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풋은 걷기만 할까, 젤너 형제의 엉뚱한 호기심 | MovieLAB LAB

빅풋을 찍었다는 영상에서는 대개 털북숭이 생명체가 숲을 가로질러 걷거나 달아난다. 데이비드 젤너와 나단 젤너는 그 모습 뒤의 생활이 궁금했다. 먹고 자는 때도 있을 테고, 다른 …

빅풋은 걷기만 할까, 젤너 형제의 엉뚱한 호기심 | MovieLAB LAB

빅풋을 찍었다는 영상에서는 대개 털북숭이 생명체가 숲을 가로질러 걷거나 달아난다. 데이비드 젤너와 나단 젤너는 그 모습 뒤의 생활이 궁금했다. 먹고 자는 때도 있을 테고, 다른 개체와 함께 지내는 시간도 있지 않을까. 〈사스콰치 선셋〉은 그 엉뚱한 호기심을 한 해 동안의 생존 이야기로 키운 영화다.

이 형제에게 빅풋은 어릴 때부터 좋아한 존재였다. 그렇다고 이번 영화로 실재를 입증하려 한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들킨 순간밖에 없는 괴담 속 생명체에게, 사람이 보지 않을 때의 삶을 주고 싶었다. 영화에 인간의 대사와 해설을 넣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누군가가 숲 밖에서 이들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관객은 다시 목격자의 자리에 서게 된다.

대사 없이도 시나리오는 필요했다

데이비드는 대사 대신 행동과 반응을 써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며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적었다. 말을 하지 않는 영화이니 현장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면 된다는 식의 출발은 아니었다. 배우와 제작진이 같은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했다.

형제는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동물 무리를 한 해 동안 따라가는 구성을 참고했다. 하루의 재미있는 행동을 모아놓으면 우스운 영상이 될 수 있지만,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함께 있으면 먹고 살아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처음에는 낯설고 지저분해 보이던 행동도, 그들에게 필요한 일로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속 네 개체는 서로 같은 성격이 아니다. 누가 앞장서고 누가 주변을 살피는지, 다른 개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서 차이가 난다. 인간의 이름이나 직업 없이도 관계는 만들어진다. 누군가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리는 대신, 다음 행동을 먼저 지켜보게 된다.

젤너 형제의 웃음은 이때 생긴다. 생명체들은 진지하게 자기 일을 하는데 인간 관객에게는 그 일이 우스울 수 있다. 감독이 이들을 희화화하는 해설을 덧붙이지 않으면 웃고 난 뒤에도 행동은 계속된다. 관객의 웃음을 위해 잠깐 나타난 괴물이 아니라, 그 숲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스콰치 선셋〉 — 숲에서 먹이를 든 사스콰치

감독도 털옷을 입고 숲에 들어갔다

공동연출자 나단은 네 개체 중 하나를 직접 연기했다. 몸과 얼굴을 본떠 만든 분장과 털로 덮인 의상은 무거웠다. 실제 숲에서 촬영했으므로 날씨와 짧은 일조 시간도 견뎌야 했다. 빅풋의 생활을 상상하던 감독이 이번에는 그 몸으로 숲을 걸어야 했다.

함께 출연한 제시 아이젠버그와 라일리 키오도 익숙한 얼굴과 말투를 내려놓았다. 아이젠버그에게서 빠른 대사를 기대하던 관객이라면 더욱 낯설 것이다. 배우의 유명세보다 몸의 자세와 반응이 먼저 들어온다. 형제는 얼굴을 모두 감추지는 않았다. 분장 속에서도 배우의 눈은 남겨두었다.

이 눈이 중요하다. 멀리서 걸어가는 빅풋은 실루엣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다른 개체를 보는 표정은 목격담의 대표 이미지에 없던 것이다. 영화는 관객이 잘 아는 외형을 보여준 뒤 그 안에서 서로 다른 반응을 찾게 한다. 어느 배우인지 맞히는 재미가 지나가도 계속 볼 것이 남는다.

