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감독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2000)는 장편 데뷔작 〈헬플리스〉(1996)에 이은 연작의 둘째 편이다. 규슈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버스 하이재킹이 일어나, 그 버스의 운…
일본 감독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2000)는 장편 데뷔작 〈헬플리스〉(1996)에 이은 연작의 둘째 편이다. 규슈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버스 하이재킹이 일어나, 그 버스의 운전사 사와이(야쿠쇼 코지)와 남매만 살아남는다. 남매는 오빠 나오키(미야자키 마사루)와 동생 코즈에(미야자키 아오이)다. 2년 뒤 셋은 한집에 모여 살고, 후반부에는 운전사가 하이재킹 때와 다른 버스를 몰고 길을 떠난다. 감독의 첫 구상에는 이 두 번째 버스가 없었다. 이야기의 무게도 하이재킹 사건 자체에 실려 있었다. 완성된 영화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건 뒤를 어떻게 지내는지를 3시간 37분에 걸쳐 따라간다.
〈유레카〉에서 남매의 사촌 아키히코를 연기한 사이토 요이치로는, 아오야마의 장편 데뷔작 〈헬플리스〉에서도 같은 아키히코였다.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등의 조감독을 거친 아오야마는 1996년 〈헬플리스〉로 장편 데뷔했다. 무대는 그의 고향 기타큐슈의 모지였다. 〈유레카〉의 아키히코는 사건 2년 뒤 한집에 모여 사는 셋에게 합류한다. 후반부의 버스 여행에도 이들과 함께 오른다.
감독의 새 구상을 모르던 사이토는 어느 날 한밤중에 '영화 찍는다, 너 아키히코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사이토는 한 번 끝난 줄 알았던 배역을 다시 맡게 되어 놀랍고도 기뻤다고 회상했다. 아오야마는 〈헬플리스〉를 만들 때부터, 아키히코가 일흔 살이 될 때까지 그 영화의 소재를 이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데뷔작의 아키히코가 〈유레카〉에 다시 나오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유레카〉의 이야기는 이 영화 밖으로도 이어졌다. 아오야마는 〈유레카〉를 직접 소설로 옮겨 일본 문학상인 미시마 유키오상을 받았다. 2007년 장편 〈새드 배케이션〉에는 앞의 두 영화에 나온 인물이 여럿 다시 나온다. 〈헬플리스〉에서 〈새드 배케이션〉까지, 아오야마는 한 영화에 나온 인물을 다음 영화에 다시 불러 그 이야기를 이어 갔다.
기획 단계부터 아오야마는 〈유레카〉를 세 시간짜리 영화로 소개했다. 줄거리를 늘어놓는 대신, 첫째 장과 둘째 장의 분위기가 조금 다른 두 장짜리 음반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소닉 유스의 〈Daydream Nation〉을 꼽았다. 한 시간 반짜리 영화 두 편 분량이 들었으니 세 시간이 되며, 그래야 이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는 이 논리로 제작 쪽에 기획을 설명했다. 각본을 쓰는 동안 그는 이 음반을 짐 오루크의 앨범 〈Eureka〉와 함께 계속 들었다. 영화 제목은 짐 오루크의 이 앨범에서 왔다.
실제 길이는 찍고 편집하는 동안 다시 정해졌다. 후반부의 버스 여행은 원래 더 여러 곳을 돌 예정이었지만, 실제로 찍은 곳은 그보다 적었다. 한집에서 지내는 전반부는 거꾸로 예정보다 길어졌다. 그렇게 늘어난 전반부도 완성된 영화에서는 꽤 덜어 낸 상태다. 시나리오대로 이어 붙인 첫 편집본은 4시간 반이었다. 감독과 프로듀서, 스태프가 의견을 나눈 끝에 여기서 한 시간 가까이를 덜어 냈다. 〈유레카〉는 이 3시간 37분으로 2001년 1월 도쿄의 테아트르 신주쿠에서 개봉했다.
하이재킹 뒤의 시간을 이렇게 길게 둔 까닭을, 아오야마는 영화를 만들 때 늘 품는 물음으로 설명했다. 관객이 상영시간과는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유레카〉에서 그는 마음을 다친 사람이 다시 살아가는 데 막대한 시간이 걸린다는 감각을, 관객이 영화를 보는 동안 느끼기를 바랐다. 오래 앉아 있던 엉덩이의 통증으로는 그 감각을 기억할 수 있을 거라며 그는 웃었다. 살아남은 이들의 사정을 줄거리로 아는 것과, 이들이 보내는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것은 다르다. 아오야마가 길이를 통해 관객에게 건네려 한 것은 후자의 감각이었다.
〈유레카〉는 첫 구상 때부터 규슈를 무대로 한 버스 이야기였지만, 그때는 하이재킹 날의 버스와 사건 뒤의 버스가 따로 나뉘지 않았다. 야쿠쇼 코지를 주인공으로 떠올리기 전의 그 구상은 지금과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아오야마는 한 파티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소개로 야쿠쇼를 처음 만났다. 그 뒤 〈헬플리스〉를 함께 만든 프로듀서 센토 다케노리가 다시 함께하자고 연락했다. 두 사람은 야쿠쇼를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야쿠쇼 쪽에서는 〈헬플리스〉처럼 규슈 사투리로 된 영화를 제안했다. 뼈대만 잡아 두었던 이야기에 야쿠쇼를 염두에 둔 주인공을 넣자, 각본은 단숨에 나왔다.
