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를 꺼내는 수술인데 표가 매진된다, 〈미래의 범죄들〉 | MovieLAB LAB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들〉(2022)은 인류가 만든 환경에 맞춰 몸이 빠르게 바뀌는 가까운 미래를 그린다. 공연 예술가인 주인공 사울 텐서(비고 모텐슨)는 몸에…

장기를 꺼내는 수술인데 표가 매진된다, 〈미래의 범죄들〉 | MovieLAB LAB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들〉(2022)은 인류가 만든 환경에 맞춰 몸이 빠르게 바뀌는 가까운 미래를 그린다. 공연 예술가인 주인공 사울 텐서(비고 모텐슨)는 몸에 새로 자라는 장기를 감추지 않고 관객 앞에서 꺼내는 공연의 재료로 삼는다. 새 장기가 자라는 변화를 모두가 반기지는 않는다. 정부 비밀 기관인 국가장기등록소는 새 장기의 출현을 은밀히 지켜본다. 사울은 몸에 연결돼 통증을 미리 알고 몸을 움직여 주는 침대에서 자고, 먹을 때는 몸을 움직여 주는 의자에 앉는다.

공연 파트너 카프리스(레아 세이두)는 한때 사울의 목숨을 구한 외상외과 의사 출신이다. 사울의 몸에 새 장기가 자라면 침대가 이를 알아채며, 카프리스는 그 장기를 살펴 문신을 새긴다. 이어 둘은 돌로 만든 관처럼 생긴 수술 기계 안에서 그 장기를 꺼내는 공연을, 표가 매진된 객석 앞에 올린다. 수술로 꺼내야 할 낯선 장기가 사울에게는 작품이 되고, 객석에는 보고 싶은 구경거리가 된다. 그 몸을 돌보는 침대와 의자마저 살과 뼈를 닮았다. 수술 공연의 기묘함은 장기를 꺼내는 순간뿐 아니라, 먹고 자고 서로의 몸에 손을 대는 일상까지 이어진다.

얌전하던 관료가 예술가의 입을 벌린다, 스튜어트의 즉흥

국가장기등록소의 관료 팀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뒤쫓던 사울의 몸에 제 손을 직접 대는 인물이다. 무작위로 자라는 종양과 달리 무언가 쓰임이 있어 보이는 사울의 새 장기를, 극중 한 인물은 '디자이너 암'이라고 한다. 등록소는 이런 장기가 자라는 사울의 몸을 특히 눈여겨본다.

팀린은 처음에는 얌전하지만 점점 자제력을 잃어 간다. 영화에는 그런 팀린이 사울의 턱을 주물러 입을 벌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이 동작은 스튜어트가 촬영 때 누구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고 즉흥으로 한 것이다. 스튜어트가 본 팀린은 스스로를 억누르며 갇혀 지내다가, 사울의 예술을 보고 완전히 깨어나는 인물이다. 스튜어트는 자기 속을 파내어 세상에 보여 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도 말했다. 사울의 공연에서는 이 말이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몸 안에서 자란 장기를 수술로 꺼내 관객 앞에 그대로 내놓기 때문이다.

이마에 귀처럼 생긴 형태가 있는 남성의 얼굴

통증을 미리 아는 침대가 기계 대신 꽃을 닮은 까닭

크로넨버그 감독과 미술팀은 각본에서 줄을 당기면 움직이는 거미줄 모양 기계였던 사울의 침대를, 살집 있는 난초 모양으로 다시 설계했다. 각본대로 설계해 보니 모양도 느낌도 좋지 않았을뿐더러 기계로 움직이게 만들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크로넨버그는 영화 속 공간과 물건의 모양을 맡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캐럴 스파이어와 함께 이 설계를 버렸다. 새 모양의 시안은 스파이어와 그래픽 담당자들이 여럿 만들었다.

사울의 의자도 각본에 적힌 기계 모양대로 만들어서는 효과가 없었다. 침대와 의자는 몇 달에 걸친 논의와 시도 끝에 지금의 모양이 됐다.

