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희는 〈비닐하우스〉의 주인공 문정을 맡아줄 배우 김서형을 만나기 전 긴장했다. 그동안 화면에서 보아온 강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약속에 조금 늦은 배우는 오는 길에 다친…
이솔희는 〈비닐하우스〉의 주인공 문정을 맡아줄 배우 김서형을 만나기 전 긴장했다. 그동안 화면에서 보아온 강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약속에 조금 늦은 배우는 오는 길에 다친 비둘기를 구했다고 이야기했다.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에서 감독은 예상하지 못한 순수한 면을 보았다. 문정을 찾을 수 있겠다는 확신은 그때 생겼다.
문정은 노부부의 집에서 간병과 가사를 맡으며, 자신은 비닐하우스에 산다. 남을 돌보는 일을 하지만 자신의 생활은 위태롭다. 이 인물에게 김서형의 어떤 얼굴을 빌려줄 것인가. 이솔희가 만남에서 발견한 것은 힘을 드러내기 전의 사람이었다. 캐스팅 이후 감독은 배우에게 평소의 말투로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의 인상을 바꾸는 일이, 배우에게 이미 있는 모습을 꺼내는 데서 시작되었다.
문정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일터에서는 돌봄을 제공하고, 비닐하우스에서는 아들과 함께 살 날을 준비한다. 하지만 속으로 쌓이는 감정을 그때그때 말로 풀어내지는 못한다. 이솔희는 문정을 억누르다가 분출하는 인물로 설명했다. 일상의 대화와 감정이 터지는 순간 사이에 차이가 생겨야 하는 인물이다.
감독이 김서형의 실제 말투를 원했다는 것은 이 대목에서 흥미롭다. 이솔희는 배우가 평소 말하는 방식에서 출발했고, 김서형은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상대의 말을 듣고 대답하는 문정에게 우선 익숙한 생활의 어조가 생긴다. 그 어조를 기억하고 있으면, 말이 막히거나 감정이 치밀 때 생기는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온다.
김서형에게도 첫 만남은 작품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배우는 감독이 이 이야기를 어떤 의도로 썼는지 묻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감독이 배우를 바라보기만 한 만남이 아니었다. 배우도 자신이 겪어야 할 인물의 고통을 어떤 시선으로 다룰 것인지 살폈다. 한 사람은 화면에서 보아온 인상 너머의 배우를 찾고, 다른 사람은 각본 너머에서 이야기를 건넨 사람을 만났다.
문정의 집을 정한 데에는 감독의 어린 시절이 있다. 이솔희는 원예단지에서 자랐다. 비닐하우스는 일찍부터 눈에 익은 공간이었고, 그곳을 동경하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 같은 장소를 다시 바라보며 자기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한다. 문정의 거처에는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달라진 시선이 들어간다.
김서형에게도 비닐하우스는 전혀 낯선 장소가 아니었다. 지방에서 자라며 보았고, 어린 시절 동경했던 기억도 있었다. 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그곳을 문정이 평소 사는 집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그 안에 누워 있기도 하며 공간을 익혔다고 설명했다. 관객에게 위태롭게 보일 거처를,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의 집으로 먼저 경험한 것이다.
감독과 배우의 기억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은 장소를 고르면서, 다른 사람은 그곳에 몸을 두면서 어린 시절의 친숙함을 가져왔다. 문정의 삶을 외부에서 보면 거처의 불안정함이 먼저 보인다. 문정에게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머물며 앞으로의 생활을 생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배우가 현장에서 누워 있었다는 설명은 그 두 시선 사이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솔희가 주목한 것은 비닐의 성질이기도 했다. 검은 비닐로 덮인 하우스는 안이 보일 듯하면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감독은 이를 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문정과 연결했다. 집의 재료가 인물에 대한 비유가 되지만, 그 비유가 성립하려면 먼저 그곳이 생활의 공간이어야 한다. 안에서 사는 문정과 밖에서 집을 보는 관객의 거리는 같지 않다.
이솔희는 처음부터 스릴러를 만들겠다고 접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편집을 마칠 때까지도 자신은 조용하고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객에게서는 인물을 왜 그렇게 괴롭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감독은 그 반응을 기억하며 자신이 인물을 보는 방식과 관객이 받아들이는 방식 사이의 거리를 돌아보았다.
이 차이는 〈비닐하우스〉를 둘러싼 중요한 긴장이다. 창작자는 인물의 사정을 오래 생각하고, 그 인물에게 어울리는 배우와 집을 구한다. 그 과정에서 문정에게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관객은 완성된 영화에서 문정에게 닥치는 사건을 차례로 겪는다. 인물을 향한 제작자의 애정이 사건의 고통을 가볍게 해주지는 않는다.
이솔희는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를 바라며 극단적인 상황을 썼다고도 말했다. 그 바람은 상영 뒤 관객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질문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오래 남기고 싶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감정으로 남았는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과 편집까지 맡은 감독에게 상영은 자신이 만든 인물을 다른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 문정의 평소 목소리 — 남의 집에서 일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문정의 말투를 먼저 들어보자. 뒤에 감정이 커지는 순간과 비교하면,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던 압박을 말의 변화로 느낄 수 있다.
◆ 돌보는 사람과 돌아온 사람 — 노부부의 집에 있는 문정과 자기 거처에 있는 문정을 이어서 보자. 타인의 생활을 유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얼마나 안정되게 꾸릴 수 있는지, 두 공간의 차이가 질문을 만든다.
◆ 비닐 너머를 보는 거리 — 검은 비닐하우스를 볼 때 안이 얼마나 드러나고 얼마나 가려지는지 살펴보자. 인물 가까이 있다고 여겨도 속마음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집의 표면과 나란히 확인할 수 있다.
◆ 시선을 바라는 사람 — 순남(안소요)이 문정을 바라보는 눈빛과 문정이 그에게 보이는 반응을 함께 살펴보자.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상대에게 같은 크기로 돌아오는지 비교하면, 함께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도 기대와 부담이 다르게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닐하우스〉(2023), 이솔희 — 감독이 고른 배우의 목소리와 집이 한 인물의 생활로 만나는 작품이다. 문정과 가까워지는 과정에 집중하면 사건을 받아들이는 감정도 달라진다.
〈욕창〉(2019), 심혜정 — 간병인을 고용한 가족 내부로 들어가 돌봄의 책임과 각자의 욕망을 살핀다. 문정의 고용관계와 비교하면, 돌보는 일을 맡긴 사람들의 사정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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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으며, 무비랩이 검토·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