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전쟁에 끌려간 남자가 있다. 올렉사 도뷔시(세르게이 스트렐니코프)는 싸워 이기면 자유를 주겠다는 대령의 말을 믿지만, 공을 세우고도 배신당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
결혼식 날 전쟁에 끌려간 남자가 있다. 올렉사 도뷔시(세르게이 스트렐니코프)는 싸워 이기면 자유를 주겠다는 대령의 말을 믿지만, 공을 세우고도 배신당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었던 남자는 전장에서 돌아온 뒤에도 그 삶을 되찾지 못한다. 탈출 끝에 만난 동생 이반 도뷔시(올렉시이 그나트코우스키이)는 산에서 도적 무리를 이끌고 있다. 형제는 다시 손을 잡지만, 같은 이름 아래 같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도뷔시〉의 무대는 18세기 초 카르파티아산맥이다. 귀족의 억압을 피해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그 가운데 올렉사가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올레스 사닌 감독이 고른 제목에는 올렉사의 이름이 빠져 있다. 감독은 두 형제에게서 같은 성격의 서로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관객은 강한 자에게 맞서는 싸움을 응원하면서도, 형제가 얻은 힘이 각각 어디로 향하는지 살피게 된다.
올렉사의 첫 전투는 이미 자신이 선택한 싸움과 거리가 있다. 혼인하던 날 징집된 그는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은 그에게 전쟁을 끝낼 이유가 된다. 승리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그런데 그 약속을 한 장교가 올렉사의 공을 가로채면서, 용감하게 싸운 결과마저 본인의 것이 되지 못한다.
이 배신은 뒤에 이어질 저항의 출발점을 만든다. 명령을 잘 따르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올렉사가 싸우는 상대는 단지 칼을 잘 쓰는 적이 아니다. 타인의 공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약속을 지킬지 말지까지 제 마음대로 정하는 사람이다. 승패를 가를 힘이 있어도 그 힘을 누구의 지시에 따라 쓰는가에 따라 올렉사의 처지는 달라진다.
그래서 산으로 들어간 뒤의 싸움에는 다른 의미가 생긴다. 이전에는 자유를 받기 위해 싸웠다면, 이제는 자기 삶을 빼앗는 권력에 직접 맞서야 한다. 사랑하는 마리치카(다리아 플라흐티)와 살고 싶다는 개인의 바람이 다른 사람들의 처지와 만나는 과정이다. 평범하게 살려는 소망이 이 시대에는 왜 칼을 들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인지, 영화의 모험은 그 사정에서 시작된다.
감독 역시 자신이 그린 올렉사는 영웅이나 전사가 되기를 원한 사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그에게 무기를 들게 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기억하면 전투의 용맹함을 보는 즐거움 옆에 다른 바람도 놓인다. 그가 더 많은 싸움에서 이겼으면 하는 마음과, 언젠가 싸우지 않고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영화가 처음 보여준 혼인의 약속이 그 바람을 구체적으로 붙잡아준다.
이반에게 이름을 남기는 일은 훨씬 직접적인 욕망이다. 그는 자신의 명성이 퍼지고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기를 바란다. 올렉사가 되찾고 싶은 삶과 이반이 얻고 싶은 위세는 같은 도적 무리 안에서도 갈라진다.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 형제의 행보가 같아지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이반은 자신이 죽인 사람의 이름을 칼에 새긴다. 싸움의 흔적을 자기 무기에 남기는 행동이다. 다른 사람의 죽음이 자신의 두려운 명성을 쌓는 재료가 된다. 이 구체적인 버릇은 이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힘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어 하는지도 드러낸다. 관객에게는 그의 대담함에 끌리는 마음과 그 잔혹함을 경계하는 마음이 함께 생길 수 있다.
형제가 한편이 되는 것은 피붙이의 재회이지만, 같은 방식으로 싸우겠다는 보증은 아니다. 누구에게서 빼앗고 무엇을 위해 무기를 쓰는지, 돈과 명성이 판단에 얼마나 끼어드는지에 따라 둘의 선택이 벌어진다. 감독이 관객에게 어느 도뷔시를 좋아하는지 계속 고르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뷔시’라는 이름을 곧장 한 사람의 정의로운 전설로 받아들이기 전에, 그 이름을 공유한 다른 사람의 욕심을 만나게 한다.
이 설정 덕분에 영화의 갈등은 귀족과 산적의 대치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귀족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자기 안에서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도 문제로 들어온다. 힘 있는 자를 쓰러뜨리는 순간에는 함께할 수 있어도, 그다음 힘을 가진 사람이 누구를 위해 행동할지는 여전히 다를 수 있다. 형제의 관계는 외부의 적과 싸우는 장면 사이에 그런 불안을 만든다.