사건 뒤의 두 번째 버스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왔는지, 아오야마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운전사가 무언가를 깨달은 다음에 행동하게 하기보다, 이유도 모른 채 손이 먼저 가는 익숙한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일이 버스 운전이었다. 하이재킹을 당한 버스의 운전사는 사건 뒤에 다른 버스의 운전대를 다시 잡는다. 후반부의 여행은 이 버스로 이어진다. 아직 마음을 다 정리하지 못했더라도 몸에 익은 일을 다시 시작할 수는 있다. 아오야마는 운전사에게 그런 출발을 마련했다.
〈유레카〉의 촬영을 맡은 다무라 마사키는 아오야마보다 스물다섯 살 위다.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 오가와 신스케의 〈일본 해방전선·산리즈카의 여름〉으로 데뷔했고, 아오야마와는 영화 열 편을 함께 만들었다.
카메라와 배우를 어디에 둘지는 아오야마가 공간적인 거리를 기준으로 잡았다. 화면에 무엇이 가장 잘 통할지는 다무라와 여러 밤 술을 마시며 함께 정했다. 후반부의 버스 여행 도중, 일행이 호숫가에 버스를 세우고 빨래를 너는 장면이 있다. 카메라는 버스에서 멀어져 걸어가는 동생 코즈에와 사촌 아키히코를 멀리서 한참 따라간다. 그러다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방향을 크게 돌려, 버스 가까운 비탈에 앉은 오빠 나오키까지 한 번에 옮겨 간다.
이 쇼트를 두고 아오야마는, 다무라의 솜씨에 자기가 빠져 현장에서 더 해 달라고 조르는 식이었다며 농담을 했다. 넓은 곳으로 카메라를 돌려도 화면은 닫혀 있다는 느낌이, 그가 영화에 품은 감각이라고도 했다. 보는 내내 화면의 테두리를 의식하게 하는 영화를 일부러 만든다는 것이다. 끊지 않고 한 번에 이어지는 이 쇼트에서, 카메라는 넓은 호숫가를 크게 훑지만 화면에 차례로 들어오는 것은 함께 멀어지는 동생과 사촌, 그리고 따로 비탈에 앉은 오빠다.
◆ 쓰나미 같다는 말을 들은 산 — 인물들이 사는 마을을 둘러싼 산이 화면에 나오면 그 모양을 보자. 감독은 산에 막혀 드나들 길이 없는 것 같은 규슈 내륙을 원했고, 촬영지로 아마기라는 마을을 골랐다. 시나리오 답사 때 함께 간 제작부원이 그 산을 보고 쓰나미 같다고 하자, 감독은 그 말을 반겨 받아들였다. 감독이 원한 것은 아름다운 산의 경치만이 아니라, 밖으로 나갈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 마을이었다. 산이 인물들 뒤에 놓일 때 화면이 얼마나 막혀 보이는지 살펴볼 만하다.
◆ 감독이 현장에서 할 말이 없던 배우 — 운전사 사와이를 연기한 야쿠쇼 코지를 보자. 후반부에서 그는 하이재킹 때와 다른 버스의 운전석에 앉는다. 아오야마는 야쿠쇼와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렜고, 현장에서는 자신이 야쿠쇼에게 할 말이 하나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 말은 야쿠쇼가 현장에서 보여 준 연기에 대한 신뢰로 들린다. 운전대를 다시 잡는 사와이를 볼 때, 마음의 변화를 대사로 밝히지 않고도 어떤 동작과 표정으로 전하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 실제 남매가 맡은 남매 — 오빠 나오키와 동생 코즈에가 한 화면에 함께 잡히는 장면을 보자. 두 배우 미야자키 마사루와 미야자키 아오이는 실제 남매다. 감독은 오디션 때 이를 모른 채 성이 같으니 남매로 가자고 했다가, 조감독에게서 진짜 남매라는 말을 들었다. 두 사람은 그 뒤에도 두 영화에서 더 남매를 연기했다. 말이 거의 없는 두 사람이 한 화면에서 서로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볼 만하다. 실제 남매라는 사실만으로 연기를 설명하기보다, 대사를 주고받지 않는 관계를 두 배우가 어떻게 이어 가는지 보는 것이다.
◆ 오디션에서 본 눈 — 동생 코즈에가 화면에 나오면 그 눈을 보자. 촬영 당시 열네 살이던 미야자키 아오이에게 감독은 오디션에서 연기를 시키지 않았다. 한곳을 1분쯤 바라보게 하고 눈이 얼마나 맑은지를 봤는데, 감독의 오디션은 대개 그런 식이었다. 대사가 드문 코즈에에게는 눈길을 어디에 두고 얼마나 머무는지가 특히 잘 보인다. 감독이 오디션에서 오래 바라보았던 얼굴을, 관객도 서둘러 뜻을 붙이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
◆ 〈유레카〉 (2000, 아오야마 신지) — 버스 하이재킹에서 운전사와 남매만 살아남은 뒤, 셋이 보내는 날들을 따라가는 영화다. 감독은 〈헬플리스〉나 〈유레카〉처럼 시골을 무대로 한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줄곧 이동한다고 했다. 한집에 머물던 이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할 때 영화의 흐름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만하다. 감독이 기획을 두 장짜리 음반에 빗댄 이유를 실제 관람에서 되짚어 볼 수 있다.
◆ 〈새드 배케이션〉 (2007, 아오야마 신지) — 〈헬플리스〉, 〈유레카〉에 이어지는 136분짜리 장편으로, 앞의 두 영화에 나온 인물이 여럿 다시 나온다. 한 작품이 끝난 뒤에도 인물의 삶을 이어 보고 싶었던 아오야마의 선택을 확인할 수 있다. 익숙한 인물이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을 때, 앞선 영화에서 알던 모습만으로 그를 계속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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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