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사중창을 하려면 일단 네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일록(백승환)에게 미국에서 돌아온 친구 예건(이웅빈)이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생선을 파는 대용(신…
남성 사중창을 하려면 일단 네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일록(백승환)에게 미국에서 돌아온 친구 예건(이웅빈)이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생선을 파는 대용(신민재)이 찾아오고, 도넛 장사를 하는 준세(김충길)까지 합류하면 인원은 맞는다. 이제 목소리만 맞추면 될 것 같은데, 이들은 노래 연습보다 먹고 말다툼하는 데 더 바쁘다.
〈델타 보이즈〉의 우스운 점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사람들이 그 일에만 집중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중창 대회를 목표로 정해도 공장과 가게의 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배는 계속 고프고, 함께 장사하는 아내에게는 설명해야 할 일이 있다. 대단한 미래를 약속하지도 못하면서 무언가 해보겠다고 모이는 이들을, 고봉수 감독은 긴 호흡의 대화 속에 두고 지켜본다. 답답한데 이상하게 다음 말이 궁금해진다.
그룹을 꾸리는 입장에서 네 번째 멤버는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다. 그러나 준세에게는 아내 지혜(윤지혜)와 운영하는 도넛 노점이 있다. 친구들과 노래를 하겠다는 계획은 가게 밖의 즐거운 약속인 동시에, 장사에 쓸 시간과 힘을 나누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중창에 필요한 사람이 모두 모였다는 기쁨과 그들이 각자 생활을 꾸려야 한다는 사정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그래서 준세와 지혜의 다툼을 볼 때는 꿈을 응원하는 사람과 방해하는 사람으로 쉽게 편을 가르기 어렵다. 준세가 친구들과 무엇인가 해보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함께 장사하는 지혜가 그 계획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도 있다. 관객이 네 남자의 팀 결성에 마음을 싣는 동안에도 지혜는 이들의 계획에서 빠진 생활의 몫을 말한다. 같은 대회 이야기가 누구에게는 들뜬 제안이고 누구에게는 당장 감당할 부담이다.
이 다툼은 말로 곱게 정리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몸으로 부딪치며 벌이는 소동에는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 고집이 실려 있다. 윤지혜와 김충길은 촬영 때 상대의 반응을 받아가며 장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주고받는 힘 때문에 우스운 장면이 되지만, 웃음이 부부의 사정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크게 싸우고 난 뒤에도 노래와 장사는 두 사람이 함께 안고 가야 할 문제다.
준세를 그저 마지막 멤버로만 보면 이 대목은 연습을 늦추는 곁가지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중창은 각자 다른 생활을 하던 네 사람이 시간을 맞추는 일이다. 모두 똑같이 한가할 수도 없고 똑같이 절실할 수도 없다. 〈델타 보이즈〉는 그 차이를 건너뛰지 않기에, 네 명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한 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일록과 예건 앞에는 라면이 자주 놓인다. 영화에는 햄버거와 삼겹살을 먹는 시간도 있다. 고봉수는 사람들이 모이면 음식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빠르고 간단하게 끓일 수 있는 라면이 인물들의 형편에도 맞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소품으로 준비한 음식이 배우와 스태프의 식사가 되었다. 화면의 식탁과 카메라 밖 식사 시간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던 셈이다.
이들의 먹는 모습을 대회 준비에 방해되는 시간으로만 보기에는, 노래를 하기 전부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방식이 그 안에 있다. 함께 있는 동안 늘 멋진 포부를 말할 수는 없다. 먹을 것을 앞에 놓고 쓸데없어 보이는 말도 하고 상대의 말에 짜증도 낸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딴소리로 새는 모습은 답답하지만, 그런 시간을 같이 보낼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은 제법 든든하다.
영화 속 남자들이 유쾌하다고 해서 그들의 생활까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같은 라면을 먹는 날들이 이어지면 익숙한 편안함과 형편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 막막함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웃긴 대화를 듣다가도 밥상 뒤에 있는 생활이 눈에 들어온다. 대회에 나가자는 제안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도 그때 조금 다르게 보인다. 늘 하던 일을 반복하던 하루에 다른 약속 하나가 들어온 것이다.
그 약속을 위해 모였어도 곧바로 능숙해지지는 않는다. 사람을 구하는 일과 사람들과 지내는 일은 다르다. 이 영화는 후자에 많은 시간을 쓴다. 누가 말을 길게 하고, 누가 받아치고, 어떤 말에 신경이 곤두서는지 알게 되면서 관객도 네 사람의 호흡에 익숙해진다. 노래의 화음보다 먼저 들리는 것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소란이다.
