내 현재의 타이베이에서 벌어지는 일로 고쳐 썼다.
오래된 구상이 있다고 해서 젊은 인물들의 생활까지 이미 안다고 여긴 것은 아니다. 그는 젊은 스태프들과 대화하며 각본 속 인물과 상황이 현실에도 있을 법한지 확인했다. 온라인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가까워지고 싶지만 상대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사정을 현재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오늘의 청년들에게 입히지 않으려는 작업이었다.
전작에서 해본 방식도 그대로 반복하지 않았다. 〈행복도시〉를 함께 촬영했던 장루이 비알라르와 다시 일하면서, 필름과 손으로 들고 찍는 카메라에서 디지털 촬영과 고정된 구도로 옮겨갔다. 같은 협업자가 있다고 같은 화면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순서를 바꾸는 관심은 이어졌지만, 인물을 보여주는 화면의 움직임은 달라졌다.
장르를 바꿀 때도 그런 태도가 드러난다. 호위딩은 자신을 특정한 종류의 영화만 잘 만드는 감독으로 묶어두는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다만 배우에게 좋은 연기를 얻고 싶다는 바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춘시련〉에서는 그 바람이 범죄를 저지른 한 사람에게만 쏠리지 않는다. 유팡이 밍량의 설명 속에서 벗어나 자기 이야기를 갖는 순간에도, 이 감독이 함께 일하는 배우에게서 무엇을 기다리는지 보인다.
◆ 밍량의 말과 유팡의 삶 —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 밍량의 설명만으로 결론 내리지 않는 것이 출발점이다. 유팡을 따라가는 장면에서는 그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관심을 두자. 한 남자의 범행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사람으로만 그를 보지 않게 된다.
◆ 이름이 바뀌는 순간 — 새 인물의 이름이 나타나면 같은 사건 주변의 다른 생활이 시작된다. 앞선 장면과 연결되는 단서를 찾는 재미도 있지만, 그 인물에게 당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도 있다. 영화가 여섯 사람을 남겨둔 이유를 여기서 느낄 수 있다.
◆ 대사 앞의 침묵 — 밍량의 말을 듣기 전에 얼굴과 자세를 먼저 만나게 된다. 오디션에서 나온 배우의 선택이 각본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인물을 설명하는 문장보다 아무 말 없는 시간이 더 많은 의문을 만들 수 있다.
◆ 앞 장면이 바꾸는 연기 — 관계가 진행된 뒤 다시 떠올려보면 처음에는 작게 느껴졌던 반응이 중요해질 수 있다. 감정을 크게 표현했는지만으로 연기를 판단하기보다, 앞선 만남이 그 표정에 무엇을 더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배우의 연기와 편집의 순서가 함께 이야기를 만든다.
◆ 〈청춘시련〉 (2021, 호위딩·치신 후) — 오래 협업한 두 창작자가 공동 연출한 군상극이다. 범죄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만나게 되는지 살펴보면, 한 사건을 여러 인물에게 나누어 맡긴 선택이 분명해진다.
◆ 〈행복도시〉 (2018, 호위딩) — 치신 후가 제작에 참여했고, 한 인물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을 취한다. 여러 사람에게 시선을 옮기는 〈청춘시련〉과 비교하면 시간의 배열만큼 누구에게 머무느냐도 중요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사건을 먼저 보거나 나중에 보는 차이를 생각하며 이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