형제의 협업 역시 연출과 연기를 딱 나누는 방식만은 아니다. 함께 구상한 세계 안에 나단이 배우로 들어가고, 데이비드는 카메라 밖에서 그 움직임을 본다. 실제 숲과 무거운 의상이 배우에게 주는 조건까지 영화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황당한 설정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 조건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스콰치 선셋〉 — 능선에 선 사스콰치 가족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따라가는 법

젤너 형제는 〈쿠미코, 더 트레저 헌터〉에서도 남들이 쉽게 믿지 않을 이야기를 따라갔다. 쿠미코(키쿠치 린코)는 〈파고〉 속 돈을 실제로 찾을 수 있다고 믿고 미국으로 떠난다. 형제는 한 일본 여성을 둘러싸고 퍼진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지만, 나중에 알려진 사실을 충실히 재현하는 전기영화로 만들지는 않았다. 소문이 불러온 상상에서 허구의 인물을 만들었다.

이 작품의 연출은 데이비드가, 각본은 두 형제가 함께 맡았다. 쿠미코가 왜 그런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 모든 사정을 설명하기보다, 관객이 그 여행을 따라가고 싶을 만큼 인물을 보여주려 했다. 잘못된 믿음이라는 판단을 내린 뒤에도 한 사람의 여정은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스콰치 선셋〉에서는 관객이 믿기 어려워할 대상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관람이 진행될수록 실재 여부보다 지금 저 생명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가 더 궁금해진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뻔한 사물도 이들에게는 처음 만나는 것일 수 있다. 그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 관객은 잠시 자신이 아는 용도와 이름을 뒤로 미루게 된다.

빅풋이 걷기만 하는지 궁금했던 형제는, 관객에게도 걷는 모습을 오래 볼 이유를 마련했다. 어디로 이동하고 누구와 함께 가는지 알게 되면, 같은 걸음이 처음과 다르게 보인다. 괴담 속 짧은 목격 영상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친밀함이다. 젤너 형제는 설명을 더하는 대신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서 그 친밀함을 만든다.

감상 포인트

◆ 행동 다음에 오는 반응 — 한 개체가 무엇을 하는지만 보지 말고 다른 개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자. 대사 없이도 관계와 성격이 드러난다. 시나리오를 행동과 감정으로 준비한 선택이 화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다.

◆ 분장 속에 남은 눈 — 털과 큰 몸에 익숙해진 뒤에는 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자. 멀리서 본 실루엣과 가까이 본 표정의 차이가 크다. 목격담 속 이미지가 개별적인 존재로 달라지는 순간이다.

◆ 웃음 뒤에도 계속되는 생활 — 우스운 행동을 본 다음 장면에서도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따라가보자. 먹고 쉬고 이동하는 일은 계속된다. 한 해의 구성이 짧은 농담들의 모음과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느낄 수 있다.

◆ 낯선 것을 만났을 때 — 인간에게 익숙한 것을 네 개체가 어떻게 탐색하는지 주목해보자. 설명하는 목소리가 없으므로 관객도 잠시 그 반응을 기다리게 된다. 무엇인지 알아도 그들에게 어떤 경험인지는 따로 보아야 한다.

관련 작품

◆ 〈사스콰치 선셋〉 (2024, 데이비드 젤너·나단 젤너) — 네 생명체가 한 해를 살아가는 공동연출작이다. 특이한 분장과 설정에 먼저 웃게 되더라도, 서로를 대하는 행동까지 따라가보자. 형제가 오래 품어온 호기심이 관계를 보는 영화로 넓어진다.

◆ 〈쿠미코, 더 트레저 헌터〉 (2014, 데이비드 젤너) — 영화 속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자를 다루며 두 형제가 각본을 함께 썼다. 관객이 믿기 어려운 목표를 가진 인물에게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는지 비교해볼 만하다. 실제 인물의 삶을 그대로 옮긴 전기영화와는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