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의 이야기는 가사도우미가 들려준다 | MovieLAB LAB

사형수의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있고, 그 사형수와 사랑에 빠진 여자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가사도우미 아니타(메이시 그레이)다. 〈페이퍼보이: 사형수…

이 집의 이야기는 가사도우미가 들려준다 | MovieLAB LAB

사형수의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있고, 그 사형수와 사랑에 빠진 여자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가사도우미 아니타(메이시 그레이)다.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의 감독 리 다니엘스는 백인 청년의 성장과 범죄 수사에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더했다. 집 안에서 일하며 가족을 지켜본 사람이, 이제 그 집의 일을 말한다.

다니엘스는 이 선택을 자신의 가족과 연결했다. 백인 가정에서 가사노동을 했던 친척들이 있었고, 아니타를 통해 어머니와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을 영화에 담으려 했다. 남의 소설을 자기 영화로 만드는 일은 사건을 더 자극적으로 바꾸는 것만은 아니었다. 누구에게 이야기를 맡길지 결정하는 데서 감독이 살아온 시간이 드러났다.

가족 곁에 있지만 가족은 아닌 사람

피트 덱스터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에는 강한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모인다. 형 워드(매튜 매커너히)의 취재를 돕는 청년 잭(잭 에프론)은 샬럿(니콜 키드먼)에게 빠져든다. 샬럿은 수감 중인 사형수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결혼을 꿈꾼다. 각자가 원하는 것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가운데, 아니타는 집 안의 생활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남는다.

다니엘스는 자신이 백인 청년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스스로 아는 것을 넣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니타의 자리가 중요해진 이유다. 아니타는 가족과 가까우면서도 그 가족의 일원과 같은 권한을 갖지는 않는다. 집 안의 친밀함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친밀함만으로 고용 관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잭과 아니타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볼 때도 그 차이가 남아 있다. 돌봄을 받는 청년에게는 다정한 관계일 수 있지만, 그를 돌보는 사람의 생활까지 같은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니엘스가 아니타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자리를 준 덕분에, 관객은 잭의 욕망만 좇다가 지나칠 수 있는 집 안의 관계를 함께 보게 된다. 사건에 직접 뛰어드는 사람들 바깥에서도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철창이 보이는 실내 탁자에서 두 남성이 마주 앉아 대화한다

소설의 인물을 바꾸자 관계도 달라졌다

다니엘스는 워드와 함께 취재하는 기자 야들리(데이비드 오예로워)를 원작의 백인에서 흑인으로 바꾸었다. 인종을 바꾸는 것은 배우의 외모만 달라지는 일이 아니다. 1960년대 미국 남부라는 배경 안에서 누구와 가까이 지낼 수 있는지, 누구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숨겨야 하는지도 달라진다. 감독은 이 변경을 워드가 자신을 미워하는 이유와 연결했다.

야들리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니타와 같은 자리에 서지 않는다. 취재를 위해 집에 드나드는 기자와 그 집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서로 다른 권한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을 함께 놓고 보면 이 영화의 인물들을 인종 하나로만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직업과 교육, 가족과의 관계가 그 안에서 다시 차이를 만든다.

다니엘스의 각색은 이런 차이를 통해 인물이 숨기거나 과시하는 것을 늘린다. 겉으로 자신만만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도 남들이 알지 못했으면 하는 사정이 있다. 취재진이 사형수의 진실을 밝히려는 동안, 정작 취재하는 사람들 자신도 투명하지 않다. 누군가를 조사하는 직업이 자기 욕망을 잘 이해한다는 보장은 되지 않는다.

〈프레셔스〉와 〈페이퍼보이〉의 원작은 다니엘스가 일찍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던 두 소설이었다. 먼저 〈프레셔스〉를 완성했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이미 있었다. 소재와 장르가 달라도 남이 쉽게 이해하거나 좋아하기 힘든 인물에게 다가가려는 욕구가 두 작품에 함께 있다. 그의 경력을 성공한 작품 뒤에 비슷한 작품을 고르는 순서로만 보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다.

창이 있는 방에서 금발의 여성이 빈 의자들 곁에 앉아 있다

스타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부탁하다

다니엘스는 관객이 배우에게 기대하는 것과 다른 역할을 맡기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페이퍼보이〉의 캐스팅에도 그 취향이 드러난다. 잘 알려진 배우가 등장했을 때의 반가움은 오래 편안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익숙한 얼굴이 절박하거나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내면서, 관객이 그 배우에게 갖고 있던 이미지와 부딪친다.

키드먼의 샬럿이 대표적이다. 그가 누군가를 원하는 방식은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지 않다. 다니엘스는 키드먼에게 자신의 여동생을 만나게 하기도 했다. 배우가 감독의 설명만 듣는 대신 그가 알고 지낸 여성의 모습을 접할 기회를 만든 것이다. 키드먼은 촬영에서 매번 같은 것을 되풀이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탐색했다고 회고했다. 감독이 가져온 경험과 배우가 찾은 표현이 만나는 자리였다.

잭을 맡은 에프론도 촬영에서 편안해야 하는 역할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세상을 잘 모르는 청년이 낯선 욕망과 마주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관객에게 익숙한 청춘 스타의 얼굴은 여기서 잭의 미숙함과 겹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생각하는 모습과, 눈앞의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함께 보인다.

감상 포인트

◆ 아니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 — 사건에 뛰어드는 인물들의 모습과 그 일을 기억하는 아니타의 목소리를 함께 따라가보자. 잭이 당장 원하는 것과 아니타가 돌아보며 말하는 것에는 거리가 있다. 감독이 소설의 사건을 누구의 기억으로 전달하려 했는지 볼 수 있다.

◆ 집 안의 친밀함과 일의 관계 — 잭이 아니타에게 말을 걸 때와 아니타가 대답할 때의 말투와 반응을 살펴보자. 다정하게 어울리는 두 사람이지만, 그 집에서 일하고 돌보는 역할은 아니타에게 있다. 친근한 대화 속에서도 두 사람의 위치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볼 만하다.

◆ 야들리와 아니타의 다른 권한 —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건네는지 살펴보자. 같은 흑인 인물이라도 직업과 지위가 다르고, 집 안에 있는 이유도 다르다. 원작의 인물을 바꾼 선택이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까지 바꾸는 지점을 볼 만하다.

◆ 익숙한 배우가 낯설어지는 순간 — 키드먼과 에프론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영화 속 인물과 어디에서 어긋나는지 보자. 스타의 평소 이미지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더 불편하거나 의외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차이를 쓰는 다니엘스의 캐스팅도 연출의 일부다.

관련 작품

◆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2012, 리 다니엘스) — 원작 범죄극에 감독이 알고 있던 사람들의 경험과 흑인 여성의 시선을 더한 영화다. 사건의 진행뿐 아니라 그 사건을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다니엘스의 각색이 또렷해진다.

◆ 〈프레셔스〉 (2009, 리 다니엘스) — 다니엘스가 〈페이퍼보이〉와 함께 오래 품고 있던 소설을 먼저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타인이 쉽게 낙인찍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을 때, 영화가 그 사람의 말과 바람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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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