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간호사들을 동화 같은 병원에 세웠다 | MovieLAB LAB

박진표 감독이 〈여섯 개의 시선〉에서 맡은 〈신비한 영어나라〉의 간호사들은 실제 간호사들이다. 아이의 영어 발음을 좋게 만들겠다며 부모가 수술을 선택하는 이야기다. 감독은 병원의…

실제 간호사들을 동화 같은 병원에 세웠다 | MovieLAB LAB

박진표 감독이 〈여섯 개의 시선〉에서 맡은 〈신비한 영어나라〉의 간호사들은 실제 간호사들이다. 아이의 영어 발음을 좋게 만들겠다며 부모가 수술을 선택하는 이야기다. 감독은 병원의 협조로 실제 수술을 촬영해 영화에 넣었고, 한편으로는 병원을 동화처럼 꾸몄다. 현실에서 데려온 사람들과 만들어낸 공간을 한 영화에 놓았다. 아이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어른들의 생각이 눈앞의 아이에게 어떤 일을 벌이는지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박진표에게 현실의 사건은 이야기의 출발점이면서, 영화로 바꿀 때 무엇을 남기고 덜어야 할지 묻는 재료이기도 하다. 실제 현장의 모습을 넣는 일과 배우에게 그 상황을 맡기는 일은 각각 다른 효과를 낸다. 병원에 실제 간호사를 세웠던 감독은 이후 〈그놈 목소리〉에서 유괴범의 목소리에 유명 배우 강동원을 택한다. 관객이 목소리의 주인을 실제 범인으로 오인할 가능성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어른들

〈신비한 영어나라〉에서 부모는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하며 움직인다. 그러나 그 결정에 아이 자신의 의지는 얼마나 들어 있는가. 박진표는 본인이 원하지 않았는데도 미래가 정해지는 아이를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도 부모도 그 상황을 인권의 문제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이를 해치려는 사람이 나타나야만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미래를 마련해주려는 행동 안에 이미 상대를 대신하는 결정이 들어 있다.

그래서 동화 같은 병원의 모습은 제작 과정에서 중요한 선택이다. 아이를 위한 공간처럼 보이는 외관과 그곳에서 어른이 결정한 일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관객은 병원의 분위기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봐야 한다. 화면을 꾸민 방식이 사건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만든 셈이다. 포근한 이야기의 약속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서, 아이의 몸에 관한 선택권은 다른 사람에게 있다.

실제 간호사와 수술의 기록을 넣은 선택도 여기에 놓인다. 이 일은 어른들의 욕망을 과장해 상상한 장면으로만 남지 않는다. 현실에서 행해진 절차가 허구의 모자 이야기에 들어와 있다. 아이를 위한 계획을 말하는 사람들과 그 계획을 몸으로 겪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지만, 이곳에 오기로 결정한 쪽은 어른이다.

부모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가지 않기

〈그놈 목소리〉에서는 카메라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달리 정했다. 아이가 유괴된 뒤 부모가 겪는 시간을 다룬 이 영화에서 박진표는 범인의 행동을 짐작해 만들지 않고, 납치된 아이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지도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부모의 심정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범인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관객에게 먼저 알려주는 대신, 연락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곁에 머물려 했다.

이 원칙은 무엇을 찍을지 못지않게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 정한다. 다른 곳의 상황을 알게 되면 관객은 부모보다 앞서갈 수 있다. 그 정보를 제한하면 전화 한 통의 비중이 달라진다. 연락이 오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 있고, 전화가 와도 상대가 주는 말에 의존해야 한다. 사건의 전모를 차례로 푸는 쾌감보다, 대답을 듣고 싶지만 스스로 확인할 수 없는 처지가 두드러진다.

박진표는 촬영을 준비하며 장르적 재미와 피해자의 심정을 따라가는 일이 자꾸 부딪힌다고 말했다. 단지 실화라서 극적 구성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택한 관점에 맞춰 정제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 등 구체적인 설정은 바꾸면서도, 부모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간격은 연출의 기준으로 남겼다. 현실의 세부를 그대로 복사하는 작업과 사건을 겪는 사람의 자리를 지키려는 작업은 여기서 갈린다.

알려진 배우의 목소리

유괴범의 목소리를 맡길 배우를 고르는 데도 같은 고민이 이어졌다. 박진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라면 더 큰 긴장감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관객이 그 목소리의 배우를 실제 범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잘 알려진 배우를 찾았고, 강동원에게 먼저 시나리오를 건넸다. 영화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선택을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허구의 연기라는 사실을 알아볼 여지도 고려했다.

목소리만 출연한다고 해서 배우의 일이 촬영 후 녹음실에서 끝난 것도 아니었다. 감독에 따르면 강동원은 촬영 현장에 빠짐없이 나왔다. 화면 밖의 상대도 현장에서 함께 영화에 참여했다. 전화로 전해지는 말과 그 말을 받는 사람의 얼굴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한 상황을 이룬다. 목소리는 인물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장치를 넘어 부모의 행동을 바꾸는 상대가 된다.

〈신비한 영어나라〉의 병원에서 현실의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 중요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알아볼 수 있는 배우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이 차이는 화면과 소리를 따로 살펴볼 이유가 된다. 전화가 들릴 때 보이는 얼굴은 누구의 것인가. 목소리가 차지하는 시간 동안 듣는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박진표가 정한 관점은 배우 한 명을 화면 밖에 둔 상태에서도, 그와 마주해야 하는 사람의 얼굴에 남아 있다.

감상 포인트

1. 〈신비한 영어나라〉의 병원 분위기와 그곳에서 어른들이 결정하는 일을 함께 보자. 동화 같은 공간이 어떤 기대를 만들고, 실제 행동이 그 기대와 얼마나 어긋나는지 비교할 수 있다. 2. 부모가 아이를 위해 준비하는 일과 아이에게 선택이 주어지는 순간을 나눠 살펴보자. 어른의 계획을 듣는 것과 당사자의 뜻을 확인하는 것이 같은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3. 〈그놈 목소리〉에서 협박전화가 들릴 때 화면에 남는 사람을 보자. 말하는 쪽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듣는 사람의 표정과 행동에 어떻게 주의를 모으는지 살펴볼 만하다. 4. 전화가 오기 전과 받은 뒤 부모가 움직이는 방식을 비교해보자. 기다리는 시간과 지시에 반응하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따라가면, 연락 한 통이 차지하는 무게가 드러난다.

관련 작품

◆ 〈여섯 개의 시선〉(2003, 임순례·정재은·여균동·박진표·박광수·박찬욱) — 박진표의 단편을 다른 다섯 감독의 작업과 함께 보며, 차별을 드러내기 위해 고른 인물과 공간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 〈그놈 목소리〉(2007, 박진표) —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부모가 알 수 있는 범위를 연출의 기준으로 삼은 선택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