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도 익혀야 하고 노래도 불러야 했다. 그런데 막상 연주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문제가 됐다.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 보이〉를 연출한 샘 테일러존슨은 배우들에…
기타도 익혀야 하고 노래도 불러야 했다. 그런데 막상 연주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문제가 됐다.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 보이〉를 연출한 샘 테일러존슨은 배우들에게 거듭 상기시켰다. 지금 연기하는 사람들은 아직 비틀스가 아니라고. 전설처럼 연주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이제 막 음악을 배우는 소년들로 있어야 한다고.
유명인의 젊은 시절을 찍는 감독에게는 이런 묘한 일이 생긴다. 인물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아는 모습을 너무 일찍 꺼내놓아서도 안 된다. 존 레논(에런 테일러존슨)이 훗날 어떤 노래를 만들지 관객은 안다. 화면 속 소년은 아직 모른다. 테일러존슨은 그 차이를 지키면서 레논을 자기 집으로, 자기 나이로 돌려보낸다.
레논을 닮은 사람, 연주를 잘하는 사람, 연기를 잘하는 사람. 감독 앞에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후보들이 있었다. 에런 테일러존슨에게서 본 것은 집중력과 인물을 감당할 힘이었다. 이미 알려진 표정과 동작을 얼마나 비슷하게 보여주는가만으로는 가족에게 화내고 매달리는 소년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외양 대신 감정만 갖추면 되는 배역도 아니었다. 지역 억양과 노래, 기타 연주를 준비해야 했다. 그 준비에는 연기를 위한 기초를 충분히 익힌 뒤, 인물에게 필요한 서툶을 남겨두는 어려움이 있다. 배우는 촬영을 위해 배웠지만 존은 이제 음악가가 되어가는 중이다. 잘 익힌 기술과 처음 무엇인가를 해보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폴 매카트니(토머스 브로디생스터)를 만나는 장면에서도 같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유명한 두 이름이 한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반가워하는 것은 관객이다. 소년들에게는 같이 연주할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이다. 미래의 명성을 잠시 내려놓고 보면, 상대가 무엇을 할 줄 아는지 살피고 자기 능력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다가온다. 감독의 당부는 연주 실력에 관한 지시이면서, 인물이 서 있는 시간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소년을 키운 미미(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음악과 자유를 가로막는 어른으로 그리기 쉬운 인물이다. 존의 엄마 줄리아(앤마리 더프)는 더 흥겨운 세계를 열어준다. 두 사람을 그렇게만 나누면 이야기는 빠르게 정리된다. 답답한 집을 떠나 진짜 자신을 찾는 소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를 키운 사람의 삶은 너무 작아진다.
테일러존슨은 오노 요코에게 미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었다. 레논과 미미가 서로 깊이 사랑했으며, 미미가 시와 그림을 알려준 교양 있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년에게 규칙을 요구한 어른이 상상력을 막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독에게 필요한 정보는 유명인의 연대기를 빈틈없이 채우는 자료만이 아니었다. 이미 악역처럼 보이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말도 있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미미의 단호함을 다른 속도로 듣게 된다. 존이 지금 답답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시간이 모두 억압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배우의 무뚝뚝한 태도 속에서 애정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 살필 여지가 생긴다. 줄리아의 매력에 마음이 갈 때도, 미미가 해온 일을 함께 기억할 수 있다.
감독은 어느 여성이 더 좋은 보호자인지 간단히 판정하는 대신 두 관계를 소년의 생활 안에 남겨둔다. 새로 알아가는 엄마에게 끌리는 일과 자신을 키운 이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레논의 음악을 설명할 원인을 하나 찾기보다, 한 사람이 여러 마음을 감당하던 시간을 보여주는 쪽이다.
테일러존슨은 장편영화에 앞서 사진과 영상으로 작업해온 작가다. 그가 만든 영상 초상 「데이비드」에는 잠든 데이비드 베컴이 나온다. 경기장에서 움직이거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스타를 기대한다면 의외의 선택이다. 유명한 얼굴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그 사람을 알아보는 데 익숙한 행동은 잠시 멈춰 있다.