침대의 이름도 거미줄 침대에서 난초 침대라는 뜻의 오키드베드로 바뀌었다. 오키드베드는 공중에 매달린 커다란 꽃 모양이다. 사울은 그 꽃 속에 누워 잠든다. 이 침대는 촬영장에 실제로 만든 물건이고, 모텐슨은 그 안에 누워 연기했다. 새 장기가 자라며 달라지는 몸을 돌보는 물건까지, 이 영화에서는 기계보다 살아 있는 것을 닮은 모양을 하고 있다. 낯선 꽃 속에 누운 모습은 섬뜩하지만, 그 꽃이 하는 일은 사울을 재우는 것이다. 모양의 기괴함과 몸을 돌보는 용도를 함께 알게 되면, 이 가구를 무서운 물건으로만 보기는 어려워진다.

어둠 속에서 여러 팔 모양 구조물이 누운 사람 주변을 에워싼다

수술 장치의 팔은 CG보다 사람이 먼저 움직였다

촬영장에 실제로 만든 수술 기계의 팔은 인형 조종사들이 움직였고, 수술 동작은 그 팔을 찍은 영상에 컴퓨터로 더해 완성했다. 이 영화는 촬영장에서 직접 일으키는 특수효과와 배우 몸에 붙이는 보철을 썼다.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은 그 위에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더했다. 크로넨버그는 CG를 지나치게 쓰면 화면이 만화처럼 보인다고 했다.

두 배우는 공연 장면을 촬영장에 실제로 놓인 수술 기계를 상대로 찍었다. 모텐슨은 이 기계가 실제로 편안했고, 눈앞에 실물이 있으니 믿는 척하기가 쉬웠다고 했다. 칼날을 움직이는 기기를 어떻게 다룰지처럼 현실에 없는 동작은 세이두와 함께 궁리했다고 한다. 공연에서는 사울이 자기 몸을 카프리스의 조작에 맡긴다. 칼날이 무엇을 꺼내는지와 함께, 그 몸을 맡기고 다루는 두 사람의 관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너져 가는 거리는 실물이고, 집 창밖 시골은 합성이다

영화의 바깥 장면은 모두 아테네에서 찍었지만, 화면 속 도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래의 어느 곳이다. 제작진은 아크로폴리스 같은 명소를 찍지 않았다. 스파이어는 체르노빌 사진과 무너져 가는 디트로이트, 아바나의 건물을 자료로 살폈다. 촬영 장소로는 아테네에서 철거 비용이 너무 들어 버려진 채 남은 오래된 건물들을 찾았다. 그래서 바깥 장면은 이름난 유적 대신 버려진 채 낡아 가는 건물 사이에서 찍었다.

무너져 가는 바깥과 달리, 사울의 집은 병든 그의 몸을 바깥 환경에서 지키려고 지은 곳이다. 수술 기계가 놓인 방부터 침실, 실험실, 식사 공간, 거실까지 모두 스튜디오 안에 세트로 지었다. 집의 설계는 땅 밑처럼 바깥과 떨어진 벙커에서 출발했다. 벽은 스파이어가 산토리니섬의 동굴 숙소에 묵어 본 경험을 살려 곡선으로 설계했다. 침실의 모양은 스파이어가 본 첼로 속 사진에서 나왔다.

스파이어에 따르면 세트 자체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채운 곳은 창밖뿐이었다. 스튜디오 안이라 창밖에는 초록색 배경을 세워 두었다가, 나중에 그 자리에 그리스 시골 풍경을 합성했다. 그래서 몸을 지키려고 바깥과 떼어 지은 이 집의 창밖에는, 버려진 건물이 선 거리 대신 시골 풍경이 보인다. 버려진 건물들 사이에서 사울의 집으로 들어오면, 몸을 지탱해 주는 장치와 둘러싼 벽의 역할이 함께 보인다. 기괴한 장치가 필요한 까닭을 알고 나면, 그 집을 낯설게 보는 마음에도 사울이 그 안에서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섞인다.

