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이기는 법을 가르친 남자 | MovieLAB LAB

누군가에게 배우던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어프렌티스〉의 젊은 트럼프(세바스찬 스탠)에게는 스승이 있다. 뉴욕의 유력 인사들과 연결된 변호사 로이 콘(제레…

트럼프에게 이기는 법을 가르친 남자 | MovieLAB LAB

누군가에게 배우던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어프렌티스〉의 젊은 트럼프(세바스찬 스탠)에게는 스승이 있다. 뉴욕의 유력 인사들과 연결된 변호사 로이 콘(제레미 스트롱)이다. 트럼프가 가진 것은 부동산 사업가의 아들이라는 배경과 맨해튼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야심. 그 야심을 어떻게 밀어붙일지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콘은 청년에게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법을 가르친다.

공격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말고, 패배했어도 이겼다고 주장할 것. 영화 속 콘이 전하는 성공의 규칙에는 망설일 자리가 없다. 트럼프는 그 가르침을 빠르게 익힌다. 제자를 잘 키우는 것이 스승에게 좋은 일일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갈수록 그 믿음이 불안해진다.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수업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자기 스승이 약해졌을 때 어떻게 대할까.

성공하고 싶지만 아직 자신만만하지는 않다

영화는 1970~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연출을 맡은 알리 아바시는 이미 완성된 유명 인사의 모습을 처음부터 들이밀지 않는다. 아버지 회사의 일을 거드는 청년은 더 크고 화려한 사업을 꿈꾸지만, 원하는 곳으로 곧장 들어갈 힘이 없다. 가족의 재산과 사업을 발판으로 삼았으면서도, 아버지의 아들로만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진 것이 적지 않은데도 자기 몫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욕망이 그를 움직인다.

콘은 그 욕망을 알아본다. 트럼프에게 그는 법률 문제를 처리해주는 전문가 이상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말할 차례를 얻는지, 어떤 태도를 보여야 무시당하지 않는지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다. 청년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그 사람의 말투와 행동을 배운다. 계약 한 건을 성사시키는 기술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한꺼번에 넘어간다.

이 때문에 두 배우가 함께 있는 장면에 눈이 간다. 처음에는 자신 있게 가르치는 콘과 그 말을 듣는 트럼프 사이에 차이가 있다. 트럼프는 이미 자기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처럼 말할 수 없다. 아직 인정받고 싶고, 눈앞의 인물이 자기를 선택해주었으면 한다. 훗날의 모습을 아는 관객에게도 이때의 조급함은 새롭다. 결과를 알고 보는 전기영화에, 그 사람이 어떤 태도를 익혀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생긴다.

사람들 사이를 나란히 걸어가는 트럼프와 콘

사과하지 않는 법부터 배운다

영화에서 콘이 트럼프를 돕는 첫 관문은 주택 임대에서 인종차별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제기한 소송이다. 콘은 트럼프 측을 맡아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맞소송으로 대응한다. 추궁받던 쪽이 오히려 상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자기 행동을 설명해야 할 자리에서 공격할 방법부터 찾는 태도. 트럼프는 콘이 알려준 규칙을 이런 실전에서 배운다.

콘이 주는 것은 막연한 자신감만이 아니다.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해주는 변호사가 자기편에 붙었고, 트럼프는 그 옆에서 협상 상대를 압박하는 방법을 익힌다. 맞소송을 냈다는 사실이 결백을 증명하거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대의 공격을 받고도 수세에 머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다. 트럼프가 배워가는 것은 잘못이 없음을 차분히 밝히는 법보다, 잘못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법에 가깝다.

이런 대응을 거듭하면 남의 비판을 받아들이기는 더 어려워진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협상에서 밀린다고 믿는 사람에게, 사과는 관계를 회복할 방법이 아니라 손해가 된다. 콘의 규칙이 사업을 넘어 인간관계에까지 스며드는 대목이다. 처음에는 강해 보이기 위해 익힌 태도가 나중에는 자기 판단을 의심하지 않을 이유가 된다.

닮은 얼굴보다 달라지는 태도

세바스찬 스탠은 여러 시기의 영상과 인터뷰를 살피며 트럼프의 말투와 몸짓을 준비했다. 그 준비는 정해진 대사를 비슷하게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감독이 촬영 중 다른 화제를 던져도 인물로서 즉흥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아바시는 연기가 조금만 과해져도 풍자가 되고, 조금만 덜해도 인물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아는 얼굴을 연기하는 일에는 그만큼 좁은 여지가 있다.

이 배우를 볼 때 흥미로운 것은 유명한 표정이 얼마나 닮았는지만이 아니다. 스승에게 인정받고 싶던 사람이 점차 자기 확신을 앞세우는 변화다. 같은 자신감도 처음에는 갖고 싶은 태도였고,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이유가 된다. 젊은 트럼프와 후반의 트럼프가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아야 그 변화가 섬뜩하다. 욕망은 처음부터 있었고, 그것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방법을 배웠다.

제레미 스트롱의 콘도 한 가지 표정으로 끝나는 인물이 아니다. 청년을 이끌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그의 관심을 바라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바뀌는 순간부터 같은 만남에도 다른 긴장이 생긴다. 한쪽은 더 이상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쪽은 자신이 여전히 중요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스승의 권위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이 있어야, 성공한 제자의 태도도 더 선명하게 보인다.

케이크 앞에 서 있는 콘과 곁에 앉은 트럼프

제자가 잘 배웠다는 사실이 서글퍼질 때

〈어프렌티스〉는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각색한 극영화다. 각본을 쓴 가브리엘 셔먼은 당시 관계자들을 취재했지만, 사적인 대화는 창작하고 일부 사건은 시간상 압축했다고 밝혔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스크린 속 장면을 비밀 녹취처럼 받아들이기보다, 영화가 이 관계를 통해 어떤 성공의 과정을 그렸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콘은 제자를 통해 자기 방식의 효력을 확인한다. 그런데 그 방식에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끝까지 마음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사업과 인간관계에 같은 승패 계산을 적용하면, 더는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는 일도 쓸모없는 것이 된다. 스승이 바라던 제자의 성공과 스승 자신이 바라는 애정은 그렇게 어긋난다.

그래서 영화의 뒷맛은 성공의 크기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남는다. 초반에 그토록 자신 있던 콘에게도 제자에게 받고 싶은 대접이 있었다. 하지만 승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동안, 곁에 있는 사람을 아끼는 법은 가르치지 않았다. 제자는 수업을 충실하게 배웠다. 그 사실이 더는 스승에게 자랑이 되지 않는 순간이 〈어프렌티스〉의 가장 씁쓸한 대목이다.

관련 작품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2013, 마틴 스콜세지) — 돈을 버는 기술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태도가 함께 전수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휩쓸려가는 속도는 훨씬 요란하지만, 성과가 수단에 대한 의심을 밀어낸다는 점에서 이어진다. 인물의 능력에 매혹되는 감정과 그 능력의 쓰임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다.

◆ 〈위플래쉬〉 (2014, 데이미언 셔젤) — 뛰어난 연주자가 되려는 학생과 가혹한 지도자가 만난다. 두 사람의 목표가 닮았다는 이유로 관계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자의 성취를 바라보면서 그 성취를 위해 어떤 태도를 배웠는지도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스승과 제자의 또 다른 긴장을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