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둔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한다 | MovieLAB LAB

측천무후(유가령)에게는 당장 필요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둔 적인걸(유덕화)이다. 즉위식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이 몸에 불이 붙어 죽자, 권력을 장악한 그녀도 혼자서는 사태를 수…

나를 가둔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한다 | MovieLAB LAB

측천무후(유가령)에게는 당장 필요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둔 적인걸(유덕화)이다. 즉위식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이 몸에 불이 붙어 죽자, 권력을 장악한 그녀도 혼자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게 된다. 수사를 잘하는 사람을 불러오면 될 일이지만, 그 사람과 자신 사이에는 감옥에 보낸 과거가 있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의 의뢰는 시작부터 불편하다.

적인걸에게도 복귀는 마냥 반가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배척한 사람을 위해 위험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녀와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사건의 진상과 의뢰인의 이익이 꼭 같은 것인지, 수사에 협력하는 일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이 탐정은 범인의 정체와 함께 자신이 누구를 위해 움직이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서극 감독은 적인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측천무후와의 관계를 꼽았다. 특별한 재주를 가진 명탐정에게 이상한 사건을 맡기는 데서 한 발 더 들어간 선택이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는 이미 권력이 있고, 수사에 필요한 권한을 주는 사람 역시 의심과 판단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거대한 불상 곁의 작은 재

즉위식을 위해 세워지는 거대한 불상은 많은 사람이 보고 믿어주어야 할 건축물이다. 완성될 권력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려는 사업인데, 그 주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죽음이 벌어진다. 웅장한 형상을 올리는 일과 사람의 몸이 한 줌 재가 되는 일이 나란히 놓인다. 불상이 커 보일수록 그것을 둘러싼 불안도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이 죽음이 하늘의 벌이라는 소문은 측천무후에게 특히 위험하다. 단지 누군가가 죽었다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녀가 황제가 되어도 되는가라는 문제로 번지기 때문이다. 범행의 방법을 밝히는 일은 소문에 다른 설명을 내놓는 일이기도 하다. 수사가 늦어질수록 권력자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관객은 사람이 갑자기 타오르는 기이한 광경을 먼저 만난다. 적인걸은 그 일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일으켰는지 좁혀가야 한다. 신비로운 현상을 본 뒤 감탄하거나 겁먹는 데 머무르지 않고, 누군가가 그런 결과를 만들 수 있었는지 묻는 것이다. 영화는 이 질문을 통해 엄청난 볼거리를 수사할 대상으로 바꾼다.

불상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은 그 정도 크기의 세트를 실제로 지을 수 없어 컴퓨터그래픽을 썼다고 설명했다. 화면 속 건축물의 크기를 즐기면서도, 이야기 안에서는 누가 그것을 세우고 관리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완성된 위엄만 보여주는 기념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일과 이해관계가 걸린 공사 현장이다. 적인걸의 시선을 따라가면 높은 곳에 있는 상징 아래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눈에 들어온다.

주황빛의 실내에서 밝은 예복 차림 인물이 앉아 있는 사람에게 몸을 기울인다

곁에 있어도 같은 편은 아니다

적인걸을 따라다니는 정아(이빙빙)는 측천무후의 측근이다. 수사관과 가까이 지내지만 그를 감시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적인걸에게 마음이 끌린다고 해서 그 명령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아가 곁에 있는 이유에는 개인적인 감정과 맡은 임무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거리를 단순히 친해지는 정도로만 읽기 어렵다. 적인걸이 정아를 믿는다면 그것은 자기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을 믿는 일이면서, 의뢰인의 눈과 귀가 될 수도 있는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정아 역시 마음이 향하는 대로만 행동할 수 없다. 그녀가 누구를 바라보는지에 더해 누구의 뜻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곁에 있는 사람이 정아뿐인 것도 아니다. 수사에 함께하는 배동래(등초), 불상 건축에 관여하는 옛 동료 사타충(양가휘) 등은 각자 다른 경로로 적인걸과 연결된다. 직무상 만난 사람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사건 속에 함께 들어오는 셈이다. 아는 사람이라는 안도감과 지금 확인해야 할 사실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여기서 모든 인물을 무조건 수상하게 보면 관계의 재미가 오히려 줄어든다. 누군가에게 충성한다는 사실과 특정 범행에 가담했다는 판단은 별개이고,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말을 증거처럼 받아들일 수도 없다. 적인걸이 얻는 정보를 누가 어떤 자격으로 건네는지 살펴보면, 인물 소개 때 알게 된 관계가 수사 도중 다른 의미를 띠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장식과 물건이 매달린 어두운 방 안에 두 사람이 떨어져 서 있다