이 작업을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 보이〉 곁에 놓으면 두 초상을 이어 볼 실마리가 생긴다. 한쪽에서는 선수가 잠들어 있고, 다른 쪽에서는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소년이 가족과 부딪힌다. 대중 앞에서 성취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에게도 그것과 다른 시간이 있다. 둘을 같은 의도로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명한 이름을 잠시 쉬게 하고 얼굴을 보는 재미는 함께 발견할 수 있다.
감독은 미술 작업을 해온 경험이 화면의 구도와 세부를 보는 눈, 자기 생각을 표현할 자신감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자신감은 인물을 꼭 멋지게 보이도록 꾸미는 능력과 같지 않다. 레논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화를 다스리지 못할 때도 영화의 중심에 남겨두는 데 필요하다. 소년이 이후의 위대함을 매 장면 증명해야 한다면, 지금의 곤란한 감정은 제대로 설 자리를 얻기 어렵다.
영화 시작에 들리는 「A Hard Day’s Night」의 첫 화음은 관객이 아는 미래를 잠깐 불러온다.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그 소리를 넣었다고 말했다.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아보게 하는 데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고 나면 영화는 그 이름에 아직 익숙해질 수 없는 시절로 들어간다.
이 짧은 연결이 좋은 것은 관객의 지식을 지워버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틀스를 알고 영화를 본다. 그 사실을 숨길 필요는 없다. 다만 아는 결말로 소년의 모든 행동을 재단하지 않을 수는 있다. 처음 기타를 배우는 일을 훗날의 성공을 위한 필수 단계로만 보면, 누군가와 함께할 것이 생겼다는 당장의 기쁨은 뒤로 밀린다.
테일러존슨의 연출은 그 당장의 감정을 지키는 데서 힘을 얻는다. 이 소년이 유명해질 것을 몰라도 엄마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모의 말에 왜 날이 서는지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배우에게 아직 비틀스가 아니라고 말한 이유도 그곳으로 돌아온다. 훗날을 너무 잘 아는 관객 앞에서, 소년에게는 자기 앞날을 모르는 채 살아갈 시간을 주는 것이다.
◆ 막 음악을 시작한 사람의 몸 — 연주가 얼마나 유명한 모습과 닮았는지보다 악기를 다루고 동료에게 반응하는 태도를 보자. 배우가 준비한 기술 속에 처음 밴드를 만드는 소년의 긴장과 들뜸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살필 수 있다.
◆ 미미의 엄격함 안에 있는 애정 — 규칙을 말하는 태도만으로 미미가 존에게 준 것을 모두 판단하지 말자. 두 사람이 부딪힐 때와 서로의 반응을 살필 때 표정과 말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면, 오래 함께 산 관계의 복잡함이 보인다.
◆ 유명한 이름이 잠시 사라지는 순간 — 존이 가족에게 화를 내거나 친구를 만날 때, 그를 전설적인 음악가보다 또래 소년처럼 느끼게 하는 대목을 찾아보자. 인물의 미래를 아는 관객과 현재를 사는 소년 사이의 거리가 달라지는 순간이다.
◆ 첫 소리 이후의 시간 — 시작의 익숙한 화음이 만든 기대와 이어지는 소년의 일상을 함께 느껴보자. 음악가의 이름을 알아보는 반가움에서 그가 겪는 구체적인 문제로 관심이 어떻게 옮겨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
◆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 보이〉 (2009, 샘 테일러존슨) — 캐스팅과 음악 연기,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 소년의 초상을 만든다. 미래의 성공을 이미 안다는 이유로 지나치기 쉬운 현재의 감정에 머물며 감독의 선택을 확인할 수 있다.
◆ 〈싱 스트리트〉 (2016, 존 카니) — 밴드를 만든 십 대들이 음악과 함께 자기 모습을 바꾸어간다. 실력의 완성보다 함께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라는 점에 주목하면, 배우에게 아직 전설이 되지 말라고 당부했던 테일러존슨의 선택도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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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