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감독만 총격전으로 보내놓고 자신은 기지에서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의 감독 야누스 메츠가 촬영감독 라르스 스크리와 세운 원칙이다. 두 사람은 아프가…
촬영감독만 총격전으로 보내놓고 자신은 기지에서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의 감독 야누스 메츠가 촬영감독 라르스 스크리와 세운 원칙이다. 두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기 전 덴마크 병사들과 함께 훈련했다. 전투 중 어디에 서야 하는지부터 배워야 했다. 촬영을 지시하는 사람도 카메라를 들었다. 화면 밖에서 벌어질 일을 동료에게만 맡길 수 없는 영화였다.
그러나 위험을 나눠 겪는다고 해서 이후의 선택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메츠는 병사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아끼게 됐다. 그리고 완성된 영화가 그들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감독의 회고에 따르면 영화가 나온 뒤 일부 병사와는 연락이 끊겼다. 다큐멘터리에서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할 때, 그다음 문제는 자주 빠진다. 그 신뢰로 찍을 수 있었던 모습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아르마딜로〉는 덴마크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의 기지에서 보내는 시간을 따라간다. 전투만 이어지는 영화는 아니다. 출동을 기다리며 무료해하고, 서로 농담하고, 흥분한 채 돌아와 경험을 나눈다.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카메라는 멀리서 군인이라는 직업을 설명하는 카메라와 다르다. 누가 어떤 말투로 이야기하고 무엇에 웃는지까지 가까이 들어간다.
그 가까움에는 생활의 조건이 있었다. 제작진은 기지 안에서 지냈지만 병사들과 떨어진 별도 텐트를 썼다. 메츠는 그곳에서 스크리와 둘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며 거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병사들에게 언제나 동의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함께 식사하고 위험을 겪은 사람의 말을 의심하기란, 낯선 사람의 말을 의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촬영을 마친 뒤 따로 대화할 공간이 필요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감독에게 장소는 배경 이상으로 중요하다. 메츠는 아르마딜로 기지의 두꺼운 벽이 병사들을 보호하면서도 바깥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고 말했다. 안에서는 일상을 유지하려 하지만 밖으로 나갈 때는 무장을 해야 한다. 같은 장소가 안심과 경계를 함께 만들어낸다. 병사들이 왜 서로에게 밀착하는지 이해하려면, 무엇을 믿는 사람인지 묻기에 앞서 어디에서 누구와 하루를 보내는지 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그 생활 안으로 들어간다.
전쟁터에서 돌아왔다고 영화가 곧 완성된 것은 아니다. 메츠는 선별한 촬영분 약 열세 시간을 편집자 페르 키르케고르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편집자는 그것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체 촬영분을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예정했던 열네 주의 편집은 일곱 달로 늘어났다.
이 일화에는 촬영한 사람과 처음 보는 사람의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 강하게 겪은 순간이 있다면 감독에게는 그 앞뒤가 이미 익숙하다. 관객에게는 아직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놀라운 장면을 골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알기 어렵다. 편집자의 요구는 감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순간 바깥에도 영화에 필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르마딜로〉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남겨두는 선택도 그렇게 생각해볼 만하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의 지루함과 시작된 뒤의 혼란은 서로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만큼 떨어져 있다. 병사들은 그 사이를 반복해서 오간다. 전투 장면의 속도에 익숙해질 즈음, 기지 안에서는 또 할 일이 없는 시간이 흐른다. 사건만 추려서는 알 수 없는 생활의 리듬이다.
함께 지낸 감독 외에 이 자료를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도 중요하다. 메츠는 병사들과의 유대에서 벗어나 영화를 판단하는 과정에 편집자의 존재가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자신을 믿고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을 생각하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친해졌다는 이유로 불편한 대목을 지운다면, 관객은 무엇이 빠졌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편집실에는 현장의 친밀함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남아 있었다.
메츠는 전쟁이 사람을 매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병사에게만 돌리지 않았다. 그 역시 촬영 중 강한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위험 속에서 이미지를 얻고 있다는 감각, 좀처럼 접근할 수 없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는 제작자를 끌어당기는 힘도 있었다. 전쟁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그 힘에서 저절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르마딜로〉에는 병사들의 헬멧에 단 카메라의 영상도 들어간다. 감독은 그 영상을 회수했을 때 비디오게임처럼 강렬한 체험을 전한다고 느꼈다. 관객에게는 몸이 먼저 반응할 만한 화면이다. 그 흥분을 느끼고 나면 영화가 보여주는 병사들의 들뜬 반응도 멀리서만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화면의 박진감과 실제로 그곳에 있는 사람의 위험은 같지 않다. 화면을 보는 우리는 영화를 멈출 수 있다.
