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수의 술잔 대결은 빈 잔으로 찍었다 | MovieLAB LAB

〈엽문 외전〉에서 양자경과 장진은 테이블 위의 술잔을 주고받으며 실력을 겨룬다. 이 장면을 만든 원화평 감독은 촬영할 때 잔을 비워두었다. 잔은 낚싯줄로 움직였고, 안에 든 액체…

두 고수의 술잔 대결은 빈 잔으로 찍었다 | MovieLAB LAB

〈엽문 외전〉에서 양자경과 장진은 테이블 위의 술잔을 주고받으며 실력을 겨룬다. 이 장면을 만든 원화평 감독은 촬영할 때 잔을 비워두었다. 잔은 낚싯줄로 움직였고, 안에 든 액체는 후반 작업으로 채웠다. 두 배우 사이를 오가는 작은 물건 하나에도 현장에서 움직이는 것과 나중에 완성하는 것이 함께 들어 있다.

원화평은 앞서 〈기문둔갑〉에서 요괴와 기이한 무공이 등장하는 세계를 만들었다. 신참 포졸 도의장(리즈팅)은 무림의 비밀스러운 문파에 얽히며 자신이 알던 싸움의 규모를 벗어난다. 손발로 맞붙던 액션이 초자연적인 힘을 다루는 영역으로 옮겨간다. 술잔 하나를 사이에 둔 대결과 거대한 요괴를 상대하는 싸움은 얼핏 멀어 보인다. 두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는 배우가 움직일 범위와 화면이 보여줄 범위를 함께 정하는 일이 있다.

보이지 않는 상대를 먼저 그리기

〈기문둔갑〉의 액션은 촬영 뒤에 효과를 보태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원화평은 준비 단계에서 시각효과 팀과 화면의 모습, 배우가 취할 동작을 먼저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각본과 제작을 맡은 서극이 스토리보드를 그리면 효과 팀이 3차원 형태로 개념을 만들었고, 그 결과를 놓고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가 현장에서 손을 뻗기 전에 그 손이 향할 세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런 준비를 떠올리면 기이한 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배우의 몸을 따로 살펴볼 수 있다. 효과가 커지는 쪽으로만 눈을 돌리기 쉬운데, 힘을 쓰는 사람은 그 전에 자세를 만들고 손을 움직인다. 화면 속 변화와 배우의 동작이 언제 맞물리는지 따라가면, 효과가 나타나는 순간을 몸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인다. 작은 손짓이 큰 변화로 이어질수록 두 움직임 사이의 연결이 중요해진다.

원화평은 주동우의 경우 복잡하게 싸우기보다 손짓을 하는 일이 중심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마다 같은 동작을 똑같이 익히게 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인물의 성격과 무술 수준, 싸우는 장소에 맞춰 움직임을 설계한다고 했다. 누가 가장 어려운 기술을 해내는지뿐 아니라, 각 인물이 힘을 드러내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보게 하는 대목이다. 자세를 크게 펼치는 사람과 손만 움직이는 사람을 한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차이를 놓치기 쉽다.

장식이 있는 벽 앞에서 거친 옷차림의 여성이 물건을 바라본다

서로 찍은 장면을 주고받다

〈기문둔갑〉 촬영에서는 원화평과 서극이 두 팀으로 나뉘어 일하기도 했다. 원화평이 액션을, 서극이 대화와 드라마 중심의 장면을 맡았고, 편집한 영상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맞춰갔다. 원화평은 두 사람의 분업이 처음부터 딱 잘라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인물의 외양을 다듬는 일에도 함께 의견을 냈다. 감독과 제작자라는 크레디트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협업이다.

이 협업을 떠올리며 완성된 영화에서 비교해볼 만한 것은 말을 나누던 인물이 싸움을 시작한 뒤에도 같은 사람으로 느껴지는가 하는 점이다. 〈기문둔갑〉의 인물들은 재주와 경험의 차이가 크다. 도의장이 기이한 상대를 처음 대할 때의 반응을 보고 나면, 그가 싸움 속에서 얼마나 빨리 상황을 알아차리는지도 관심거리가 된다.

원화평은 후반부의 초자연적인 액션 역시 인물의 변화에 따라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새로운 힘이 나타날 때마다 영화의 규칙이 얼마나 넓어지는지, 그 안에서 인물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 함께 볼 만하다. 당황하던 사람이 능숙해지는 경우도 있고, 자기 능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액션의 크기가 변하면 인물들 사이에 도움을 주고받아야 할 이유도 달라진다.

약장처럼 칸이 나뉜 가구 앞에 배낭을 멘 남성이 서 있다

주먹 대신 잔을 밀어보면

〈엽문 외전〉의 술잔 대결에서 원화평이 원한 것은 두 고수가 직접 타격을 주고받기 전에 상대를 가늠하는 모습이었다. 장천지(장진)와 그를 마주한 인물은 테이블에 앉은 채 작은 움직임으로 힘을 드러낸다. 잔이 두 사람 사이를 이동하기 때문에, 누가 밀고 누가 받아내는지에 따라 우세를 느끼는 방향도 바뀐다. 몸 전체가 부딪히지 않아도 상대의 대응을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다.

이 장면을 만들 때에는 실제 잔을 움직이며 여러 번 촬영해야 했다. 빈 잔으로 찍은 것은 촬영을 더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관객이 보는 액체와 잔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작업에서 왔지만, 완성된 화면에서는 같은 물건의 무게를 이루게 된다. 잔이 미끄러질 때 배우의 손이 어느 순간 개입하는지에 주의를 두면, 작은 접촉과 그 뒤에 이어지는 움직임을 구별해볼 수 있다.

원화평은 같은 영화에 출연한 데이브 바티스타의 레슬링 영상과 영화를 보며 그가 움직이는 방식을 살폈다. 다른 배우들과 구별되는 길거리 싸움과 복싱의 느낌을 원했다는 설명이다. 술잔을 다루는 정밀한 손동작과 바티스타가 내미는 주먹을 비교하면, 대결의 인상은 동작 수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한 번 움직일 때 차지하는 공간과 상대가 물러나야 하는 거리도 달라진다. 작은 테이블 위와 두 몸 사이의 넓은 공간에서, 원화평은 서로 다른 크기의 힘을 겨루게 한다.

감상 포인트

1. 〈기문둔갑〉에서 힘을 쓰는 손짓과 시각효과가 나타나는 순간을 함께 보자. 배우가 먼저 만드는 자세가 뒤에 생기는 변화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2. 도의장이 낯선 상대를 만날 때의 얼굴과 대응 동작을 비교해보자. 상황을 알아차리는 속도와 몸이 따라가는 속도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볼 만하다. 3. 〈엽문 외전〉의 술잔 대결에서 손과 잔이 닿는 순간을 따라가보자. 밀어낸 힘을 상대가 어떻게 받아내며 잔의 방향을 바꾸는지 눈여겨볼 수 있다. 4. 바티스타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주먹이 지나가는 범위와 상대의 이동 거리를 보자. 테이블 위에서 손을 겨루는 장면과 비교하면 힘의 크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진다.

관련 작품

◆ 〈기문둔갑〉(2017, 원화평) — 인물의 손짓과 시각효과가 맞물리는 방식을 보며, 환상적인 힘을 배우의 움직임에서 출발시키는 연출을 살펴볼 수 있다.

◆ 〈엽문 외전〉(2018, 원화평) — 술잔을 사이에 둔 대결과 넓은 공간의 타격을 비교하며, 같은 감독이 싸움마다 다른 거리와 힘을 만드는 방식을 볼 수 있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