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가 새 일자리를 찾아가는 길에 한 멤버가 빠진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현구(오광록)는 수안보로 향하는 대신 아내와 아이가 있는 부산으로 돌아간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함께 …
밴드가 새 일자리를 찾아가는 길에 한 멤버가 빠진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현구(오광록)는 수안보로 향하는 대신 아내와 아이가 있는 부산으로 돌아간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함께 꿈을 이루려고 모이는 이야기보다, 이미 함께하던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연주를 그만두는 사람에게도 돌아가야 할 생활이 있다.
리더 성우(이얼)는 남은 멤버들과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로 간다. 유명한 밴드가 되어 돌아오는 길은 아니다. 불경기에 무대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얻은 일자리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음악을 하던 곳에서 이제는 손님이 즐길 음악을 연주한다. 임순례 감독은 이 귀향에 첫사랑과 옛 친구들, 음악을 동경하는 젊은이를 모아놓는다. 같은 고향에 있다고 해서 같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현구가 떠나면 밴드에는 빈자리가 생긴다. 그러나 그가 가족에게 돌아가는 일을 단순히 꿈을 버렸다고 부르기는 어렵다. 밤무대의 불안정한 생활에서 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멤버들은 남지만 남는 쪽이 늘 더 용감하고 떠나는 쪽이 더 약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선택에는 음악 밖의 생활이 함께 걸려 있다.
성우에게도 연주를 계속한다는 말은 구체적인 장소를 구하는 일이다. 나이트클럽과 행사장을 다니며 누군가 돈을 내고 들어줄 자리를 찾아야 한다. 악기를 놓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원하는 음악을 원하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주할 곳이 줄어들면 밴드가 유지되는 방식도 달라진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뒤에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정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진다.
드러머 강수(황정민)와 건반을 맡은 정석(박원상)도 성우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 수줍고 여린 강수와 사람을 대하는 데 능숙한 정석은 한 무대에서 소리를 맞추지만, 무대 밖에서까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지는 못한다. 영화는 이들을 음악에 충실한 한 덩어리로 묶어두지 않는다. 함께 연주하는 기술과 함께 지내는 능력이 다르다는 사실이 밴드의 일상에 들어온다.
황정민은 강수를 연기할 때 주변에서 자신의 연극 생활을 답답하게 보던 경험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본인은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돈을 얼마나 버는지부터 물었던 것이다. 그래서 강수를 이해하는 데에도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감각이 있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보면 강수를 향한 안타까움에도 조심할 부분이 생긴다.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살아온 시간을 통째로 실패로 정리할 수는 없다.
성우는 고향에서 예전에 밴드를 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 지금은 약국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고 공무원이 된 친구도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친구와 시청에서 일하는 친구는 시위 현장에서 부딪치는 관계가 되었다. 같은 노래를 좋아하던 시절이 오늘의 이해관계까지 같게 해주지는 않는다.
이 재회에는 성우만 뒤처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다른 직업을 얻고 생활에 자리를 잡았어도 친구들의 관계가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우는 음악을 계속하지만 안정적이지 않고, 다른 길로 간 사람들도 각자의 불편함을 안고 산다.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고향에 돌아와 성적표처럼 확인할 수는 없다. 한때 같은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 다른 것을 걱정한다.
첫사랑 인희(오지혜)도 성우의 기억 속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남편과 사별한 뒤 트럭으로 채소를 팔며 살아간다. 성우가 음악을 놓지 않고 살았듯 인희에게도 버텨야 했던 시간이 있다. 다시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옛 설렘뿐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며 사는지 알아가야 할 일이 놓인다.
영화에서 옛 시절이 돌아올 때 중요한 것은 현재와 얼마나 다르냐만이 아니다. 성우가 왜 아직 이 일을 하는지 이해할 재료도 그 시절에 있다. 음악을 시작하며 얻었던 즐거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생계가 어려워도 그 일을 쉽게 끝낼 수 없는 마음이 보인다. 과거를 알게 될수록 현재가 더 안타깝지만, 동시에 성우가 계속 연주하는 일이 조금 덜 낯설어진다.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에서 성우는 술 취한 손님들의 요구로 옷을 벗고 기타를 연주한다. 노래는 계속되지만 즐거움을 누리는 쪽과 그 즐거움을 만들어주는 쪽의 처지가 전혀 다르다. 흥을 돋우는 일이 직업인 사람에게 손님이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이 성우의 몸 앞에 놓인다.
