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를 만드는 프로, 존 카니 | MovieLAB LAB

학생 밴드의 연주를 녹음하러 모인 사람들이 하필 너무 능숙했다. 〈싱 스트리트〉를 준비하던 존 카니는 전문 음악가들에게 박자도 어긋나고 음정도 흔들리게 연주해달라고 주문했다. 막…

아마추어를 만드는 프로, 존 카니 | MovieLAB LAB

학생 밴드의 연주를 녹음하러 모인 사람들이 하필 너무 능숙했다. 〈싱 스트리트〉를 준비하던 존 카니는 전문 음악가들에게 박자도 어긋나고 음정도 흔들리게 연주해달라고 주문했다. 막 결성한 밴드가 남의 곡을 따라 하는 장면이었다. 솜씨를 마음껏 발휘할수록 화면 속 소년들에게서 멀어지는, 조금 이상한 녹음이었다.

카니의 음악 영화를 좋아하다 보면 이 주문이 이해된다. 노래가 좋다는 감탄에는 그 노래를 부르는 인물을 좋아하는 마음도 섞여 있다. 〈싱 스트리트〉의 밴드는 조금 우스꽝스럽게 차려입고, 가진 것에 비해 꿈이 크다. 그런데 막상 연주를 시작하면 더 듣고 싶다. 소년들의 어설픈 모습과 귀에 붙는 곡을 한 영화 안에 놓기 위해, 카니는 배우를 고르는 때부터 녹음실까지 꽤 까다롭게 움직였다.

주연 한 명보다 밴드 한 팀

카니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청소년들을 공개 오디션으로 만났다. 이들을 함께 놓고 누가 누구와 어울리는지 살피는 일은 실제 밴드를 꾸리는 과정과 비슷했다고 한다. 노래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노래할 사람 하나만 찾을 수는 없었다. 옆에서 함께 연주하는 친구들도 같은 밴드의 멤버로 보여야 했다.

코너(퍼디아 월시필로)를 맡은 배우는 다시 오디션을 보러 올 때마다 감독에게 들은 말을 반영했다. 카니는 그 점을 캐스팅의 이유로 꼽았다. 좋은 목소리를 찾는 귀만큼, 함께 일할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했던 셈이다.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소년이 다음 만남에서는 무엇을 바꿔 오는지 살폈고, 그 변화를 믿고 역할을 맡겼다.

이 선택은 영화의 즐거움과도 연결된다. 〈싱 스트리트〉의 매력은 이미 완성된 스타를 구경하는 데 있지 않다. 멋진 밴드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소년들을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그들의 곡을 좋아하게 된다. 시작부터 모든 것이 능숙했다면 달라지는 모습을 기다릴 이유도 적었을 것이다. 카니는 노래를 해낼 실력과 아직 낯선 일을 하는 사람의 기색을 한꺼번에 찾았다.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밴드의 첫 뮤직비디오는 아이들이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카니와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한 대씩 맡았다. 카니는 출연자들이 직접 만든 듯한 영상을 원했다고 밝혔다. 촬영을 정말 아이들에게 맡기면 그가 원하는 장면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감독의 손길을 감추기 위해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든 것이다.

배우들에게는 자기 말을 보탤 여유를 줬다. 대사를 잊어도 멈추지 말고 이어가보라고 권했고, 그러다 자신이 쓴 것보다 재미있는 말이 나올 때도 있었다고 한다. 각본의 문장을 정확히 되풀이하는 솜씨와 친구끼리 말하는 듯한 재미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카니는 준비한 대사를 지키는 일보다 눈앞의 배우에게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에도 관심을 뒀다.

가수처럼 차려입은 소년들은 자신만만한 옷차림과 달리 어딘가 어색하다. 그 차이 때문에 이들의 야심이 귀엽게 다가온다. 한껏 멋을 낸 친구들 앞에서 누군가 카메라를 들었을 때의 들뜬 기분이 화면에 남아 있다. 카니가 직접 찍으면서도 아이들이 만든 듯한 영상을 원했던 이유를 여기서 짐작할 수 있다.

가죽 재킷을 입은 소년과 소녀가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곳을 본다

소년에게 어른의 노래를 줄 수는 없다

카니와 함께 곡을 만든 게리 클라크에게도 인물을 떠올리는 일이 필요했다. 카니가 쓰다 만 곡에 클라크가 후렴과 가사의 좋은 구절을 더했다. 감독의 구상은 노래하는 소년이 어떤 말로 자기 마음을 표현할지 생각하는 데까지 뻗어 있었다. 멜로디가 좋다고 아무 노래나 이 밴드에게 줄 수는 없었다.

