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감독은 〈어른 김장하〉를 만들며 만난 사람들에게 김장하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답을 실컷 받아놓고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한 사람을 규정하는 평가를 그대로 내보…
김현지 감독은 〈어른 김장하〉를 만들며 만난 사람들에게 김장하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답을 실컷 받아놓고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한 사람을 규정하는 평가를 그대로 내보내도 될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내레이션 쓰기를 좋아한다는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그것도 덜어냈다. 김장하를 설명할 말을 찾으러 출발한 작업이, 설명하는 말을 지우는 편집으로 이어졌다.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사람들을 도와온 김장하는 자신의 선행을 말하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김현지는 그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찾아가 인물의 모습을 그리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이들의 증언에는 고마움뿐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도 담긴다. 감독이 한마디의 평가를 걷어낸 자리에서 관객은 각자의 삶에 남은 김장하의 흔적을 만난다.
김현지는 여러 사람의 증언을 연결할 인물로 지역 언론인 김주완을 떠올렸다. 김장하에 관한 글을 써온 기자였다. 공동 취재와 자료 공유를 제안받은 김주완은 한 가지를 당부했다. 자신은 배우가 아니니 행동을 연출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감독은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김주완이 버스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그가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기에 자연스럽게 담겼다. 취재 장소에 도착한 뒤의 질문뿐 아니라 그곳에 가는 시간도 화면에 들어온다. 누군가의 삶을 알아내는 일이 앉아서 대답을 받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보인다. 관객도 기자를 따라 다음 만남으로 이동한다.
이 동행에는 서로 다른 질문 방식이 있었다. 김주완은 사건의 날짜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익숙했다. 김현지는 그 일을 겪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물었다. 김주완은 감독의 질문이 감정의 측면을 보완해주었다고 말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일을 묻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그 일이 어떤 경험으로 남았는지는 다른 답을 필요로 했다.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는 지원이 이루어진 시점도, 당시 자신이 느낀 마음도 모두 경험의 일부다. 김현지의 질문은 그가 김장하를 칭찬하는 말 뒤에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더 듣게 한다. 금액과 연도로 정리된 일에 한 사람이 그날을 받아들인 방식이 더해진다.
김현지가 인터뷰 대상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유명세보다 삶의 변화였다. 김장하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야기를 맡기지 않고, 도움을 통해 태도나 삶의 방향이 달라진 사람들을 찾으려 했다. 누가 그와 가까운가보다 그가 한 일이 누구에게 어떻게 남았는지를 묻는 선택이었다.
이 방향으로 보면 김장하가 화면에 오래 머물지 않아도 영화는 그의 이야기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그를 만난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겪은 일을 말한다. 서로 다른 사람의 현재가 한 인물의 행동을 설명하는 셈이다. 한약방 밖으로 나간 카메라가 여러 삶을 지나면서, 김장하가 도운 일의 범위와 그 뒤에 이어진 시간을 알게 된다.
김현지는 처음에는 그가 왜 그렇게 살게 됐는지 궁금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을 설명해줄 결정적인 계기를 찾기보다, 행동을 통해 주변 공동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하게 됐다. 한 사람의 특별한 동기를 찾아내는 일에서 그 사람과 만난 뒤 생긴 변화로 질문을 옮겼다.
그래서 인터뷰를 들을 때는 김장하를 가리키는 좋은 말보다, 말하는 사람이 자기 삶을 설명하는 대목을 기다려볼 만하다. 무엇을 할 수 없었고, 어떤 도움을 받았으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감사의 정도를 겨루지 않아도 각자가 꺼내는 경험에 차이가 있다. 감독이 받은 답을 한마디로 묶지 않은 까닭을 이 서로 다른 이야기들에서 느낄 수 있다.
극장판을 준비하면서는 취재하려는 김주완과 말을 아끼는 김장하의 관계가 더 선명해지도록 편집했다. 김현지는 편집감독의 조언을 받아 두 인물의 성격과 이야기 흐름을 다듬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조건은 제작을 어렵게 했지만, 완성된 영화에서는 다음에 어떤 답을 얻을지 궁금하게 하는 요소가 됐다.
질문하는 쪽은 더 듣고 싶고, 질문받는 쪽은 자기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으려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답변의 길이와 말의 방향을 살펴보자. 기대했던 설명이 나오지 않을 때에도 만남은 계속된다. 김현지는 그 과정 자체를 남겨, 자료로 확인한 선행의 목록과는 다른 속도로 관객이 김장하를 알아가게 한다.
음악을 의논할 때도 감독은 엄숙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피하고 싶었다. 오케스트라와 현악기 대신 젊은 관객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로파이 같은 음악을 부탁했다고 한다.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에 큰 감정을 미리 붙이기보다, 화면 속 대화와 사소한 유머가 살아 있을 여지를 마련한 선택이다.
김현지는 지역 방송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힘든 일도 농담으로 건네는 모습을 오래 보았다고 회고했다. 김장하 역시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를 볼 때 말의 내용뿐 아니라 질문에 돌아오는 짧은 답과 농담, 그 옆에서 들리는 음악을 함께 들어보자. 존경의 대상인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상대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찾을 수 있다.
◆ 김주완이 취재하러 이동하는 모습 보기. 버스와 택시를 타는 시간이 인터뷰 사이에 놓이는 방식에 주목하자. 완성된 정보만 읽을 때와 달리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수고와 기다림이 보인다.
◆ 증언 속 과거와 현재 구별해 듣기. 도움을 받던 당시 이야기에서 지금 하는 일로 말이 옮겨갈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피자. 같은 고마움도 사람마다 다른 생활로 이어진다.
◆ 김주완의 질문과 김장하의 답변 비교하기. 더 알고 싶은 기자의 말에 얼마나 길고 어떤 답이 돌아오는지 들어보자. 적극적인 취재와 말을 아끼는 태도 사이에서 두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 대화 곁에 놓인 음악 듣기. 유머가 느껴지는 말과 배경음악이 어떤 분위기를 함께 만드는지 살피자. 선행을 설명하는 내용이 이어져도 영화가 계속 엄숙하게만 흐르는지 확인할 수 있다.
◆ 〈녹차의 중력〉(2018, 정성일) — 임권택의 작업 현장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인물의 자기 설명과 함께 그가 다른 사람들과 일하고 머무는 시간이 무엇을 알려주는지 비교할 수 있다.
◆ 〈시인 할매〉(2018, 이종은) — 글을 배우고 시를 쓰는 할머니들의 말을 듣는다. 한 사람의 삶을 짧은 평가로 정리하기 전에 자신의 언어로 건네는 이야기를 기다려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편집 검수를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