고봉수는 배우들에게 기본 상황을 알려주고 리허설을 거친 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기하게 했다. 카메라 한 대로 이어가는 긴 촬영에서 배우는 상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미리 다 알 수 없다. 대사를 자기 차례에 맞춰 내놓는 것만으로는 장면이 이어지지 않는다. 상대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받아야 한다.
백승환은 웃음이 터질 법한 상황에서도 연기를 계속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 말을 떠올리면 이 영화의 긴 대화에는 두 겹의 긴장이 있다. 인물들은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 하고, 배우들은 웃음을 참으면서 상대가 새로 내놓은 말까지 받아 연기를 이어간다. 말다툼이 조금 더 길어질 때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미 정해진 재치 있는 한마디만을 기다리는 웃음과는 호흡이 다르다.
일록이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을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그 즉흥성이 다른 감정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에게 화를 내고 뺨을 때린다. 고봉수는 그때 흘린 눈물은 미리 정해둔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백승환이 집중해 연기하던 중 생긴 반응이다. 인물의 삶을 대신 설명하는 긴 고백이 없어도, 혼자 있는 일록이 자신을 얼마나 거칠게 대하는지 보게 된다.
친구 앞에서 짜증을 내고 엉뚱한 대화를 이어가던 얼굴을 기억한다면 이 장면은 더 아프다. 함께 있을 때 내뱉던 화가 혼자 있을 때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영화가 앞서 충분히 웃게 했기 때문에, 일록의 괴로움은 별개의 불행한 인물을 새로 소개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방금까지 함께 떠들던 사람이 혼자 감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웃음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같은 사람을 계속 바라보게 하는 장면이다.
사중창이라는 소재에는 실제 배우의 경험도 들어 있다. 예건을 맡은 이웅빈은 미국에서 남성 사중창을 해본 적이 있었고, 고봉수는 그에게 다른 배우들과 함께 노래를 연습하며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허황돼 보이는 출발 안에도 누군가가 실제로 아는 일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그 작은 경험이 네 사람이 함께할 영화의 계기가 됐다.
감독은 네 사람이 모였을 때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멤버들을 모두 같은 성격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각자의 말투와 성향이 부딪치면서 장면이 생기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 함께 부를 노래도 생긴다. 혼자였다면 그저 생각으로 끝났을 제안을 친구에게 말하고, 다른 사람을 더 불러 모으는 과정이 이 영화의 힘이다.
관객이 기다리게 되는 것도 점차 구체적이다. 이 네 사람이 끝내 소리를 함께 내는 순간을 듣고 싶어진다. 노래하기 전에 얼마나 많이 딴소리를 했고, 함께할 시간을 만들기가 얼마나 번거로웠는지 알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짜증을 내면서도 다시 모이는 사람들에게는, 혼자 잘하는 것과 다른 방식의 어려움이 있다. 〈델타 보이즈〉는 그 어려움을 우스꽝스럽게 늘어놓다가 어느새 네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를 응원하게 만든다.
◆ 준세의 계획을 듣는 지혜 — 멤버를 구하는 친구들의 입장과 함께 장사하는 아내의 입장을 나란히 보자. 한 사람의 새 꿈이 가까운 사람의 생활에는 어떤 부담으로 들어오는지 부부의 다툼에서 드러난다.
◆ 라면 앞에서 새는 대화 — 노래를 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음식 앞에서 어떤 말로 시간을 보내는지 들어보자. 연습이 늦어지는 답답함 속에서도 각자의 성격과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방식이 보인다.
◆ 길게 이어지는 말다툼 — 상대의 말이 끝난 다음 배우가 어떻게 받아치는지 보자. 즉흥 연기에서 생긴 반응이 긴 장면 안에 남아, 말싸움의 방향과 웃음의 타이밍을 바꾼다.
◆ 거울 앞의 일록 — 친구들과 있을 때의 얼굴을 떠올리며 혼자 남은 일록을 보자. 다른 사람에게 쏟던 짜증과 자신에게 향하는 분노가 이어지면서, 웃겼던 사람의 생활을 더 걱정하게 된다.
◆ 〈싱 스트리트〉 (2016, 존 카니) —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밴드를 꾸린 소년이 친구들과 노래를 만든다. 무모한 제안이 함께 만날 이유가 되고, 각자의 몫이 더해져 음악이 되는 과정을 더 경쾌한 리듬으로 즐길 수 있다.
◆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 임순례) — 무대를 전전하며 생계를 잇는 밴드의 이야기다. 막 노래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 이어, 오래 음악을 해온 사람들에게 함께 연주한다는 것이 어떤 생활인지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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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