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쓰레기봉투 때문에 주인공을 이사시키다 | MovieLAB LAB

〈너를 줍다〉의 지수(김재경)와 우재(현우)가 사는 곳은 처음에는 성남이었다. 그런데 심혜정 감독은 종량제봉투의 색을 확인하고 설정을 바꿨다. 영화에 필요했던 것은 흰 봉투였지만…

흰 쓰레기봉투 때문에 주인공을 이사시키다 | MovieLAB LAB

〈너를 줍다〉의 지수(김재경)와 우재(현우)가 사는 곳은 처음에는 성남이었다. 그런데 심혜정 감독은 종량제봉투의 색을 확인하고 설정을 바꿨다. 영화에 필요했던 것은 흰 봉투였지만 성남의 봉투는 노란색이었다. 원하는 그림을 지키면서 그 지역을 아는 관객도 납득할 수 있도록, 두 사람은 용인에 사는 인물이 됐다. 남이 버린 것을 살펴 사람을 알아가는 이야기에서 봉투의 색은 주소까지 바꿀 만한 문제였다.

심혜정은 인물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 관심이 영화로 옮겨지면 누군가의 마음을 말로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동물을 기르는지, 방이 어떤 색인지, 남을 만날 때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정해야 한다. 〈너를 줍다〉의 제작 과정에는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물건과 행동을 골라 인물에게 맞추는 판단이 촘촘히 들어 있다.

버린 사진에서 다시 읽은 소설

영화의 출발점은 SNS에 올라온 사진이었다. 심혜정은 아는 사람이 올린 사진이 평소 모습과 다르다고 느꼈다. 그 한 장을 고르기 위해 버렸을 사진들에는 오히려 그 사람다운 모습이 더 많이 남아 있지 않을까. 그때 떠오른 것이 하성란의 단편소설 「곰팡이꽃」이었다. 쓰레기에서 이웃의 정보를 얻는 인물을 지금의 생활과 이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은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쓸 생각도 했다가 각본을 완성한 뒤 〈너를 줍다〉로 바꿨다. 인물의 행동이 느껴지는 제목을 원해서였다. 사람을 직접 만나기 전에 이미지를 살펴보는 일에서 출발한 영화가, 실제로 무엇을 줍고 들여다보는 사람의 이야기로 구체화됐다. 지수가 버려진 것에 다가가는 행동에는 상대를 알고 싶은 마음과 직접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함께 놓인다.

이 인물의 직업을 식품 통신판매 쪽으로 정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감독은 고객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지만,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도록 했다. 정보를 모아두면 안심하는 지수에게 익숙한 일과 난처한 일이 같은 직장에서 벌어진다. 인물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별도로 설명하기보다 그 성향이 일하는 방식에 드러나게 한 선택이다.

각색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쓰레기를 뒤지는 행동을 오래 해온 인물에게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었다고 감독은 밝혔다. 흥미로운 설정을 찾은 뒤에도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의 생활을 마련해야 했다. 지수가 정보를 모으는 과정만 따라가면 정체를 알아내는 이야기로 기울 수 있다. 반면 일을 하고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지수를 함께 보면, 그가 아는 것과 감당할 수 있는 것 사이의 차이도 나타난다.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성은 앞쪽에, 여성은 뒤쪽에 떨어져 서 있다

물고기, 방, 옷으로 만드는 거리

지수와 우재를 이어주는 물고기도 관계의 필요에서 골랐다. 심혜정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동물을 매개로 낯선 이와 말을 나누는 모습에 주목했다. 지수가 우재를 덜 위험하게 느끼며 가까워질 계기가 필요했고, 그가 기를 만한 동물을 찾다가 안시 롱핀을 알게 됐다. 자주 숨어 있는 물고기라는 점도 지수와 잘 맞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정해둔 의미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김재경은 촬영 중 물고기들이 안에 숨어 있다가 나올 때면 감독이 서둘러 찍자고 외쳤다고 회고했다. 인물에게 맞는 동물을 고르는 일 다음에는 그 동물이 움직일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화면에 놓인 작은 생명체를 상징으로 읽기 전에, 제작진이 실제 움직임을 얻기 위해 지켜봤을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지수의 방은 물속을 생각하며 푸른 계열로 만들었다. 감독은 깊은 바다 같은 느낌을 원했다. 영화 전체의 밝은 기운은 지수가 바깥에 나왔을 때 드러날 따뜻한 면모와 연결했다. 한 인물을 어두운 방 안에 가두는 것으로 그의 전부를 정하지 않고, 바깥에서 보일 수 있는 성격도 색에 나눠 담은 것이다.

