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다인 사이드의 괴담 | MovieLAB LAB

다인 사이드가 본 오래된 사진에는 물가에 모인 여성들이 있었다. 사진에 붙은 설명은 그들이 촬영 때문에 생긴 나쁜 영향을 씻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는 기록이…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다인 사이드의 괴담 | MovieLAB LAB

다인 사이드가 본 오래된 사진에는 물가에 모인 여성들이 있었다. 사진에 붙은 설명은 그들이 촬영 때문에 생긴 나쁜 영향을 씻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는 기록이지만, 찍힌 사람에게는 씻어내야 할 사건일 수 있다. 감독은 그 차이에서 〈흑마술사〉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가 접한 것은 보르네오를 여행한 노르웨이 민족지 연구자 카를 룸홀츠의 사진이었다. 사진 설명을 읽었다는 감독의 회고와, 사진 속 사람들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사이드는 기록에서 얻은 의문을 현대 도시의 허구로 옮겼다. 사진가와 형사가 사건을 조사하는 영화에, 카메라가 붙잡은 것이 증거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상상을 더했다.

〈흑마술사〉 — 실내에 모인 세 남자

사진가가 보고 싶지 않은 것

〈흑마술사〉의 아담(이딜 푸트라)은 범죄 현장을 찍던 사진가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뒤 바깥 활동을 멀리하고, 집에서 이웃의 모습을 촬영한다. 형사 만(샤헤이지 삼)이 새 사건의 수사에 도움을 청하면서 아담은 다시 자신이 피하던 세계와 마주한다. 맞은편 아파트의 이바(프리시아 나수티온)에게 끌리는 마음도 그를 움직인다.

아담의 직업은 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만든다. 사진가는 잘 보아야 하고, 형사는 찍힌 것을 증거로 읽으려 한다. 그런데 아담은 이미 본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사건의 단서를 더 확보하는 일이 그에게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직업상 요구되는 시선과 개인적으로 견딜 수 있는 시선이 어긋난다.

이바를 바라볼 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웃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어떤 사정으로 살고 있는지까지 아는 것은 아니다. 아담의 관심은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상대와 관계를 맺으려면 촬영할 때의 거리를 벗어나야 한다. 사이드는 수사와 매혹을 같은 사진가의 일상 안에 겹쳐놓았다.

그래서 사진을 자세히 보게 하는 영화인데도, 끝내 무엇이 찍혔는지만 궁금한 영화로 남지는 않는다. 누가 찍었고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는지에 따라 사진의 의미가 달라진다. 오래된 사진의 설명에서 시작한 질문이 아담의 직업과 이웃을 보는 습관 속에서 다시 생긴다.

고향을 그대로 옮겨놓지는 않는다

사이드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국경 가까운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이후 이집트와 런던에서도 살았다. 그는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는 일을 낯선 예외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 지역의 이야기를 서양 장르의 문법으로 찍는다고 해서 어느 한쪽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부노한〉에는 고향 부근의 장소와 그가 알던 사람들에게서 얻은 재료가 들어갔다. 그러나 가족 사이의 폭력과 살인을 자신의 집안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설명하지는 않았다. 기억하는 장소와 아는 인물의 일부가 허구의 구성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쓴다는 것이 사실 그대로의 기록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독도 구분했다.

〈흑마술사〉는 그와 달리 도시를 택했다. 숲과 전통을 과거에, 아파트와 카메라를 현재에 따로 놓지 않는다. 현대의 도시에 사는 인물들에게도 오래된 믿음과 이야기가 관계돼 있다. 이것은 어느 지역 사람들은 모두 같은 미신을 믿는다는 설명과 다르다. 사이드는 특정 인물의 처지와 선택을 통해 여러 시간의 이야기를 한 공간에 모은다.

