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투고 난 뒤 자기 생각을 말하는 순간을 찍으려면, 촬영팀은 언제 학교에 가야 할까. 〈꼬마 철학자들〉을 공동 연출한 네사 니 치아나인과 데클란 맥그래스는 촬영할 일이 …
아이들이 다투고 난 뒤 자기 생각을 말하는 순간을 찍으려면, 촬영팀은 언제 학교에 가야 할까. 〈꼬마 철학자들〉을 공동 연출한 네사 니 치아나인과 데클란 맥그래스는 촬영할 일이 없는 날에도 학교에 갔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홀리 크로스 남자초등학교에 일주일에 적어도 사흘씩 머물며 교직원들과 이야기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카메라가 있는 풍경이 익숙해졌다. 어린이의 솔직한 말을 담는 작업은 질문을 준비하는 것보다 먼저, 그 말을 해도 괜찮은 자리에 머무는 데서 시작됐다.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사람은 철학을 가르치는 교장 케빈 맥아리비다. 그러나 두 감독이 해야 할 일은 교장의 좋은 생각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생각을 듣는 아이가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디서 망설이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누군가의 변화가 보이는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밀기보다, 변화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도 함께 보내는 일. 이들의 제작 과정을 따라가면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 감독의 노동이 조금씩 드러난다.
니 치아나인은 앞서 데이비드 레인과 공동 연출한 〈스쿨 라이프〉에서 아일랜드의 기숙학교를 담았다. 오래 일한 두 교사를 중심으로 음악과 연극을 비롯한 학교생활을 따라가는 영화다. 교육은 교실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일만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가 시간을 나누는 일이라는 관심이 이미 그 작품에 있었다. 교사의 은퇴가 가까워지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 누구에게 무엇을 뜻하는지도 묻게 된다.
그 영화를 만들며 감독에게 남은 의문이 있었다. 아이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하도록 북돋는 교육에 매료됐지만, 촬영한 곳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였다. 그런 기회가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니 치아나인은 감독 노트에서 이 점을 짚었다. 이후 맥그래스가 철학을 가르치는 벨파스트의 공립학교를 소개했을 때, 앞선 작업의 관심은 다른 생활 조건 속으로 이어졌다.
맥그래스는 친구를 통해 이 학교를 알게 됐다. 이전부터 니 치아나인과 레인의 작업에 편집자로 참여해온 그는 이번에는 공동감독으로 들어왔고 현장 사운드도 맡았다. 한 사람에게는 이미 학교를 오래 지켜본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장소로 들어가는 계기가 있었다. 공동작업의 출발을 알고 보면, 같은 교육 소재를 다시 골랐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찍은 학교에서 생긴 의문에 또 다른 학교의 일상이 답할 수 있을지를 살피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촬영팀이 원하는 순간과 학교가 남기고 싶은 순간은 꼭 같지 않았다. 니 치아나인은 학교 공연처럼 구성원들에게 큰 행사여도 영화의 흐름에는 들어맞지 않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행사도 찍었다. 완성작에 들어갈 장면만 계산했다면 불필요해 보였을 시간이 학교와의 관계를 쌓는 데 쓰였다.
이 대목은 관찰 다큐멘터리에서 ‘오래 머문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바꿔놓는다. 하루 종일 카메라를 켜는 것과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함께 겪는 것은 다르다. 촬영팀이 학교를 이해하려면, 학교 쪽에서도 이 낯선 사람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두 감독은 교직원들에게 작업 방식을 설명했고, 앞선 영화 〈스쿨 라이프〉는 어떤 영화를 만들려는지 보여주는 예가 됐다. 교장은 촬영하지 않을 때 머물 별도 공간도 마련해줬다.
그렇게 얻은 접근 권한은 다음 장면을 미리 아는 능력과는 다르다. 감독들은 학교에 머물며 아이들의 생활에 무슨 일이 있는지 대화로 알아갔다.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은 변화를 눈여겨볼 준비를 한 셈이다. 관객에게는 짧게 지나갈 복도나 대화 장면도 이런 왕래와 신뢰 위에 놓여 있다. 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장비의 크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과다.
