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 MovieLAB LAB

오르간을 연주하는 남자가 가면을 쓰고 있다. 그 뒤에 선 크리스틴은 가려진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 손이 가면을 향할 때, 관객도 곧 무엇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기…

보고 싶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 MovieLAB LAB

오르간을 연주하는 남자가 가면을 쓰고 있다. 그 뒤에 선 크리스틴은 가려진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 손이 가면을 향할 때, 관객도 곧 무엇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기다리던 일이 일어나는 순간과 그 얼굴을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은 같지 않다. 궁금증이 풀리면 안심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기서는 어긋난다.

루퍼트 줄리언오페라의 유령에서 론 채니가 맡은 에릭은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사는 남자다. 메리 필빈의 크리스틴에게 그는 처음부터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목소리로 알려진 존재가 가면 쓴 몸으로 나타나고, 다시 가면 뒤 얼굴이 드러난다. 무엇을 숨겼는지 알아가는 일이 곧 이 사람에게 더 가까워지는 일인지, 영화는 쉽게 답하지 않는다.

궁금한 얼굴을 얼마나 가까이 볼 것인가

크리스틴은 에릭이 오르간을 연주하는 동안 뒤로 다가가 가면을 벗긴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을 보던 화면이 얼굴의 클로즈업으로 좁혀진다. 가면 속에 누가 있는지 알아내는 일과, 그 얼굴을 큰 화면으로 보게 되는 일이 겹친다. 비밀의 내용뿐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거리가 장면의 인상을 바꾼다.

크리스틴의 얼굴도 함께 보아야 한다. 남자의 가면에 관심을 갖던 인물이 그 아래를 본 뒤에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공개된 얼굴 한 장으로 끝내지 않고, 보는 사람과 보인 사람을 번갈아 놓는 장면이다. 관객은 에릭의 분장을 살피면서 동시에 크리스틴이 그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도 보게 된다.

채니의 분장은 얼굴의 익숙한 비례를 낯설게 만든다. 자기 얼굴을 감춰왔던 사람에게는 들킨 순간이기도 하다. 가면을 벗긴 행위와 그 뒤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까지 따라가야, 이 장면이 단순한 괴물 공개보다 오래 남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숨어 있는 사람이 공연을 지배한다

화려한 계단 양옆에 가장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고, 앞 중앙의 남성이 여성을 안고 있다. 계단 중간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다. 여러 부분에 색이 들어간 이미지.

크리스틴은 분장실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지도를 받는다. 눈앞에 없지만 노래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에릭은 그녀가 무대에 오르도록 개입하고, 그녀의 관계에도 요구를 한다. 얼굴이 가려져 있다는 사실은 힘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유령의 위협이다.

오페라 극장은 그 힘을 공간으로 보여준다. 무대와 객석에서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지만, 벽 뒤와 지하에서는 그 공연을 바꿀 수 있는 일이 벌어진다. 관객들이 알고 있는 극장의 범위보다 에릭이 움직이는 범위가 넓다. 화려한 공연장에 사람이 가득해도, 그 건물을 안전하게 안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유니버설은 파리 오페라 극장의 건축 도면과 공연 삽화 자료를 바탕으로 세트를 준비했다. 객석과 무대, 큰 계단을 재현하는 동시에 지하 통로와 공간도 만들었다. 지상의 장식과 지하의 돌벽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내면서 같은 건물의 일부로 이어진다. 세트의 규모는 볼거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보는 곳과 보지 못하는 곳 사이의 간격을 넓힌다.

녹색을 띠는 돌벽 통로에서 망토 차림 남성이 등불을 들고 서 있다. 옆 말 위에는 긴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몸을 숙이고 있다.

가장무도회에서는 숨는 방법이 달라진다

평소에는 자기 얼굴을 가리는 에릭이 가장무도회에서는 눈에 띄는 차림으로 나타난다. 붉은 망토와 해골 모습을 갖춘 적사병의 분장이다. 다른 참석자도 가면과 의상을 입은 자리이므로, 변장 자체가 이상한 행동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택한 모습은 놀이를 위한 분장에 죽음의 이미지를 끌어들인다.

이 무도회 장면에는 초기의 두 색 테크니컬러가 사용됐다. 무도회 전체의 의상과 장식에도 색이 있다. 그 안에서 에릭의 차림이 두드러진다. 한편 이 영화에는 화면을 한 색조로 물들이는 틴팅과 부분 착색 계열의 처리도 함께 쓰였다. 색이 있다는 공통점 아래 서로 다른 방식이 섞여 있다.