수사를 허락해도 모든 문이 열리지는 않는다

사건의 단서를 쫓는 적인걸 앞에는 들어가도 되는 장소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장소가 있다. 지하의 암거래시장에서는 궁궐의 공식적인 질서 바깥에서 유통되는 물건과 지식이 등장한다. 반대로 무극관은 권력의 보호를 받으며 접근을 막는 공간이다. 수사를 위해 돌아왔어도 그의 길이 처음부터 보장된 것은 아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로 내려가는 일과, 금지된 권력의 영역으로 들어가려는 일은 서로 다른 어려움을 만든다. 앞에서는 자신을 해칠지 모르는 상대를 경계해야 하고, 뒤에서는 자신에게 권한을 준 쪽이 세운 경계와 부딪힌다. 같은 도시에서 수사해도 모든 장소에 같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적인걸의 움직임은 그 차이를 드러낸다.

이렇게 보면 미스터리의 긴장도 범인이 누구인가에만 달려 있지 않다.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가, 알아내기 위해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는가가 동시에 문제가 된다. 의뢰인이 사건 해결을 원한다는 말과 수사관에게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말은 같지 않다. 궁궐에서 내려온 명령이 현장의 질문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적인걸이 흥미로운 이유도 그 사이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측천무후에게 받은 상처만으로 사건을 판단하면 죽음의 진상을 놓칠 수 있고, 다시 얻은 지위만 생각하면 의뢰인의 뜻에 갇힐 수 있다. 그의 추리는 괴이한 불의 원인을 찾는 기술인 동시에, 자신과 불편하게 얽힌 사람들 사이에서 판단을 계속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의뢰를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 복종의 범위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감상 포인트

◆ 복귀를 시키는 사람과 복귀하는 사람을 함께 보자. 측천무후에게는 급한 사정이 있고 적인걸에게는 그녀와의 과거가 있다. 두 사람이 같은 사건을 말할 때도 무엇을 먼저 걱정하는지 살펴보면 대화의 긴장이 또렷해진다.

◆ 불상을 공사 현장으로도 바라보자. 거대한 규모에 눈길이 가지만 그 안팎에서는 사람들이 일하고 사건이 발생한다. 위엄을 보여주려는 건축물에 죽음이 끼어들면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따라가보자.

◆ 정아의 감정과 임무를 구분해보자. 적인걸에게 가까워지는 그녀는 동시에 측천무후의 명령을 받는 사람이다. 호감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관계가 안전해지는지 묻는다면 두 사람의 동행이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 지하시장과 무극관의 출입 조건을 비교하자. 한쪽에는 비공식적인 거래가, 다른 쪽에는 권력의 금지가 있다. 장소가 바뀔 때 탐정이 마주하는 위험의 성격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함께 보면 좋은 작품

◆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2013), 서극 감독. 젊은 적인걸이 대리시에 들어온 시절로 돌아간다. 이미 상처를 입고 돌아온 탐정과 아직 동료를 얻어가는 신참을 나란히 보면,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의 처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 〈무쌍〉(2018), 장문강 감독. 수사하는 사람이 듣게 되는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가 중요한 범죄영화다. 누가 무슨 이유로 말을 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며 본다면 진술과 사실 사이의 간격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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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고 편집 검수를 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