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행렬에 삼베옷 대신 검은 옷을 입혔다 | MovieLAB LAB

〈화장〉의 상여 행렬은 흰 모래언덕 위로 지나간다. 행렬을 따르는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었고, 그 안에는 자주색의 현대적인 옷을 입은 여성도 있다. 임권택 감독은 전통 상례대로라…

상여 행렬에 삼베옷 대신 검은 옷을 입혔다 | MovieLAB LAB

〈화장〉의 상여 행렬은 흰 모래언덕 위로 지나간다. 행렬을 따르는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었고, 그 안에는 자주색의 현대적인 옷을 입은 여성도 있다. 임권택 감독은 전통 상례대로라면 삼베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이 색들을 골랐다. 영화가 끝나고도 관객에게 남을 인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장례의 모습을 다뤄온 감독이 이번에는 의례의 정확성보다 화면에 놓이는 색을 앞세웠다.

그 행렬과 함께 볼 것은 병든 아내(김호정)를 돌보는 오 상무(안성기)의 생활이다. 오 상무는 아내의 곁을 지키면서도 직장 동료 추은주(김규리)에게 끌린다. 〈화장〉을 만들던 임권택은 역사와 전통문화를 다루며 익숙해진 틀을 벗어나, 현재를 사는 사람의 감정을 찍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바람이 향한 곳은 한 사람의 마음 안에 함께 있는 돌봄과 갈망이었다.

문장으로 읽히던 마음을 어디에 놓을까

원작자 김훈의 문장은 임권택에게 매혹과 어려움을 함께 주었다. 한 남자가 다른 여성에게 끊임없이 마음을 빼앗기는 과정을 글은 따라갈 수 있었다. 그 흐름을 그대로 영상으로 바꾸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다. 감독이 영화에서 찾으려 한 것은 구체적인 생활의 사실감이었다. 간병하며 몸을 씻기는 일처럼,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 행동에 무게를 두었다.

이 선택을 따라가면 오 상무를 볼 때 서로 다른 단서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내를 돌보는 손이 하는 일은 분명하지만, 그 손의 주인이 품는 마음까지 한 가지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돕는 행동을 본 뒤 그 사람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쪽에서 확인한 성실함과 다른 쪽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함께 지닌 채 인물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누군가를 바라보는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한다. 오 상무의 표정을 볼 때 추은주가 그 시선을 알아차리는지까지 함께 살피면, 두 사람 사이에 실제로 오가는 것과 오 상무 혼자 품는 것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와 그 욕망이 상대에게 얼마나 전달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임권택이 소설에서 옮기기 어려워했던 내면은 바로 이런 간격에서 살펴볼 만하다.

야외에서 개의 턱 쪽으로 손을 내미는 짧은 머리의 여성

씻기는 사람과 씻겨지는 사람

임권택은 오 상무가 아내를 씻기는 장면을 한 컷으로 해낸 것을 중요한 성과로 꼽았다. 그의 설명에서 아내는 남편에게조차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사람이다. 도움을 받는 상황 속에 부끄러움과 화가 함께 있다. 김호정의 연기에 주목한 이유도 그 복잡한 입장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몸을 씻겨주는 동안에는 두 사람이 서로의 움직임에 맞춰야 한다. 돌보는 사람이 손을 뻗는 것만으로 일이 끝나지 않는다. 도움을 받는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반응에 따라 돌보는 사람이 무엇을 바꾸는지까지 이어진다. 한 컷 안에 놓인 간병을 보면 도움이라는 말에 포함된 작은 조정들을 따라갈 수 있다. 두 배우가 같은 시간을 통과한다는 점도 이 장면의 무게가 된다.

아내의 표정과 반응은 남편의 수고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기 몸을 타인에게 맡겨야 하는 당사자의 감정을 드러낸다. 씻겨주는 동작을 보다가 씻겨지는 사람의 얼굴로 주의를 옮겨보면, 같은 돌봄이 두 사람에게 얼마나 다르게 경험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감독이 중요하게 여긴 부부의 관계에는 이처럼 가까이 붙어 있어도 일치하지 않는 감정이 들어 있다.

불빛과 간판이 많은 밤거리에서 혼자 걷는 정장 차림 남성

장례를 다시 찍는 시간

임권택은 앞서 〈축제〉에서도 장례를 다뤘다. 그 작품에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모인 가족들이 있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 드러나는 오랜 감정들이 있다. 〈화장〉과 두 영화를 나란히 놓으면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가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여러 가족의 사연을 따라가고, 다른 쪽에서는 아내를 돌보던 남편의 생활과 마음에 오래 머물게 된다.

감독 자신도 두 영화를 만들 때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축제〉를 만들던 과거의 자신에게는 죽음을 치장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화장〉을 찍을 때는 그것이 빠져나갔다고 돌아봤다. 같은 소재를 다시 다루는 일에는 앞선 영화의 방식을 반복하는 것뿐 아니라, 그 영화를 만들던 자신과 멀어졌다는 발견도 생긴다. 두 장례를 비교할 때에는 이야기의 차이와 함께 의례를 바라보는 거리도 살펴볼 수 있다.

〈화장〉의 모래언덕에서는 그 거리가 색으로 나타난다. 밝은 바탕에 검은 행렬이 놓이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또렷해지고, 자주색 옷은 그 무리 안에서도 따로 눈에 들어온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는 행렬 속에서 옷의 차이가 시선을 잠시 붙드는 셈이다. 일상적인 간병을 보던 눈이 이 장면에 이르면, 하나씩 이어지던 몸의 동작에서 넓은 화면에 놓인 사람들의 자리로 옮겨간다. 가까이에서 함께 움직이던 두 몸과 멀리서 보이는 긴 행렬은 죽음에 다가가는 서로 다른 크기의 이미지다.

감상 포인트

1. 모래언덕의 흰 바탕, 행렬의 검은 옷, 자주색 옷을 나누어 보자. 무리의 움직임을 따라가던 시선이 어느 색에서 멈추는지 살펴볼 수 있다. 2. 아내를 씻기는 장면에서 두 배우의 움직임을 함께 따라가보자. 한 사람이 움직였을 때 다른 사람의 자세나 손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만하다. 3. 오 상무가 추은주를 바라볼 때 두 사람의 시선이 실제로 마주치는지 살펴보자. 혼자 바라보는 시간과 서로 알아차리는 순간 사이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4. 〈축제〉에서는 장례를 치르는 가족 가운데 누구의 말과 반응으로 관심이 옮겨가는지 보자. 한 부부의 간병에 오래 머무는 〈화장〉과 비교하면, 장례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범위가 달라진다.

관련 작품

◆ 〈화장〉(2015, 임권택) — 한 컷에 담은 간병과 색을 강조한 상여 행렬을 함께 보며, 구체적인 생활과 강렬한 이미지를 오가는 연출을 살펴볼 수 있다.

◆ 〈축제〉(1996, 임권택) — 어머니의 죽음으로 모인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는 동안 드러내는 감정을 따라가며, 같은 감독이 앞서 다룬 이별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