그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과 그 안에 계속 머물려는 태도를 구별하며, 향수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고향을 영화로 만든다고 모든 기억을 아름답게 돌려놓으려는 것은 아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미 달라진 장소와 사람을 보아야 한다. 그의 영화에서 지역의 이야기가 장식처럼 붙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물들은 그 이야기 때문에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흑마술사〉 — 식물에 둘러싸인 두 인물

낯선 세계는 소리부터 만들어진다

〈흑마술사〉를 완성할 때 사이드는 제작자 난디타 솔로몬과 후반작업을 긴밀하게 진행했다. 여러 시각효과 팀의 작업을 맞추는 동안 음향과 음악도 함께 다듬었다. 감독은 뜻밖의 소리를 장면에 놓았을 때 영화가 달리 느껴지는 과정에 흥미를 보였다. 화면에 보이는 사물의 소리를 정확히 재현하는 일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 관심은 사진가의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사진은 한순간을 붙들지만 영화의 소리는 그 앞뒤로 계속 흐른다. 관객이 이미지를 자세히 보고 있을 때에도 보이지 않는 공간의 기척이 들어올 수 있다. 무엇이 확실하게 보였다는 느낌과,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느낌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사이드는 배우 샤헤이지 삼에게서도 스타의 이미지보다 일하는 태도를 먼저 이야기했다. 영화 속 인물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배우라는 점에 끌렸고, 함께 작업하며 그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형사라는 익숙한 역할이 있다고 해서 한 가지 말투와 행동만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초자연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에는 특수효과가 눈에 띄기 쉽다. 하지만 아담이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형사가 그의 도움을 구하는 관계, 이바가 같은 도시에 사는 인물이라는 조건이 먼저 있어야 그 효과도 의미를 갖는다. 사이드는 낯선 전설을 설명해주는 안내자를 앞세우기보다,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을 따라가게 한다.

그가 처음 보았던 사진을 떠올려보면, 한 장의 이미지에 붙은 짧은 설명이 얼마나 많은 것을 생략하는지 알 수 있다. 사이드의 영화는 그 생략을 연구 결과로 메우려는 작업이 아니다. 사진에 담기지 않은 사람의 사정을 상상해, 다시 보고 싶게 하는 이야기로 만드는 일이다. 〈흑마술사〉에서는 그렇게 시작한 궁금증이 도시 한복판의 이웃에게로 옮겨간다.

감상 포인트

◆ 아담의 카메라 — 범죄 현장을 찍던 사진가가 이제는 이웃을 바라본다. 촬영 대상이 바뀌어도 그가 무엇을 보고 싶고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는 남아 있다. 직업과 개인적인 불안을 함께 떠올리면 사진을 보는 장면의 긴장이 더 분명해진다.

◆ 같은 사진의 다른 쓰임 — 수사에 필요한 증거와 누군가에게 끌려 바라보는 이미지는 다르게 읽힌다. 아담과 만이 무엇을 알아내려 하는지 구별해보자. 사진을 자세히 보는 행동만으로 그 목적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 도시에 들어온 오래된 이야기 — 아파트와 카메라를 낯선 전설의 단순한 배경으로 넘기지 말자. 사이드는 과거와 현재를 다른 장소에 떼어놓지 않았다. 현대의 생활 속 인물이 오래된 사정과 어떻게 만나는지가 이 영화의 특징이다.

◆ 보이지 않는 곳의 소리 — 화면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는지 귀를 기울여보자. 사진가가 본 것을 따라가던 관객도 소리 때문에 다른 곳을 의식하게 된다. 감독이 음향 작업에서 즐겼던 실험이 시선의 긴장과 만나는 부분이다.

관련 작품

◆ 〈흑마술사〉 (2016, 다인 사이드) — 사진가와 형사의 수사에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겹치는 도시 미스터리다. 사진이 무엇을 증명하는지만큼 사진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피면 감독이 오래된 기록에서 발전시킨 질문에 가까워진다.

◆ 〈부노한〉 (2011, 다인 사이드) — 국경 부근 마을을 배경으로 흩어졌던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시의 〈흑마술사〉와 공간은 다르지만, 장소의 역사와 인물의 현재가 함께 작동한다. 감독의 고향 경험이 허구의 이야기로 바뀌는 방식을 비교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