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촬영을 돕다가 자기 영화의 풍경을 발견하다 | MovieLAB LAB

김성호 감독이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는 자기 영화를 찍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양영희 감독의 〈안녕, 평양〉 촬영을 도우러 간 길이었다. 그는 그곳의 돌담과 풍경을 눈여겨봤다가 〈…

남의 촬영을 돕다가 자기 영화의 풍경을 발견하다 | MovieLAB LAB

김성호 감독이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는 자기 영화를 찍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양영희 감독의 〈안녕, 평양〉 촬영을 도우러 간 길이었다. 그는 그곳의 돌담과 풍경을 눈여겨봤다가 〈눈부신 하루〉에 참여하면서 다시 꺼냈다. 세 편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에서 김성호가 맡은 〈보물섬〉은 그렇게 다른 영화의 현장에서 발견한 장소를 두 소녀의 여행지로 삼았다.

이 감독에게 짧은 영화는 새로 배울 여지가 있는 작업이었다. 첫 장편 〈거울 속으로〉를 만든 뒤에도 배우에게 원하는 연기를 어떻게 전달할지 더 익혀야 한다고 느꼈다. 그가 여러 단편 작업에 참여한 이유다. 이미 장편을 완성한 감독이 다시 작은 현장으로 돌아가 사람을 만나고 연출을 시험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장르를 오간 경력에 구체적인 이유를 더해준다.

큰 주제에서 두 사람의 여행으로

〈눈부신 하루〉의 출발점은 광복 60주년을 맞은 옴니버스 기획이었다. 김성호와 김종관, 민동현은 평화와 화합 같은 주제를 나눠 맡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다 각자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공통된 기획을 받아들인 뒤 무엇을 찍을지는 감독마다 달리 정한 것이다. 김성호에게는 앞서 봐둔 제주의 풍경과 양영희를 통해 접한 재일동포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가 만든 여행의 목적은 할아버지가 남긴 물건을 찾는 일이다. 미에(모리 유키에)는 친구 에이코(서영화)와 제주에 오고, 여정 중에 친구에 대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다. 거대한 역사적 주제를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사건으로 옮긴 선택이다. 처음부터 서로 다른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로 소개하기보다, 함께 여행하던 친구 사이에서 거리가 생기게 했다.

이 설정에서는 장소를 찾아가는 일과 사람을 새로 이해하는 일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으러 온 미에에게 제주는 낯선 땅이지만, 그가 들고 온 가족의 이야기와 이미 연결되어 있다. 눈앞의 풍경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이전 세대의 삶이 여행의 방향을 정한다. 김성호가 다른 감독의 촬영을 도우며 봤던 섬은 이처럼 누군가의 과거를 찾아가는 장소가 됐다.

배우를 만나는 경로도 현장의 조건에 따라 달라졌다. 일본에서 배우를 데려오려던 초기 계획은 비용 때문에 바뀌었고, 감독은 한국의 어학당을 중심으로 출연자를 구했다. 그 오디션에 모리 유키에와 서영화가 함께 왔다. 두 사람은 연기에 뜻이 있었고 감독은 그들의 연기와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다. 친구 두 명을 연출해야 하는 영화에 실제로 함께 찾아온 두 사람이 들어온 셈이다. 배우들이 함께 들어온 순간 감독은 두 사람이 한 화면에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물을 한 명씩 상상하던 단계에서 서로 마주할 두 배우를 선택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단편에서 배우와 일하는 법을 익히다

김성호는 첫 장편 이후의 단편 작업을 돌아보며 배우 연출을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은 규모의 제작에서는 여러 연출 방식을 시험할 여유가 있었고, 그 경험을 쌓아 장편에서 배우와 일할 자신감도 얻었다는 것이다. 〈보물섬〉의 오디션 일화도 이 회고와 함께 읽으면 달라 보인다. 미리 생각한 배우를 섭외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 온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일 역시 연출의 한 부분이 된다.