배우가 맡은 부분도 있었다. 의상을 전공한 김재경은 장면의 감정과 옷의 색을 함께 분석하는 일을 좋아했다. 지수의 검정 옷이 회색으로 옅어졌다가 다시 검정으로 돌아가는 흐름을 인물의 마음과 연결했다. 여기서 색의 변화는 일직선으로 밝아지는 성장 표시가 아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열었다가 다시 다치는 움직임도 옷에 남는다. 감독이 공간을 정하고 배우가 옷의 변화를 살피면서 같은 인물의 안팎이 만들어졌다.

처음의 흰 봉투 역시 이런 선택들과 나란히 놓을 수 있다. 심혜정은 인물의 생활이 벌어질 곳을 실제 동네와 소품의 조건 속에서 정했다. 머릿속 이미지가 현장에 그대로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맞지 않는 것을 만나면 설정을 다시 고른다. 영화의 색은 장식뿐 아니라 인물이 어디서 어떻게 살게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배우의 다른 면을 보고, 속도를 늦추다

김재경이 이전에 제안받았던 인물들에는 활기차고 화려한 역할이 많았다. 지수는 다른 도전이었고, 배우는 심혜정의 전작 〈욕창〉을 찾아본 뒤 함께하고 싶어졌다. 감독이 김재경에게서 주목한 것은 연약함과 씩씩함이 공존하는 점이었다. 상처가 많은 사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행동할 수 있다. 쓰레기를 가져와 조사하고 다시 내다놓는 지수에게는 그런 끈기가 필요했다.

심혜정은 배우에게 말과 몸의 속도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우재를 연기한 현우에게는 쫓아가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때에도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부탁했다. 두 지시는 관계를 조율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지수가 세상에 반응하는 속도와 우재가 다가오는 세기가 달라지면, 같은 대사를 나누어도 그 만남이 주는 느낌이 달라진다.

현우는 첫 만남에 우재의 성장 과정까지 적어왔다. 감독은 배우가 긴장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에서도 인물과 닮은 배려를 느꼈다. 대본을 여러 번 함께 읽으며 인물을 완성해갔고, 김재경은 촬영 중 자신의 의견을 감독이 자주 묻고 반영했다고 말했다. 배우의 기존 이미지로 배역을 설명하기보다, 배우가 해석하고 제안할 자리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런 협업은 한 작품이 끝나도 이어졌다. 심혜정은 전작의 배우들이 다음 영화의 작은 역할로 다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너를 줍다〉에서 전화 속 고객의 목소리를 연기한 김재록도 〈욕창〉의 출연 배우다. 영화의 기획부터 후반 작업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 김도영에게는 특별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모든 대화가 공식 직함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작업에 의견을 주고받을 사람이 곁에 있었다.

촬영에서 얻은 것을 모두 남기는 감독은 아니다. 심혜정은 마지막 부분을 편집하면서 마음에 드는 배우의 얼굴 장면들도 덜어냈다고 밝혔다. 그때 필요한 것은 두 사람이 한 발 다가서서 마주보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소품과 색, 연기의 속도를 차근차근 고른 뒤, 마지막에는 촬영해둔 좋은 얼굴까지 줄이는 선택이 온다. 영화에 무엇을 더할지 오래 고민한 감독이 무엇을 걷어낼지도 결정하는 순간이다.

감상 포인트

◆ 흰 봉투의 자리. 미술을 위해 인물의 주소까지 바꿨다는 제작 과정을 떠올려보자. 쓰레기봉투가 놓이는 색과 공간은 지수의 생활을 구성하는 재료다.

◆ 지수의 방과 옷. 물속을 생각한 방의 색과 김재경이 감정에 맞춰 분석한 옷을 함께 살펴보자. 공간과 의상이 인물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 말과 몸의 속도. 감독은 지수의 속도를 늦추고 우재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주문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접근하는 강도와 간격에 주목할 만하다.

◆ 마주보는 행동. 심혜정은 편집에서 좋은 얼굴 장면을 덜어내기도 했다. 인물의 감정을 얼굴로 읽을 때와 서로를 향한 움직임으로 읽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생각해보자.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욕창〉(2019, 심혜정) 간병을 둘러싼 가족과 돌봄 노동자의 관계를 다룬 첫 장편. 〈너를 줍다〉의 김재경이 참여를 결심하며 찾아본 작품이자, 다음 영화에서도 함께한 배우들과의 작업을 볼 수 있다.

〈괴인〉(2023, 이정홍) 목수의 일과 생활에 낯선 사건과 사람들이 들어오는 영화. 주변인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물이 어떤 태도로 관계를 이어가는지 비교해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으며, 제작진 인터뷰와 공식 자료를 대조해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