감상 포인트

◆ 사울이 말할 때 목에서 나는 소리 — 사울이 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모텐슨은 각본에 적힌 사울의 목과 발성, 소화 문제를 곧바로 목소리 연기로 옮겼다. 크로넨버그가 가끔 내는 소리와, 웃지 않고 던지는 건조한 유머도 빌려 왔다. 장기를 꺼내는 공연 바깥에서도 사울의 몸은 말 한마디에 드러난다. 화려한 예술가의 모습과 일상을 버티는 몸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 첫 장면의 옆으로 누운 배 —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옆으로 누운 배를 보자. 제작진이 아테네에서 촬영 장소를 찾아다니다 발견한 배로, 현지 사람들 말로는 20년쯤 그 자리에 있었다. 촬영장에 만든 장치들과 달리, 영화를 위해 만든 소품이 아니라 원래 그곳에 있던 배다. 미래의 황폐함을 보여주는 풍경이 실제 도시에서 발견한 것이었다는 점이 서늘하다. 이 미래가 지금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생각하며 볼 만하다.

◆ 전자음과 적은 인원의 녹음에서 출발한 음악 — 음악을 맡은 하워드 쇼어의 소리를 들어 보자. 쇼어와 크로넨버그는 촬영 초기에 전자음을 쓰고 적은 인원으로 녹음한다는 기본 방향만 이야기했다. 쇼어는 영상과 떨어진 자리에서 짧은 악상인 모티프 아홉 개를 먼저 썼으며, 영화 어디에 놓을지는 나중에 정하겠다고 했다. 장기의 모양에 눈길이 쏠릴 때에도, 음악이 그 장면을 얼마나 불편하거나 매혹적으로 느끼게 하는지 함께 들어보자. 화면의 기괴함과 소리가 주는 느낌이 꼭 같은지 비교해볼 수 있다.

◆ 화면에 뜨는 'Body is reality'라는 문구 — 몸이 곧 현실이라는 뜻의 영어 문구가 화면에 뜨는 순간을 찾아보자. 크로넨버그는 이 말을 이 영화의 만트라, 곧 늘 되뇌는 말이자 예술가인 자신의 만트라라고 불렀다. 현실에 대한 이해는 몸과 감각이 만든다는 뜻이라고 한다. 사울에게는 작품인 장기가 등록소에는 관리할 대상이 된다. 같은 몸을 두고 서로 다르게 행동하는 인물들을 떠올리면, 이 문구도 추상적인 구호보다 구체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관련 작품

◆ 〈데드 링거〉 (1988,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 부인과 의사로 이름난 쌍둥이 형제 엘리엇과 비벌리(제레미 아이언스, 1인 2역)의 이야기다. 크로넨버그는 이 영화에서 엘리엇이 몸속을 겨루는 미인대회는 왜 없느냐고 말하는 대사가 〈미래의 범죄들〉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래의 범죄들〉에는 몸속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비밀 대회가 나오고, 사울은 거기 나가려고 배에 지퍼를 단다. 몸속까지 아름다움의 기준을 들이대는 발상이 대사에서 실제 구경거리로 커진다. 두 영화를 이어서 보면, 겉모습을 품평하는 익숙한 습관이 몸 안으로 옮겨갈 때의 불편함을 비교할 수 있다.

◆ 〈스파이더〉 (2002,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 오랜 세월 정신병원에서 지낸 남자가 사회 복귀 시설로 옮겨 와,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헤매며 지난날을 되짚는 이야기다. 크로넨버그는 사울을 이 영화의 주인공 스파이더(랄프 파인즈)에 빗댔다. 스파이더는 자기가 누구인지 몰라서 사람에게도 일에도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인물인데, 사울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이다. 사울은 예술로 자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스파이더는 기억을 되짚고 사울은 몸에서 생긴 것을 내보인다. 자기를 알아내려는 두 사람의 방법을 비교하면, 사울의 기이한 공연에서도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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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