연출을 배운다는 말은 촬영장에서 모든 답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게 한다. 감독이 정한 인물은 아직 글 속에 있지만 오디션에 온 배우는 자기 목소리와 몸을 갖고 있다. 둘을 맞춰보는 과정에서 애초 구상으로는 알 수 없던 가능성도 발견한다. 김성호가 단편 작업을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연결해 설명한 점이 흥미롭다.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이유를 성공한 방식의 반복에서만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는 다른 종류의 조정이 필요했다. 바버라 오코너의 미국 소설을 한국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옮기는 일이었다. 집을 잃고 차에서 지내는 가족이라는 설정을 한국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오래 공을 들였다고 감독은 밝혔다. 원작의 사건을 그대로 가져오기 전에 그 가족이 처한 형편부터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영화에서 아이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어른에게는 빈곤과 주거의 문제인 일이 아이에게는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은 계획으로 나타난다. 그 계획을 따라가면 아이가 세상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디서 잘못 짚는지도 드러난다. 김성호가 원한 가족영화에는 이처럼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크기로 받아들이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들어 있다. 관객의 나이에 따라 더 먼저 보이는 문제가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다.

배우가 일을 끝까지 해보게 하기

인물이 하는 일을 구체화하는 관심은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윤지련 작가가 이야기의 큰 구성과 순서를 마련했고, 김성호는 이를 어떻게 보여줄지 세부 표현을 고민했다. 그는 유품정리의 절차를 연출부와 공부하고 실제 유품정리사 김새별에게 조언을 구했다.

배우들은 정리하는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했다. 감독은 그 과정을 촬영한 다음 편집해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화면에 필요한 짧은 동작만 따로 만드는 것과는 다른 준비다. 무엇을 먼저 처리하고 그다음 어디로 손을 옮겨야 하는지를 몸으로 경험하면, 배우가 잠깐 멈추거나 물건을 집는 행동도 앞선 일과 이어질 수 있다. 완성본에 남는 시간이 짧더라도 배우가 해본 일의 시간은 그보다 길다.

음악을 고를 때도 그루(탕준상)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유품을 정리하는 태도에 의식과 같은 느낌이 있다고 보고 클래식 음악을 택했으며, 편집하면서 곡을 바꿔가며 장면과 맞췄다. 일을 수행하는 동작은 실무에서 배우고, 그 일을 대하는 인물의 마음은 음악으로 살핀 것이다. 같은 정리 장면 안에 직업의 절차와 한 사람의 태도가 함께 담긴다.

이때 음악의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곡의 정서만이 아니다. 배우가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 물건을 바라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같은 곡도 달리 들린다. 촬영한 동작과 음악을 편집실에서 거듭 맞춰보는 일은 그 차이를 찾는 과정이다. 배우가 끝까지 해본 정리 작업 가운데 어느 행동을 남길지 고르는 판단이 그 장면의 감정을 만든다.

감상 포인트

◆ 〈보물섬〉의 제주를 두 겹으로 보기. 처음 방문한 소녀들이 보는 장소이면서, 앞선 세대의 흔적을 찾아야 하는 곳이다. 두 성격이 여행의 방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 미에와 에이코의 관계 따라가기. 함께 떠날 수 있었던 친구들이 서로에 대해 모르던 사실을 만날 때,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주목하자.

◆ 아이가 세운 계획과 어른이 보는 형편 비교하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같은 행동이 놀이처럼 보이거나 절박하게 느껴지는 지점을 찾아보면 가족영화라는 선택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 일하는 몸에 주목하기. 유품정리의 절차를 배우가 끝까지 해봤다는 제작 과정을 떠올리며, 물건을 집고 내려놓는 동작과 음악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들어보자.

관련 작품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김성호) — 낯선 원작의 설정을 한국 가족의 생활로 옮긴 작품. 아이의 계획을 따라가며 어른의 사정도 함께 보이게 하는 연출을 살펴볼 수 있다.

◆ 〈후쿠오카〉(2019, 장률) — 다른 나라의 도시를 걷는 사람들이 서로의 지난 관계를 새롭게 접한다. 여행을 통해 알고 지내던 사람을 달리 보게 된다는 점에서 〈보물섬〉과 나란히 생각해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편집 검수를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