이 장면을 성우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증명하는 순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어떤 조건에서도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는 말로 덮기에는 그가 겪는 모욕이 너무 구체적이다. 음악을 계속하는 마음과 일을 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대우를 구별해서 보게 된다. 손님이 즐겁다는 사실이 연주자에게도 좋은 무대였다는 뜻은 아니다.
관객에게 익숙한 곡이라는 점도 이 차이를 키운다. 곡을 따라 부르기 쉬울수록 화면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노래하는지 잠깐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은 그 사람을 계속 보게 한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과 연주자의 처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노래가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과 동시에 생길 수도 있다.
임순례는 영화의 음악을 인물의 삶과 감정이 변하는 것을 전하는 매개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노래가 얼마나 훌륭한지보다, 누가 어디서 누구를 위해 부르는지가 중요해지는 선택이다. 익숙한 곡이 여러 사람의 생활을 지나가는 동안 다른 표정을 얻는다. 이 영화에서 음악을 듣는 일에는 노래하는 사람의 일터를 보는 일도 포함된다.
그런 밴드를 보고도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있다. 나이트클럽의 웨이터 기태(류승범)다. 성우에게는 버티기 힘든 일자리가 기태에게는 들어가고 싶은 자리로 보인다. 성우가 얼마나 힘들게 그곳에 남아 있는지 아는 관객에게 기태의 열의는 마냥 밝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에게 미리 실망부터 하라고 말할 수도 없다.
기태가 있다는 사실은 성우의 현재를 다른 쪽에서 비춰준다. 성우도 처음부터 지친 연주자는 아니었다. 무대에 오르고 싶던 시간이 지금의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관객은 두 사람을 함께 보며 처음의 설렘을 되찾으라고 쉽게 권할 수 없게 된다. 설렘이 사라져서만 힘든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며 실제로 겪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밴드를 연기한 배우들에게도 악기를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황정민은 드럼을 배운 적이 없어서 두 달 동안 삽입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연습했고, 손과 발의 움직임을 자신이 알아보기 쉬운 말로 적어가며 익혔다고 말했다. 화면 속에서는 이미 오래 연주한 사람처럼 보여야 했다. 그 준비를 생각하면 무대 뒤에 앉은 강수의 손발도 장면을 채우는 배경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노래가 계속되려면 누군가 자기 몫을 연주해야 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는 연주를 계속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싶어지는 순간과 그만 쉬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함께 있다. 고향의 친구들과 떠난 멤버, 새로 시작하려는 기태가 그 어느 한쪽으로만 생각을 밀어주지 않는다. 성우에게 필요한 것을 큰 성공 하나로 정해주기 어려운 이유다. 다음 무대가 있다면 무엇을 연주할지뿐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누구와 함께 일할지도 궁금해진다.
◆ 현구가 돌아가는 곳 — 새 일자리를 향하는 밴드와 가족에게 돌아가는 현구의 선택을 함께 보자. 음악을 계속하느냐만으로 각자의 결심을 평가하기 어려운 생활 조건이 시작부터 드러난다.
◆ 옛 친구들의 현재 직업 — 학창 시절의 친밀함과 지금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음악을 떠난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성우의 인생을 혼자만의 실패로 단정하기 어렵다.
◆ ‘아파트’를 부르는 성우 — 익숙한 곡을 듣는 동안 손님과 연주자의 처지가 어떻게 다른지 보자. 흥겨운 음악이 흘러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즐거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 선명해진다.
◆ 무대를 바라보는 기태 — 성우의 일상을 동경하는 젊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지친 사람이 서 있는 곳을 누군가는 출발점으로 원한다는 사실이, 계속할지 그만둘지의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 〈델타 보이즈〉 (2017, 고봉수) — 사중창을 하겠다고 모인 남자들이 일과 생계, 가족의 사정 속에서 함께할 시간을 찾는다. 무대에 서기까지 필요한 생활의 조율을 웃음 속에서 다루며, 음악을 함께한다는 말에 각자의 사정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보여준다.
◆ 〈오마주〉 (2022, 신수원) — 흥행 실패를 겪은 감독이 부업으로 옛 영화의 복원을 맡는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당장의 노동과 선배의 자취를 통해 자기 직업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을 이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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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