〈도뷔시〉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지만 감독은 전통적인 전기영화나 역사 기록의 재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자신이 읽고 해석한 전설이라고 설명했다. 알려진 인물의 생애를 차례대로 옮기기보다, 한 사람이 어떻게 영웅으로 기억되는지 영화의 모험 속에서 다시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인물의 선택과 사건을 역사적 사실로 곧장 받아들이는 대신, 이 영화가 어떤 도뷔시를 만들고 있는지 보게 된다.
반면 그 전설의 몸에 걸치는 물건에는 매우 구체적인 준비가 들어갔다. 제작진은 박물관 소장품을 참고해 십자가 장식과 허리띠, 의복과 마차를 만들었다. 여러 유물을 3D로 스캔하고 복원 전문가들과 작업했으며, 일부 실물은 별도 협의를 거쳐 촬영장에 왔다가 다시 돌아갔다. 창작된 이야기와 물건의 꼼꼼한 재현은 서로 다른 일을 맡는다.
인물이 전설 속에서 비범한 일을 해내더라도 옷과 장신구는 그가 살았을 세계를 만질 수 있을 듯 가까이 가져온다. 어떤 것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지, 무기와 마차가 어떤 모양인지 보는 일은 시대 설명을 읽는 것과 다른 즐거움이다. 싸움의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잠깐 눈에 걸리는 물건에도 이 지역의 생활과 문화가 담겨 있다. 산과 숲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활극에 구체적인 장소감이 생긴다.
그렇다고 물건을 정확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영화 속 모든 사건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재미는 바로 그 두 층을 함께 보는 데 있다. 화면은 먼 시대의 모습을 세밀하게 차려놓고, 그 안에서는 영웅의 힘과 사랑, 배신에 관한 이야기가 크게 움직인다. 잘 만든 옷을 입은 인물이 역사책 밖으로 뛰어나오는 모험영화의 즐거움이다.
촬영은 러시아의 2022년 전면 침공 전에 이루어졌지만, 영화는 후반 작업을 거쳐 2023년 관객을 만났다. 감독은 영화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시간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평범한 삶을 원하던 사람이 무기를 들게 되는 이야기가 개봉 당시 관객에게 훨씬 가까워진 것이다. 제작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실제로 전쟁에 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정은 작품을 지금의 전쟁과 장면마다 맞춰 읽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영화 속 형제의 욕심과 귀족의 배신, 마리치카를 향한 올렉사의 바람에는 각자의 구체적인 관계가 있다. 다만 한 사람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는 말이 관객의 현실에 따라 얼마나 다른 무게로 들리는지 생각하게 한다. 오래된 영웅 이야기는 완성된 과거로만 머물지 않는다.
올렉사가 되찾으려는 것은 처음부터 거대한 왕좌가 아니었다. 함께 살 사람이 있고 돌아갈 삶이 있었다. 그의 이름이 점점 커질수록 그 출발을 기억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이반이 두려움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이름과, 사람들이 희망을 걸기 시작한 올렉사의 이름을 나란히 보는 것. 두 형제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전투의 승리만큼이나 그 이름을 누가 어떻게 기억하게 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 전투 뒤에 지켜지지 않는 약속 — 올렉사가 공을 세운 뒤 누구에게 보상이 돌아가는지 보자. 용맹함과 자유가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험이 그를 저항으로 향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 이반의 칼에 남는 이름 — 무기의 위력만큼 그가 칼에 새기는 것을 눈여겨보자. 남을 두렵게 만들고 자기 명성을 키우려는 욕심이 형제 사이의 차이를 드러낸다.
◆ 무기 사이의 옷과 장신구 — 액션을 따라가다가 인물이 몸에 걸친 허리띠와 장식, 마차 같은 물건도 함께 보자. 실제 유물을 바탕으로 만든 사물들이 전설 속 인물이 사는 지역과 시대에 구체적인 모습을 준다.
◆ 올렉사가 돌아가고 싶은 삶 — 마리치카와의 관계를 전투 사이의 휴식으로만 넘기지 말자. 그가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원했는지 기억하면 영웅의 승리 뒤에 바라는 삶도 보인다.
◆ 〈용문비갑〉 (2011, 서극) — 권력의 추격을 피해온 사람들이 사막의 객잔에 모이는 무협영화다. 쫓기는 사람들의 연대와 서로 다른 목적이 겹치는 가운데, 공간을 크게 활용하는 액션의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다.
◆ 〈할복: 사무라이의 죽음〉 (2011, 미이케 다카시) — 가난한 무사와 권세 있는 가문의 대립을 통해 명예라는 말이 누구에게 어떤 값을 요구하는지 묻는다. 제도와 신분이 내세우는 명분을 인물의 실제 생활과 함께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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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