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ㅁ자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 MovieLAB LAB

〈여섯 개의 시선〉에 참여한 정재은 감독은 자신이 맡은 단편 〈그 남자의 사정〉의 아파트를 ‘ㅁ’자 형태로 설정했다. 가운데에서 사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옥의 구조를 염두에 뒀다…

아파트를 ㅁ자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 MovieLAB LAB

〈여섯 개의 시선〉에 참여한 정재은 감독은 자신이 맡은 단편 〈그 남자의 사정〉의 아파트를 ‘ㅁ’자 형태로 설정했다. 가운데에서 사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옥의 구조를 염두에 뒀다.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가 사는 곳이다. 이웃의 경멸을 받는 남자를 어느 집에 둘 것인가. 그 선택에 건물의 모양이 들어갔다. 혼자 문을 닫고 지내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곳을 이야기의 무대로 삼았다.

정재은은 극영화를 만들 때부터 공간에 관심이 많았고, 건축 다큐멘터리도 그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사정을 알려면 그가 사는 집과 도시의 생김새까지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허구의 아파트를 설정할 때와 실제 건물을 촬영할 때,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달라진다. 처음에는 건물의 모양을 정했다면, 나중에는 이미 지어진 건물을 어디에서 바라볼지 고른다.

집 바깥에서 받는 벌

〈그 남자의 사정〉에서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린아이다. 아이는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이웃에게 소금을 얻으러 가라는 벌을 받는다. 어른은 창피를 당하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감독은 이 익숙한 벌과 범죄자의 신상을 드러내는 일을 한 공간에 놓았다. 잘못의 성격도 책임의 크기도 다른 두 인물에게, 남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조건이 생긴다.

이 선택은 차별을 주제로 여섯 감독이 각자의 단편을 만든 옴니버스 안에서도 불편한 질문을 꺼낸다. 정재은은 사람들이 인권을 보장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기 쉬운 인물을 골랐다고 밝혔다. 남자를 둘러싼 판단이 이미 내려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아이가 그에게 다가가면, 남자를 미워하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던 관객의 자리에 다른 관계가 들어온다.

ㅁ자 건물은 이 관계를 살펴볼 구체적인 조건이다.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일이 친밀함을 뜻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수치심을 주는 방법이 된다. 집 안에 있는 사람과 밖으로 나온 사람, 바라보는 이웃과 바라보이는 사람의 위치를 따라가면 감독이 왜 이 모양을 택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인물의 행동을 평가하는 동안, 그 평가를 서로에게 전달하는 공간도 함께 드러난다.

튀어나온 옆면을 보러 가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시작한 계기도 건물의 모양이었다. 정재은은 서울시청 신청사 앞을 자주 지나가다가 옆면이 돌출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디자인이 나온 과정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알아보려 했다. 완성된 외관을 매일 볼 수 있어도, 그 형태에 이르기까지 어떤 결정이 오갔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다.

촬영에서는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면을 우선했다. 감독은 건물을 멋지게 담을 자리를 미리 정해두기보다, 주변 환경과 현장 상황에 맞춰 여러 각도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정면에서 본 인상이 다른 위치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지 확인할 기회가 생긴다. 한 건물에 대한 생각을 넓히는 데는 새로운 설명뿐 아니라 발을 옮겨보는 일도 필요한 것이다.

편집에서도 여러 입장을 이어 붙였다. 하나의 흐름을 쭉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나오도록 구성해, 현장의 목소리와 디자인 안을 함께 만나게 했다. 건축가가 원한 모습과 실제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 사이에는 서로 다른 요구가 끼어든다. 건물은 한 사람의 생각을 곧바로 옮겨놓은 결과물처럼 설명되지 않는다. 다음 이야기가 나올 때 앞서 들은 말의 조건을 다시 살필 수 있게 된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모두 해본 정재은은 자신에게 힘이 많이 드는 단계도 다르다고 했다. 극영화에서는 시나리오와 촬영이, 다큐멘터리에서는 편집이 특히 어렵다는 것이다. 인물의 처지를 드러낼 건물을 설정하는 작업과, 여러 사람에게서 모은 건물의 이야기를 배열하는 작업. 공간에 대한 관심은 이어져도, 그것을 영화로 만드는 노동은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떠난 단지에서 들린 소리

〈고양이들의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이사한 뒤에도 감독의 촬영이 계속된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에 고양이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정재은은 처음 만난 고양이들이 자기 영역에서 놀고 쉬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이후 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주민들의 활동도 시작됐다. 사람들이 떠나는 일정과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시간이 한 단지 안에서 어긋난다.

감독은 고양이를 고통받는 대상으로만 보여주는 일을 경계했다. 위험을 알리는 장면만 고르면, 그곳에서 보내던 평소의 삶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고양이의 눈으로 재건축되는 아파트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는 설명에는 이 선택이 담겨 있다. 사람에게는 이사를 마치고 떠난 장소지만, 남아 있는 동물에게는 계속 움직이고 쉬어야 할 공간이다. 카메라가 머무르는 이유도 그 차이에서 생긴다.

비어가는 단지는 소리도 달랐다. 정재은은 사람과 자동차가 사라진 곳에서 바람과 새소리가 예민하게 들렸다고 회고했다. 도시 한복판에서 경험한 고요함이었다. 고양이들을 기록하던 영화에 건물이 사라지는 감각도 들어온다. 철거 전의 단지가 텅 비었다고 느껴지는 순간, 화면에 남은 생명과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따로 헤아려볼 수 있다. 사람이 없어진 자리에서 무엇이 더 잘 들리는지를, 감독은 촬영을 끝내지 않고 살폈다.

감상 포인트

1. 〈그 남자의 사정〉의 ㅁ자 아파트에서 집 안과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살펴보자. 누가 누구를 볼 수 있는지 따라가면 건물의 형태와 인물이 받는 시선을 함께 읽을 수 있다. 2. 소금을 얻으러 가는 아이의 이동에 주목해보자. 집에서 받은 벌이 이웃을 찾아가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창피를 주는 데 주변 사람들의 존재가 어떻게 필요해지는지 보인다. 3. 〈말하는 건축 시티:홀〉에서는 건물을 담는 각도가 바뀔 때 외관의 인상도 비교해보자. 앞서 들은 설명과 새로 보이는 면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도 흥미롭다. 4. 〈고양이들의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떠난 단지를 볼 때 바람과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눈으로는 비어 보이는 곳에 어떤 움직임과 소리가 남았는지 나눠 살펴볼 수 있다.

관련 작품

◆ 〈말하는 건축 시티:홀〉(2012, 정재은) — 서울시청 신청사의 형태를 둘러싼 질문이 설계와 공사 현장의 여러 목소리로 넓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 〈고양이들의 아파트〉(2020, 정재은) — 주민의 이사 뒤에 남은 고양이들을 따라가며, 같은 단지를 떠나는 시점이 모두에게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한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