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감독의 이름 아래, 한 사람이 연출을 책임졌다 | MovieLAB LAB

〈파업전야〉에는 장동홍·이은기·이재구·장윤현의 공동연출 이름이 놓여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장동홍이 책임연출을 맡고 다른 세 사람이 연출부로 도왔다. 그 선택 앞에는 공동창작의…

네 감독의 이름 아래, 한 사람이 연출을 책임졌다 | MovieLAB LAB

〈파업전야〉에는 장동홍·이은기·이재구·장윤현의 공동연출 이름이 놓여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장동홍이 책임연출을 맡고 다른 세 사람이 연출부로 도왔다. 그 선택 앞에는 공동창작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장산곶매의 전작 〈오! 꿈의 나라〉에서는 장면들을 기계적으로 나누어 각자 콘티를 짰다. 장동홍은 그 경험을 돌아보며, 영화의 완성도가 낮으면 관객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친다는 뜻을 제작 방식에서 다시 정해야 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장면을 똑같이 나눠 맡는 것이 최선은 아니었다. 〈파업전야〉의 제작진은 연출의 책임을 모으면서도, 화면을 만드는 일은 더 많은 사람과 나누었다. 감독과 스태프가 직접 노동자 역으로 들어갔고 실제 공장의 노동자들이 기계를 움직였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알아가는 일은 크레디트에 적힌 직함이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넓어졌는지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장면을 나누는 대신 흐름을 맡기다

장동홍의 회고에서 전작은 단편을 만들던 사람들이 처음 장편을 함께 만들어본 작업이었다. 각자 장면을 완성하는 능력과 긴 영화 전체를 이어가는 능력은 달랐다. 〈파업전야〉에서는 한 사람이 연출을 책임지는 체계를 택했다. 공장이 필요하고,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야 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촬영을 끝내야 하는 제작의 조건 속에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장면의 책임을 모았다고 해서 영화의 주인공도 처음부터 확고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장동홍은 한 노동자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는 과정까지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수(김동범)는 돈을 모아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동료들의 싸움에 곧장 앞장서는 대신 자기 삶을 나아지게 할 기회를 붙잡으려 한다. 그런 인물을 중심에 두면 관객도 연대라는 결론에 도착하기 전에 한수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흔들리는지 따라가게 된다.

영화에서 회사가 건네는 제안은 한수 개인에게 유리한 말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행동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같은 공장 안에 있으면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얼굴들을 살펴보면, 노동자들이 한 무리로 모이는 일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이 주인공의 출발점을 어디에 두었는지가,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장면을 기다리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탁자 위 종이를 함께 내려다보는 여러 남성

카메라 뒤의 사람들이 화면 안으로

공장 안에 많은 노동자가 있어야 하는데 출연 인원이 부족했다. 장동홍에 따르면 이때 스태프들까지 배역을 맡았다. 제작자 이은은 노동자로, 이용배는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외부 인사로 출연했다. 장동홍 자신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 노동자로 화면에 들어갔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편의 인물을 연기한 것도 아니었다. 이야기 안에서 필요한 자리를 나누어 채웠다.

많은 사람이 필요한 촬영에서는 이은이 후배와 지인들을 모았다. 장동홍은 그의 역할이 없었다면 영화의 완성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사람을 모으는 일은 화면 밖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결과는 공장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보이는지에 남는다. 한수가 속한 일터가 몇몇 주요 배역만의 공간이 되지 않으려면, 함께 일하고 밥을 먹는 다른 사람들의 몸도 화면 안에 있어야 했다.

이 일화를 알고 식당 장면을 보면 누가 감독인지 찾아내는 것 말고도 볼 것이 생긴다. 앞에서 말을 하는 인물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는지, 같은 공간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화면 가장자리의 사람은 주인공의 대사를 듣기만 하는 배경처럼 지나갈 수 있지만, 그들이 없으면 일터의 크기와 생활의 밀도도 달라진다. 제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극중 공동생활의 모습을 함께 만든 셈이다.

보안경을 머리에 얹은 노동자의 땀 묻은 얼굴

멈춘 공장을 다시 움직인 손

촬영 장소는 실제 파업 중인 인천 한독금속 공장이었다. 제작진은 그곳에서 촬영할 기회가 생기자 공장 장면부터 찍으러 갔다. 멈춰 있던 기계를 다시 가동하는 데에는 노동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장동홍은 그들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찍을 수 없었을 영화라고 설명했다. 장소를 빌리는 것과 그 장소가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금속을 다루는 기계와 사람을 볼 때, 그 장면은 이야기의 배경을 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계가 움직이는 동안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의 위치와 움직임이 함께 드러난다. 관객은 대사에서 노동의 조건을 듣기 전에, 몸이 놓이는 자리를 볼 수 있다. 실제 공장을 아는 사람들이 촬영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런 동작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게 한다.

배우들의 일도 촬영이 끝났다고 모두 마무리되지 않았다. 김동범은 후시녹음을 위해 합숙하며 입을 맞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녹음실을 충분히 빌릴 여유가 없어 한 번에 해내기 위한 준비였다. 이미 찍힌 몸에 다시 목소리를 맞춰야 했다. 화면 속 사람이 말하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촬영할 때의 연기뿐 아니라 나중에 소리를 붙이는 과정에도 여러 사람의 시간이 필요했다.

감상 포인트

1. 한수가 회사의 제안을 듣는 장면에서 자신의 이익과 동료들의 처지가 어떻게 함께 놓이는지 보자. 같은 공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판단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2. 식당 장면에서는 말하는 인물 주변에 앉은 사람들을 보자. 화면에 모인 몸의 수와 간격이 공동생활의 밀도를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볼 만하다. 3. 기계가 움직일 때 사람의 손과 몸이 어디에 있는지 보자. 말로 설명되기 전에 화면이 보여주는 작업의 조건을 따라갈 수 있다. 4. 배우가 말하는 장면에서는 얼굴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함께 들어보자. 촬영과 녹음을 따로 준비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두 요소가 한 사람의 말로 만나는 순간을 살펴볼 수 있다.

관련 작품

◆ 〈파업전야〉(1990, 장동홍·이은기·이재구·장윤현) — 책임연출과 공동제작이 실제 공장과 배우들의 작업 속에서 만난 결과를 볼 수 있다.

◆ 〈오! 꿈의 나라〉(1989, 이은·장동홍·장윤현) — 장산곶매가 장편을 함께 만드는 경험을 쌓은 전작이다. 두 영화의 장면 연결을 비교하며 제작진이 돌아본 시행착오의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글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조사하고 작성했으며,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