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직원들 앞에 서자 사무실이 환호로 들썩인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조던은 자신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인물이다. 투자자를 속여…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직원들 앞에 서자 사무실이 환호로 들썩인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조던은 자신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인물이다. 투자자를 속여 벌어들인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만으로 존경을 받는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이 열광을 거침없이 키운다. 디카프리오는 능숙한 말솜씨와 큰 몸짓으로 사람들을 휘어잡고, 영화는 더 많은 돈과 더 요란한 파티를 향해 움직인다. 조던의 호화로운 생활을 구경하다 보면 그를 부러워하고 따르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 남자가 얼마나 가졌는지보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에게 자신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주는지가 궁금해진다.
디카프리오의 연설 장면에서는 말을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던이 목소리와 몸짓을 키울수록 직원들도 열광한다. 그를 향한 시선과 박수가 연설에 힘을 보탠다. 혼자라면 지나치게 요란해 보일 행동도 사무실 전체가 함께하니 자연스러워진다. 이곳에서는 잠깐 망설이는 사람 쪽이 오히려 분위기를 깨는 것처럼 보인다.
스코세이지는 이 영화에서 배우들에게 더 크게 연기하도록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편집에서도 거칠고 맹렬한 기세를 원했다. 디카프리오의 큰 연기와 빠른 전개가 맞물리면서, 조던의 자랑은 듣고만 있는 이야기에서 눈앞의 소동으로 커진다. 그가 다음에는 얼마나 더 요란하게 성공을 과시할지 기다리게 된다.
돈을 버는 일과 남에게 인정받는 일이 이 사무실에서는 하나가 된다. 조던은 직원들에게 큰돈을 벌 기회를 내세우고, 직원들은 환호로 그의 성공을 확인해준다. 영화가 보여주는 탐욕에는 혼자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뿐 아니라, 그런 사람을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다. 조던의 연설과 직원들의 반응을 함께 찍는 장면에서 그 관계가 선명해진다.
그런 조던도 처음 월가에 들어왔을 때는 성공한 사람을 바라보는 신입사원이었다. 선배 마크 해나(매튜 매커너히)와 점심을 먹는 장면을 보자. 마크는 술이 끊이지 않도록 주문하고, 조던은 아직 물이면 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조던이 배우는 것은 주식의 가치만이 아니다. 돈 잘 버는 사람이 어떤 태도로 앉아 있고, 얼마나 거리낌 없이 자기 욕구를 말하는지도 배운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젊은이가 눈앞의 선배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성공에 대한 동경은 꽤 알아보기 쉬운 표정을 얻는다.
선배를 바라보던 조던은 얼마 뒤 누군가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된다. 동료가 될 도니 아조프(조나 힐)는 조던의 수입을 듣고 증거를 보여달라고 한다. 그리고 확인하자마자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전화한다. 무슨 일을 함께할지 긴 설명을 듣는 것보다, 얼마를 버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편이 훨씬 강력하다. 조던의 돈은 물건을 사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사람을 자기 곁으로 불러들이는 힘이 된다.
조던이 설득하려는 상대는 영화 속 직원들만이 아니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서도 말을 건넨다. 이미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사람인데도, 지금 눈앞의 청중을 설득하려는 자신감이 있다. 자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디가 재미있는지, 그가 먼저 정해 들려준다.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말이 이어지기를 바라게 되듯, 관객도 다음 자랑과 다음 소동을 기다리게 된다.
영화 초반의 자기소개부터 그렇다. 조던은 한 해에 4,900만 달러를 벌었다면서도 불만을 털어놓는다. 조금만 더 벌었으면 일주일에 100만 달러씩 번 셈인데, 거기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남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입이 그에게는 아쉬운 성적이다. 이 자랑을 듣고 나면, 집과 차가 바뀌고 파티가 커져도 왜 그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어떤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지 살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코세이지는 첫 결혼이 무너진 뒤 조던이 새 연인과 살게 되는 과정을 짧게 압축한 대목을 설명한 적이 있다. 조던은 괴로웠다고 말하지만, 곧이어 아주 빠르게 새 생활을 시작한다. 입으로 말하는 후회와 실제로 다음 즐거움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어긋난다. 그의 설명을 끝까지 듣는 것과 그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래서 별개의 일이다.