클라크는 가상의 인물을 위해 곡을 쓰는 일을 다른 가수들과 작업한 경험에 연결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노래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알고 나면 음악 영화의 감독이 하는 일을 좋은 곡을 골라 장면에 붙이는 정도로 생각하기 어렵다. 카니는 인물을 만들면서 그 인물이 쓸 법한 노래도 함께 만들어야 했다. 음악가에게 맡기고 기다리는 대신 자신도 미완성 곡을 들고 작업에 참여했다.

실제 밴드 연주는 전문 음악가들이 녹음했고, 코너의 노래는 퍼디아 월시필로가 직접 불렀다. 어린 출연자들은 미리 녹음된 음악에 맞춰 연주하는 연습을 했다. 녹음실에서 다듬은 연주에 소년의 목소리와 친구들의 몸짓이 합쳐진다. 각자 따로 준비한 것을 화면에서는 한 팀의 연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밴드를 꾸리는 일은 오디션이 끝난 뒤에도 이렇게 계속됐다.

카니는 밴드가 실력을 키우는 시간을 영화 안에서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걸릴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노래가 점점 좋아지는 즐거움을 택했다. 처음에는 서툰 연주가 인물을 믿게 하고, 뒤에서는 좋은 곡이 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싶게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서툴러도, 처음부터 완벽해도 얻기 어려운 재미다.

학교 건물 앞을 여러 소년이 한 무리로 걸어간다

영화가 끝나도 그 목소리는 남는다

카니의 〈원스〉를 떠올려보면 노래를 듣는 시간이 곧 두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더블린의 거리 음악가와 체코에서 온 여성은 함께 곡을 연습하고 녹음하며 가까워진다. 상대의 음악을 듣고 자기 연주를 보태는 과정에, 대화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친밀함이 있다. 같은 곡을 함께 완성해본 사람들 사이의 기쁨이다.

〈싱 스트리트〉는 그보다 많은 사람과 더 요란한 옷차림을 데려온다. 영상을 찍겠다는 야심도 크다. 하지만 카니가 음악가와 배우를 모으는 일은 여전히 곡을 만드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데로 향한다. 노래가 좋으면 그 인물을 더 보고 싶어지고, 인물이 좋아지면 그가 부르는 노래도 한 번 더 듣고 싶어진다. 두 감정이 서로를 도와 영화가 앞으로 간다.

사운드트랙을 찾아 듣다가 화면 속 얼굴이 떠오른다면, 카니의 까다로운 주문도 제 몫을 한 셈이다. 그 곡을 가장 완벽하게 부를 가수 대신 그 장면의 소년이 다시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진다. 영화는 끝났는데, 이 밴드가 다음에는 어떤 노래를 만들지 궁금해진다.

감상 포인트

◆ 처음 맞춰보는 연주 — 밴드가 초반에 남의 곡을 연주할 때 소리를 들어보자. 뒤에 나오는 곡들과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지 비교할 만하다. 녹음실의 능숙한 연주를 그대로 쓰는 대신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려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서툰 소리도 인물을 소개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 노래하는 얼굴 옆의 친구들 — 코너만 보지 말고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멤버들도 살펴보자. 한 사람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면서도 여러 사람이 밴드로 보이게 해야 했던 캐스팅의 과제를 생각할 수 있다. 각자의 존재가 느껴질수록 주인공의 성공 여부만으로는 이들의 시간을 다 말하기 어려워진다.

◆ 첫 뮤직비디오의 어색한 멋 — 아이들이 어떤 가수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지, 그 바람이 화면에서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보자. 감독이 직접 촬영하면서도 초보자의 영상처럼 보이길 바랐던 대목이다. 매끈함보다 그 나이에 시도해볼 법한 멋을 찾는 재미가 있다.

◆ 원스의 두 사람, 싱 스트리트의 밴드 — 두 영화에서 누군가의 노래를 다른 사람이 듣고 연주에 참여하는 과정을 비교해보자. 음악을 함께할 사람이 생기면 인물의 하루도 달라진다. 카니가 곡을 들려주는 시간에 왜 관계의 변화를 함께 담는지 살펴볼 수 있다.

관련 작품

◆ 〈원스〉 (2007, 존 카니) — 두 음악가가 서로의 노래와 연주를 알아가는 과정을 가까이 담는다. 〈싱 스트리트〉의 밴드와 비교하면 규모와 분위기는 달라도 함께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카니의 연출을 살필 수 있다.

◆ 〈러덜리스〉 (2014, 윌리엄 H. 메이시) — 배우 출신 감독이 아들을 잃은 아버지와 젊은 음악가의 만남을 다룬 영화다. 밴드가 결성되는 과정에는 노래만큼 각자의 사정이 중요하다. 음악으로 가까워지는 사람들을 다른 감독은 어떻게 보여주는지 비교하며 이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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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