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의 어머니 유리코(하라다 미에코)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도 다른 배우의 얼굴로 바뀌지 않는다. 카와무라 겐키 감독은 현재의 유리코와 젊은 유리코를 함께 연기할 사람으로 하라…
〈백화〉의 어머니 유리코(하라다 미에코)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도 다른 배우의 얼굴로 바뀌지 않는다. 카와무라 겐키 감독은 현재의 유리코와 젊은 유리코를 함께 연기할 사람으로 하라다를 먼저 떠올렸다. 세월을 사이에 두고 달라진 모습을 한 배우에게 맡긴 것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아들 이즈미(스다 마사키)의 이야기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지금 알고 있는 나이와 표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캐스팅에는 배우가 직접 만든 영화도 닿아 있다. 하라다는 자신의 어머니를 찍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카와무라는 개봉 첫날 그 작품을 보러 갔다. 그때 준비 중인 〈백화〉의 주연을 제안했다. 어머니를 카메라로 바라보던 배우가 이제 카메라 앞에서 어머니가 되는 만남이었다. 소설을 쓴 감독의 기억에 배우가 지닌 기억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카와무라는 자신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장편 연출에 나섰다. 그에게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백화〉의 출발점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 할머니와의 경험이 있었다. 그는 할머니의 기억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다가, 자신 역시 많은 일을 잊었으며 기억을 새롭게 덧써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질문은 어머니의 변화를 바라보는 아들의 위치에도 영향을 준다. 이즈미가 기억을 온전히 간직한 채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하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관객은 아들의 설명을 기준으로 삼기 쉽다. 그러나 카와무라는 아들도 잊었거나 자신에게 편한 쪽으로 바꾸어 기억한 일이 있다는 점에 관심을 두었다. 무엇이 사라졌는지 묻던 시선이, 남아 있는 기억을 얼마나 믿고 있었는지로 옮겨간다.
자신의 경험과 소설이 있었어도 각본은 닫혀 있지 않았다. 카와무라는 히라세 켄타로와 각본을 함께 썼고, 하라다가 읽은 뒤에는 배우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내용을 조정했다. 하라다는 어머니와 지내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변화를 제안했다. 감독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안에 다른 사람이 아는 생활을 들였다.
그중에는 어머니와 아들이 손을 잡는 행동도 있었다. 말로 기억을 확인하는 대신 몸이 닿는 순간이 생긴다. 무엇을 떠올렸는지 정확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손을 내밀고 잡는 행동에는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드러날 수 있다. 이 장면을 각본에 더한 사람은 어머니를 직접 지켜본 배우였다. 카와무라는 연기만 맡기는 데서 더 나아가, 인물이 취할 행동을 배우와 함께 만들었다.
하라다는 현재의 유리코와 스무 살 무렵의 유리코를 함께 연기하는 일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시간 차이를 다른 배우의 등장으로 알려주는 방식과는 다르다. 같은 얼굴을 바라보는 동안 관객은 자세와 움직임,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다른 시기를 읽게 된다. 지금 이즈미의 어머니인 사람이 아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삶도 살았다는 것을, 익숙한 배우의 몸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한 배우를 두 시기에 두는 선택은 두 사람을 이어 보라고 요구한다. 젊은 유리코의 행동이 현재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인상에 들어오고, 현재의 모습은 젊은 날의 행동을 보는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를 정리된 설명으로 듣는 것과,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이 다른 나이로 나타나는 것은 다르다. 카와무라는 그 연결을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영화 안에 마련했다.
카와무라가 소설을 준비하며 고베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에도 기억은 처음부터 완성된 설명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질문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잊고 있던 일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이미 끝난 일을 기록하는 자리에서도,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부분이 떠올랐다. 〈백화〉의 과거를 아들의 기억만으로 정리하지 않는 태도와 함께 생각해볼 만한 경험이다.
영화의 촬영 방식 역시 현재와 과거가 함께 있는 감각을 만들기 위해 선택됐다. 제작 노트는 대체로 한 장면을 하나의 숏으로 담는 방식을 설명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물이 하고 있는 일을 쉽게 끊어내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 소리로 지난 기억이 현재에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오래 이어지는 촬영과 시간의 변화가 한 영화 안에 공존한다.
긴 숏에서는 인물이 말을 마친 뒤 다음 행동을 할 때까지의 시간도 남는다. 관객은 설명에 필요한 대목만 이어 듣는 대신, 사람이 공간 안에서 머뭇거리거나 움직이는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그 흐름에 기억의 조각이 끼어들면, 과거는 별도의 이야기를 잠시 들려주는 부분 이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금 하던 일과 보고 있던 풍경에 다른 시간이 겹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어떤 사건이 먼저였는지를 알아맞히는 것과 다른 집중을 요구한다. 한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누구의 경험에 가까이 있는지, 익숙한 공간이 어느 순간 달라 보이는지에 시선을 두게 한다. 아들이 기억하는 어머니와 어머니에게 남은 기억이 나란히 있을 때, 같은 사건을 안다고 생각했던 확신도 흔들릴 수 있다. 카와무라가 촬영과 소리에 맡긴 것은 기억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것이 불쑥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 두 시기의 유리코 비교하기. 같은 배우가 젊은 시절과 현재를 오갈 때 자세와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얼굴의 익숙함과 행동의 차이가 함께 만드는 인상을 살펴볼 만하다.
◆ 손을 잡는 순간 보기.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잡는 행동에 주목하자. 두 사람의 말을 듣는 것과 손의 반응을 보는 것 사이에서 관계가 다르게 느껴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기다리기. 대사가 끝난 뒤에도 인물이 움직이는 시간이 남는지 살펴보자. 잘리지 않은 시간이 그 사람에게 가까이 머무는 느낌을 주는 순간을 찾을 수 있다.
◆ 기억이 들어오는 소리 듣기. 과거의 장면으로 옮겨갈 때 화면의 변화와 소리가 바뀌는 시점을 함께 살피자. 눈으로 알아차리기 전후에 귀가 어느 시간으로 향하는지 비교할 만하다.
◆ 〈더 파더〉(2020, 플로리앙 젤레르) — 익숙한 집과 사람을 알아보는 감각이 흔들리는 노인을 따라간다. 공간과 인물의 변화가 관객의 확신을 어떻게 바꾸는지 비교할 수 있다.
◆ 〈시〉(2010, 이창동) — 기억의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시를 배우며 주변의 삶을 바라본다. 말을 찾는 일과 타인의 생활을 새롭게 알아가는 일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이어서 볼 만하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편집 검수를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