깃털 달린 모자와 해골 모습의 가면, 긴 망토 차림의 인물이 팔을 내밀고 있다. 주변 가장 의상의 사람들은 몸을 젖히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본다. 갈색조 사진.

가면을 벗는 장면과 무도회를 나란히 놓으면 에릭의 두 태도가 보인다. 사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일은 피하지만, 죽음으로 꾸민 모습으로는 사람들 앞에 선다. 얼굴을 숨긴다는 행동이 언제나 물러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스스로 정할 수 있을 때 그는 오히려 군중을 압도하려 한다.

한 번 만들어진 채로 남아 있지 않은 영화

1925년에 나온 영화는 1929년 재편집과 추가 촬영을 거친 유성 재개봉판으로도 상영됐다. 배역 표기와 배우가 달라진 구간이 있고, 대화와 음악이 더해졌다. 오늘날 복원·상영되는 자료의 길이와 반주가 서로 다른 데에는 이런 유통과 보존의 이력이 있다.

가령 BFI가 소개하는 상영본은 1929년 재개봉판을 복원한 영상에 1996년 칼 데이비스의 음악을 붙인 것이다. 지금 듣는 반주를 곧바로 1925년 모든 관객이 들었던 소리로 볼 수는 없다. 무성영화라는 이름 아래에도 영상을 어떤 음악과 함께 만나는지에 따라 장면의 리듬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유명한 가면 공개를 기억하는 일과, 현재 보고 있는 판본을 아는 일은 그래서 함께할 만하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가면을 벗은 얼굴이 이미 낯익어도 영화를 볼 이유는 남는다. 한 장의 이미지로 접했던 얼굴이 어떤 관계 속에서 공개되는지, 그 전에 누가 무엇을 궁금해했는지는 움직이는 장면으로 보아야 알 수 있다. 크리스틴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따라가다가 그 공개가 에릭에게 어떤 일이 되는지도 보게 된다.

극장의 화려한 계단과 지하 통로, 무도회의 색채도 같은 질문을 넓힌다. 무언가를 보러 온 사람들이 정작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연을 구경하는 관객과 극장을 안다고 믿는 인물들의 자리가 겹칠 때, 오래된 영화의 세트는 여전히 탐색할 공간이 된다.

감상 포인트

가면을 향하는 크리스틴 — 에릭의 얼굴이 드러나는 결과뿐 아니라 그전의 접근을 보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따라간 뒤 실제 얼굴을 마주한다. 준비된 궁금증과 가까이 제시되는 이미지가 장면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볼 수 있다.

얼굴을 본 뒤의 두 사람 — 공개된 분장에만 시선을 고정하지 말고 크리스틴과 에릭의 반응을 함께 보자. 서로를 바라보는 관계까지 달라지는 사건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관객의 감정도 한순간의 놀람으로만 정해지지 않는다.

무대에서 지하로 — 객석과 장식이 있는 공간에서 돌벽과 통로가 있는 공간으로 이동할 때를 살펴보자. 같은 극장 안에 누가 아는 장소와 모르는 장소가 나뉜다. 넓은 세트가 비밀을 감출 공간이 되는 방식이다.

무도회의 색과 의상 — 망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옷과 배경 장식에도 눈을 돌려보자. 장면 전체의 색 안에서 특정 인물이 두드러진다. 모두가 변장한 곳에서 에릭이 선택한 분장이 무엇을 바꾸는지 볼 수 있다.

관련 작품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920, 로베르트 비네) — 뒤틀린 세트와 배우의 모습을 함께 보게 하는 무성영화다. 오페라의 유령의 거대한 공연장과 나란히 놓으면, 낯선 공간과 낯선 인물이 서로의 인상을 어떻게 강화하는지 비교할 수 있다.

노스페라투 (1922, F.W. 무르나우) — 흡혈귀의 몸과 벽에 비친 그림자가 다른 크기로 존재한다. 직접 보이는 인물과 그가 주변 공간에 남기는 형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위협을 제시하는 거리의 차이에 주목할 만하다.

노트르담의 꼽추 (1923, 월리스 워슬리) — 채니가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를 맡았다. 인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그 인물이 사람을 대하는 행동을 나누어 볼 수 있다. 분장이 두 역할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었는지 비교하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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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