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어느새 연기 중이었다 | MovieLAB LAB

처음에는 버스에 타는 것만 찍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 바퀴 돌아달라고 했고, 돌아오자 작은 상황을 주며 이럴 때 어떻게 말할지 물었다. 실제 버스기사였던 고성완은 평소 기사들이…

버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어느새 연기 중이었다 | MovieLAB LAB

처음에는 버스에 타는 것만 찍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 바퀴 돌아달라고 했고, 돌아오자 작은 상황을 주며 이럴 때 어떻게 말할지 물었다. 실제 버스기사였던 고성완은 평소 기사들이 할 법한 말을 꺼내다 어느새 연기를 하고 있었다. 〈델타 보이즈〉에 출연한 그는 감독 고봉수의 친삼촌이다. 훗날 삼촌이 돌아본 이 촬영에는 사람을 영화 안으로 데려오는 조카의 방법이 들어 있다. 상대가 늘 하던 일에서 시작해, 그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말로 장면을 만드는 것이다.

고봉수의 영화에는 익숙한 배우들이 다시 모인다. 함께 있으면 어떤 말과 반응이 나올지 알고, 이번에는 또 무엇이 생길지 기대하는 사이들이다. 〈델타 보이즈〉의 남성 사중창도 그 관계에서 출발했다. 노래할 네 사람을 구하는 일과 영화를 만들 동료를 모으는 일이 맞닿아 있었다.

네 사람이 먼저 있었고, 사중창이 뒤따랐다

고봉수는 힘들게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소재를 찾던 중 사중창 영상을 보았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배우 이웅빈이 미국에서 실제 사중창을 해봤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배우들과 노래를 연습하며 연기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모두 동의했다. 네 배우가 함께라면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영화의 구체적인 모양을 얻었다.

영화 속에서 예건을 맡은 이웅빈은 사람들과 대화를 이끄는 경험도 있었다. 고봉수는 라디오 DJ와 행사 진행을 해온 배우의 능력이 영화에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일록 역의 백승환에게서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우직함을, 대용 역의 신민재에게서는 일상 대화에서도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감각을 보았다. 함께 노래하는 네 사람은 같은 기능을 나눠 맡은 인원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배우들이었다.

그런 출발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도 이어진다. 사중창이라는 목표는 하나인데,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모습은 한 가지 속도로 정리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제안에 다른 사람이 반응하고, 생활의 사정이 끼어든다. 목소리를 맞추기 전에 서로의 말투와 성격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다. 고봉수는 배우들이 노래를 할 수 있는지와 함께, 노래하지 않는 동안 이들이 같이 있으면 어떨지도 상상했다.

가게 안에서 앞치마를 두른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한 사람은 전화기를 들고 있다

말을 맞추기보다 반응할 사람을 짝짓기

준세를 연기한 김충길에게 고봉수가 기대한 것은 즉흥적인 상황에 빠르게 들어가는 능력이었다. 감독은 배우의 성향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과 부딪힐 때 어떤 장면이 나올지 예상했다고 밝혔다. 상황을 주고 기다리는 데에도 사전 판단이 있다. 상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할 사람인지 알아야 함께 놓았을 때의 긴장을 기대할 수 있다.

대사 한 줄이 웃겨서 장면이 살아나기도 하지만, 그 말에 누가 어떤 기색으로 응수하느냐에 따라 웃음의 크기와 방향이 바뀐다. 고봉수의 배우들을 볼 때는 재미있는 말을 하는 사람 옆에도 눈을 두게 된다. 제안을 못마땅해하거나 자기 사정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어야, 한 사람이 준비한 우스갯소리가 여럿의 생활로 번진다. 감독이 배우들의 성향을 함께 고려했다는 설명은 그 반응들을 보는 실마리가 된다.

삼촌 고성완에게 버스 운전을 부탁한 과정도 같은 관심에서 볼 수 있다. 배우로서 무엇을 보여줄지 묻기 전에 실제로 익숙한 일을 하게 했고, 그 안에서 말을 꺼내도록 상황을 조금씩 더했다. 고성완은 고봉수가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고 회고했다. 고봉수 자신도 현장에서 웃는 것이 출연자의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의 반응 역시 장면을 만드는 분위기의 일부였다.

이 친밀한 작업에도 생활의 제약은 있었다. 고봉수는 〈델타 보이즈〉를 찍을 때 소품으로 마련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뒤이어 〈튼튼이의 모험〉을 만들며 좋아진 점을 물었을 때는 먹을 것이 넉넉해진 일을 먼저 꼽았다.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조건에는 감독의 격려뿐 아니라 식사처럼 실제로 필요한 것도 있다. 함께 만든다는 즐거움이 그런 수고를 없애주지는 않는다.

냄비가 놓인 탁자 앞에서 두 남성이 종이를 내려다본다

상영할 극장에서 다음 영화를 떠올리다

관객을 만나는 일도 고봉수에게는 다음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었다. 〈근본주의자〉가 202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온라인으로 상영되었을 때, 그는 관객을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우울했다고 말했다. 상영 뒤 사람들을 만나며 받던 반응이 사라진 것이다. 이 경험은 코로나 시기의 작은 극장을 그린 〈습도 다소 높음〉으로 이어졌다.

새 영화를 시작하게 된 제안도 흥미롭다. 어려움을 겪던 극장에서 고봉수의 여러 영화를 묶어 다시 상영하자는 이야기가 왔다. 고봉수는 비어 있는 극장에서 차라리 영화를 한 편 더 찍으면 어떻겠냐고 역으로 제안했다. 기존 작품을 보여줄 장소에서 다음 작품의 무대를 찾은 셈이다.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을 발견하는 일이 다시 기획이 됐다.

그렇다고 빈 극장을 언제든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봉수는 극장 안 촬영을 하루에 마치고 나머지 장면은 다른 날에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에서도 익숙한 배우들과 일했지만, 새로 합류한 이희준에게 맡긴 감독 역할은 배우의 해석을 받아들였다. 고봉수는 현장에서 그 연기를 보며 자신도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자기 일을 영화로 만든 감독이 다른 배우가 상상한 감독을 보며 웃는 자리가 된 것이다.

감상 포인트

◆ 노래하기 전의 네 사람 — 〈델타 보이즈〉에서 사중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을 보자. 같은 목표를 향해도 각자의 말투와 생활은 쉽게 하나로 맞춰지지 않는다.

◆ 재미있는 말 옆의 반응 — 누군가 말할 때 다른 배우가 어떻게 받아내는지도 살펴보자. 감독이 두 사람의 성향이 만났을 때를 상상했다는 사실은 대사 밖의 반응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 버스 안의 고성완 — 실제 운전 경험에서 출발한 출연자의 말과 태도를 보자. 감독이 일상적인 행동에 상황을 보태며 연기로 이어간 과정을 떠올릴 수 있다.

◆ 익숙한 배우의 다른 역할 — 〈근본주의자〉의 백승환을 〈델타 보이즈〉와 함께 보자. 같은 배우가 다른 생활과 원칙을 가진 사람을 맡았을 때, 상대의 말을 받아내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관련 작품

◆ 〈델타 보이즈〉 (2017, 고봉수) — 실제 사중창 경험이 있는 배우와 동료들의 개성에서 시작한 영화. 노래의 완성만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 〈근본주의자〉 (2025, 고봉수) — 백승환이 신앙과 생활 사이에서 원칙을 지키려는 매니저를 연기한다. 배우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다른 성격의 인물로 이어 보는 연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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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