조던은 불편한 일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려 하고, 영화도 그의 다음 욕망을 향해 성큼성큼 움직인다. 그런데 그 빠른 전개 때문에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괴로웠다던 일이 새 즐거움 앞에서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다. 조던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빠져 있다가도, 그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거침없던 조던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이 있다. 약물에 취한 그는 차에 타려고 바닥을 기어간다. 스코세이지는 이때 조던과 차 사이의 거리를 넓은 화면에 담고, 그가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조금 전까지 뭐든 할 수 있을 듯하던 남자에게 고작 주차된 차 한 대가 터무니없이 먼 목적지가 된다.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우스운 것은 망가진 표정 때문만이 아니다. 머릿속으로는 간단한 일을 몸으로는 해내지 못한다. 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들뜨게 하던 몸짓이 여기서는 웃음을 부른다. 스코세이지가 화면을 자주 끊지 않고 기다려주므로, 차까지 가는 짧은 거리에서 배우가 만들어내는 동작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이 남자를 크게 보이게 하는 연기와 초라하게 보이게 하는 연기가 한 배우의 몸에서 나온다. 조던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잘나가는지 떠들지만, 영화에는 그의 설명대로 되지 않는 순간도 남는다. 스코세이지와 디카프리오는 조던의 자신감과 허세, 사람을 휘어잡는 능력과 자기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모두 펼쳐 보인다. 그의 성공담을 신나게 따라오다가도, 그가 자랑하지 않을 모습까지 보게 되는 데 이 영화의 묘한 재미가 있다.
◆ 첫 자랑에 섞인 불만 — 조던이 자신의 수입을 어떤 어조로 소개하는지 들어보자. 큰돈을 벌었다는 기쁨보다 목표에 못 미쳤다는 불만이 먼저 드러난다. 이후 소비와 경쟁이 커지는 모습을 볼 때, 이 남자의 성공에는 왜 도착점이 없는지 생각하게 하는 출발이다.
◆ 선배와 마주 앉은 신입사원 — 점심 자리에서 마크와 조던의 태도를 비교해보자. 같은 자리에 있어도 두 사람이 허용하는 소비와 행동은 다르다. 조던이 성공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배우는 과정이 금융 지식보다 몸가짐과 대화에서 먼저 드러난다.
◆ 연설하는 얼굴과 듣는 얼굴들 — 조던이 직원들 앞에 섰을 때 그의 몸짓만 보지 말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살펴보자. 회사의 열기는 한 사람이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욕망을 주변이 응원하면서 더 부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말하는 후회와 다음 장면의 간격 — 조던의 설명 뒤에 어떤 일이 이어지는지 주목해보자. 자기 행동에 붙이는 말과 실제 생활의 속도가 어긋나는 순간이 있다. 화려한 성공담을 들려주는 그의 목소리가 무엇을 가볍게 넘기고 있는지도 알아차리게 된다.
◆ 〈버닝〉 (2018, 이창동) — 이 작품에서는 돈이 많은 남자의 여유를, 자기 생활이 막막한 청년이 바라본다. 부를 가진 사람의 자랑을 듣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달리, 상대의 풍요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은 좋은 집과 차가 부러움뿐 아니라 불안과 의심을 불러오는 과정을 이어서 볼 만하다.
◆ 〈카트〉 (2014, 부지영) — 마트 노동자들이 해고에 맞서 일터를 지키려 한다. 한쪽에서는 이미 많은 돈을 더 늘리는 일이 급하고, 다른 쪽에서는 다음 달 생활을 유지할 일자리가 급하다. 두 영화의 처지를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돈에 관해 말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비교하면 성공이라는 단어의 범위도 달라진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