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만난 사람과 세상의 끝까지 | MovieLAB LAB

앙스(마티유 상푀르)와 카스(에디트 프루스트)는 이제 막 하룻밤을 함께 보낸 사이다.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지만, 〈엘스〉는 그들에게 다음 데이트를 약속할 여유를 주지 않는…

어젯밤 만난 사람과 세상의 끝까지 | MovieLAB LAB

앙스(마티유 상푀르)와 카스(에디트 프루스트)는 이제 막 하룻밤을 함께 보낸 사이다.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지만, 〈엘스〉는 그들에게 다음 데이트를 약속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지고 두 사람은 한 아파트에 갇힌다. 감염된 사람의 몸은 주변 사물과 붙어 하나가 된다. 밖에 나가면 위험하고, 집 안에 남아 있어도 언제까지 안전할지 알 수 없다.

새 연인과 오래 함께 있고 싶다는 바람이 이렇게 이뤄지다니. 어색함을 풀어갈 시간과 재난을 견뎌야 할 시간이 한꺼번에 시작된다. 낯선 사람에게 자기 생활을 내어주는 일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이제는 몸과 집 사이의 경계마저 지켜야 한다. 영화는 작은 방에서 시작한 연애를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곳까지 데려간다.

빛이 드는 방 안의 두 사람

처음부터 함께 살 생각은 없었다

앙스는 내성적이고 불안이 많은 쪽이고, 카스는 상대적으로 활달하다. 두 사람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같을 수 없다. 평소라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다. 서로가 마음에 드는 일과, 같은 공간에서 계속 지낼 수 있는 일은 별개라는 사실을 곧바로 배워야 한다.

격리라는 상황은 두 사람을 가까이 붙여놓지만 마음까지 자동으로 통하게 하지는 않는다. 바깥의 소식을 받아들이고, 방 안에서 지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 막 시작된 연애에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상대가 겁을 먹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불편함을 농담으로 넘기는 사람인지도 함께 지내며 알게 된다. 세계가 무너지는 이야기의 출발점에 이런 사소한 차이가 놓여 있다.

집은 처음에는 바깥의 위험을 피하는 장소다. 하지만 사람과 사물이 합쳐진다는 감염의 성질을 알고 나면 침구와 벽도 이전처럼 보이지 않는다. 몸을 편히 맡기던 것들이 몸을 빼앗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서로에게 가까이 가고 싶다는 욕망은 더 절실하고 위태로워진다. 가까이 있고 싶은 연인의 몸이 낯선 물질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함께 견뎌야 한다.

피부를 가까이 찍으면 풍경이 된다

티보 에맹 감독은 아주 작은 것을 크게 찍어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엘스〉의 변화는 기괴한 생명체가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익숙한 표면을 너무 가까이 바라볼 때 생기는 낯섦을 끌어들인다. 무엇인지 알아보던 물건도 세부만 확대되면 한눈에 정체를 가리기 어렵다.

사람의 피부와 방 안의 재질이 뒤섞이는 영화에서 이 촬영 방식은 특히 잘 맞는다. 평소에는 사람과 배경을 구별하며 화면을 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까지가 몸이고 어디서부터가 물건인지 살피게 된다. 작은 아파트가 더 이상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만 남지 않는다.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처음 보는 장소에 들어선 듯한 감각이 생긴다.

그래서 이 영화의 볼거리는 괴물의 생김새 하나로 요약하기 어렵다. 표면의 질감과 화면의 입자, 명암이 달라질 때마다 같은 방이 다른 곳처럼 보인다. 무엇과 무엇이 합쳐졌는지를 알아보는 재미에, 알아본 뒤에도 기묘한 무늬를 더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겹친다. 징그러움과 아름다움이 차례로 오는 대신 한 화면에서 동시에 느껴질 수 있다.

흑백으로 보이는 얼굴의 형상

익숙한 방에서 색이 빠져나간다

처음의 풍부한 색은 영화가 진행되며 점차 옅어지고 흑백으로 바뀐다. 변화가 언제나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분위기가 끊기고 시각적인 감각이 달라지는 순간을 지나며, 앙스와 카스가 살던 방을 처음과 같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진다. 형태가 변하는 이야기와 그 형태를 보여주는 화면이 함께 변한다.

소리도 여기에 참여한다. 감독은 음악과 사운드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데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배경음악에만 기대는 방식이 아니다. 소리가 공간을 채우면서 눈앞의 질감까지 더 생생하게 느껴지게 한다. 대사로 사태를 이해하던 영화가 귀와 피부로 받아들이는 경험에 가까워진다.

앙스가 카스를 처음 만났을 때 좋아했던 모습은 이 변화 속에서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을까. 상대를 알아본다는 것은 얼굴과 몸의 익숙한 모양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모양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따라가면, 처음 품었던 호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착이 보인다. 영화의 기괴한 상상은 새 연인의 얼굴을 계속 알아보고 싶다는, 의외로 소박한 마음에서 힘을 얻는다.

〈엘스〉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감염의 법칙을 얼마나 잘 설명했느냐보다, 방 하나가 얼마나 낯설어질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상상력이다. 집에 틀어박힌 두 사람의 이야기였는데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계속 달라진다. 처음에는 연인의 표정을 읽으려 가까이 보다가, 나중에는 가까이 보아도 이름 붙일 수 없는 형태를 만난다. 무서워하면서도 조금 더 보고 싶어지는 그 감각이, 이 작은 아파트를 유난히 넓은 영화의 장소로 만든다.

감상 포인트

◆ 새 연인의 서로 다른 반응 — 같은 방에서 같은 위험을 맞은 앙스와 카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자. 둘을 이미 모든 것을 공유하는 커플로 여기지 않으면, 가까이 지내며 처음 알게 되는 차이가 드러난다. 재난과 연애가 동시에 시작된다는 설정의 재미가 여기에 있다.

◆ 확대된 표면 — 가까이 찍힌 대상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보기 어려울 때 그 질감을 살펴보자. 작은 세부가 풍경처럼 보이며 공간의 크기에 대한 감각을 바꾼다. 몸과 물건이 섞인다는 설정을 대사 밖에서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 색을 잃는 방 — 초반 아파트의 색을 기억해두고 이후 화면과 비교해보자. 감염이 진행되는 동안 익숙한 공간을 보여주는 방식도 바뀐다. 인물의 몸에 생긴 변화만 좇으면 놓치기 쉬운 영화 전체의 변화를 볼 수 있다.

◆ 음악인지 소음인지 — 장면을 설명하는 대사 외에 어떤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지 들어보자. 음악과 효과음을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눈으로 보는 낯선 표면이 유난히 가까운 감각으로 다가오는 데 소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느껴볼 만하다.

관련 작품

◆ 〈아비바〉 (2020, 보아즈 야킨) — 한 연인의 관계를 여러 배우의 몸과 춤으로 표현한다. 한 사람의 마음을 익숙한 신체 하나로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어볼 만하다. 〈엘스〉가 변형과 감염으로 펼치는 상상을, 춤과 역할의 교차 속에서 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

◆ 〈괴물〉 (2006, 봉준호) — 괴생명체의 출현 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통제가 가족의 삶에 들이닥친다. 재난이 관계를 바꾸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조차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도시 전체를 오가는 이 영화와 작은 방에 머무는 〈엘스〉의 공간 차이도 흥미롭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