맥아리비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감독들은 학교 곳곳을 움직이는 그를 따라가야 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는 촬영의 실무적인 어려움과 영화의 방향이 함께 걸려 있다. 활기찬 교장에게만 시선을 맞추면 그가 무엇을 해냈는지 설명하기 쉽다. 하지만 그의 질문을 들은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는 별도로 귀를 기울여야 잡힌다. 현장에서 소리도 맡은 맥그래스에게 듣는 일은 공동 연출의 구체적인 작업이었다.
학교에는 다툼이 생겼을 때 생각을 정리하는 철학 보드가 있다. 누가 잘못했는지 판정하고 끝내는 대신, 아이들은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되짚는다. 교장은 토론 끝에 처음 생각이 달라졌는지도 묻는다. 두 감독이 흥미로워한 것은 어린아이 입에서 철학자의 이름이 나온다는 신기함보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었다. 이 관심을 기억하면 교장의 질문 뒤에 이어지는 아이들의 말이 영화의 중요한 사건이 된다.
다큐멘터리에서 누군가의 대답은 언제나 정돈돼 있지 않다. 특히 생각을 바꾸는 일을 다룬다면, 앞뒤가 잘 맞는 훌륭한 답변만으로는 그 과정을 알기 어렵다. 이 영화의 제작진이 학교를 익숙한 장소로 만들려 한 노력을 떠올려볼 만한 이유다.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생각을 대신 매듭짓는 말솜씨보다, 아직 말이 만들어지고 있는 자리에 남아 있을 여유였다.
두 감독은 학교에 드나드는 동안 벨파스트의 과거를 잘 모르는 관객에게도 이 장소를 설명해야 했다. 니 치아나인은 그 해결 방법을 밝혔다. 맥아리비에게 지역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수업에서 다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해설자의 목소리를 따로 붙이기보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을 통해 관객도 지역의 역사를 접하도록 했다.
이 선택 덕분에 촬영팀이 학교에서 무엇을 기다렸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마련했는지도 알 수 있다. 일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에도 관객에게 필요한 맥락을 골라 전달하는 판단이 들어간다. 과거의 갈등을 모르면 아이들에게 폭력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일이 일반적인 생활 지도처럼 보일 수 있다. 수업은 철학을 배우는 교실과 그 교실이 놓인 지역을 이어준다.
니 치아나인이 학교에서 강하게 느꼈다고 말한 것은 유머였다. 어려움을 견디는 사람들의 생활에는 농담과 즐거움도 있었다. 감독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가까워진 대상 역시 ‘문제가 많은 지역’이라는 요약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학교를 설명할 정보를 고르는 일과, 설명에 다 담기지 않는 사람들의 시간을 지켜보는 일. 두 감독의 협업은 그 두 가지를 한 교실 안에서 함께 해보려는 시도다.
◆ 교장의 질문 뒤에 오는 말. 질문의 내용과 함께 아이들이 자기 경험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보자. 토론의 재미는 정답보다 생각이 움직이는 방향에 있다.
◆ 학교에 머문 시간. 촬영하지 않는 날에도 왕래했다는 제작 과정을 떠올리면, 카메라 앞에서 평소처럼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 역사 수업의 자리. 제작진이 요청한 수업이 관객에게 무엇을 알려주는지, 그 정보가 아이들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 생각해보자.
◆ 진지함과 유머의 공존. 학교의 어려운 사정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관심을 두자. 감독들이 가까이 가서 발견한 생활의 폭을 볼 수 있다.
〈스쿨 라이프〉(2016, 네사 니 치아나인·데이비드 레인) 기숙학교의 두 교사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니 치아나인이 교육 현장에서 발견한 관심이 서로 다른 생활 조건의 학교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싱 스트리트〉(2016, 존 카니)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 친구들과 음악을 만드는 극영화. 어른들이 마련한 규칙 속에서 아이들 자신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표현할 자리를 찾는다는 점을 나란히 놓고 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으며, 제작진 인터뷰와 공식 자료를 대조해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