메츠는 2011년 인터뷰에서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서로 총을 쏘는 곳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위해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 그 한계에 닿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위험을 무릅쓴 촬영 경력만으로 그를 설명하면 이 주저함은 빠진다. 메츠는 자신의 호기심과 열의에도 의심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후 메츠가 연출한 〈보리 vs 매켄로〉(2017)는 두 테니스 선수의 경쟁을 다룬 극영화다. 전쟁 다큐멘터리에서 스포츠 영화로 옮겼다고 하면 멀리 이동한 듯하다. 그러나 메츠가 주목한 것은 경기 결과만이 아니었다.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와 자기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에 이끌렸다고 했다. 그는 테니스 코트를 고독과 통제를 다룰 수 있는 장소로 보았다.
보리 역의 스베리르 구드나손과 매켄로 역의 샤이아 라보프는 오랜 훈련을 거쳐 선수의 몸놀림을 익혔다. 디지털 기술로 랠리를 보완하면서도 배우가 실제로 수행하는 동작을 중요하게 여겼다. 실존 선수들의 기록영상을 이어 붙이는 대신 배우의 몸으로 경기를 다시 만들었다. 움직이는 사람을 통해 그가 감당해야 하는 압박을 보게 하려는 선택이다. 기지와 코트는 전혀 다른 장소지만, 정해진 환경 속에서 긴장을 견디는 사람에게 눈을 두는 관심은 이어진다.
그 관심을 확인하고 〈아르마딜로〉로 돌아오면, 무섭고 격렬한 장면 말고도 볼 것이 늘어난다. 병사들이 함께 머무는 공간, 전투가 끝났는데도 가라앉지 않는 목소리, 별일 없는 날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알게 되는 모습들이다. 메츠는 그 가까움을 얻었지만, 친해진 사람들이 원하는 얼굴만 남겨주지는 못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누군가와 연락을 이어갈 수 없었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 기지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 — 출동과 전투만큼 병사들이 기다리고 쉬는 장면에 주목해보자. 한가함과 긴장이 얼마나 갑자기 교대하는지, 기다리는 동안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볼 수 있다. 전장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는 총격이 없는 화면도 필요하다.
◆ 카메라가 얻은 친밀함 — 병사들이 서로 경험을 이야기할 때의 말투와 웃음을 보자. 공식적인 설명에서는 듣기 어려운 반응이 드러난다. 이 모습을 찍을 수 있었던 신뢰를 생각하면, 감독이 완성된 영화를 내놓는 일에도 별도의 어려움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 벽 안과 벽 밖 — 기지 내부와 순찰 중 화면을 함께 살펴보자. 익숙한 공간에서의 태도와 경계하며 움직일 때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가. 병사들이 이곳을 안전한 집처럼 여기는 마음과 바깥 사람들을 대할 때의 긴장이 같은 생활에서 나온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 박진감 뒤에 남는 반응 — 전투 화면의 속도와 소리에 집중했다면, 그 장면이 지난 다음 자신의 감정도 살펴보자. 흥분이 가라앉는 순간 화면 속 사람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감독 자신도 촬영의 흥분을 경계했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강렬함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 〈아르마딜로〉 (2010, 야누스 메츠) — 병사들의 생활에 들어간 감독이 친밀한 기록을 어떻게 공개할지 고민한 작품이다. 따로 떨어진 사건들보다 기지 안의 일상과 전투 이후의 반응을 이어 보자. 함께 지낸 시간은 병사들을 이해하게 하면서도 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게 한다.
◆ 〈보리 vs 매켄로〉 (2017, 야누스 메츠) — 테니스 선수의 경쟁을 배우의 몸과 심리로 다시 구성한다. 승패를 앞둔 사람이 감정을 다스리는 방식을 보면, 메츠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며 붙잡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위험의 성격은 다르지만, 장소와 규칙이 한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힘을 비교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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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