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멀리서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탄 사람의 얼굴은 어떻게 보여줄까. 〈윙스〉의 제작진은 비행기에 카메라를 달고 배우가 직접 작동하게 했다…
비행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멀리서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탄 사람의 얼굴은 어떻게 보여줄까. 〈윙스〉의 제작진은 비행기에 카메라를 달고 배우가 직접 작동하게 했다. 다른 비행기의 촬영진은 옆에서 기체의 움직임을 담았다. 멀리서 보는 공중전과 조종석 안에서 겪는 공중전을 한 영화로 잇는 방법이었다. 1927년의 항공영화가 마련한 흥미로운 자리는, 움직이는 비행기와 그 안의 배우를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다.
윌리엄 A. 웰먼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조종사로 복무한 감독이었다. 그는 촬영감독 해리 페리와 함께 비행 중인 기체에 카메라를 설치해 공중 장면을 준비했다. 모터로 돌아가는 카메라는 손으로 계속 크랭크를 돌리지 않아도 촬영할 수 있었다. 배우가 카메라를 켜고, 별도의 촬영진이 탄 비행기에서는 먼 거리의 장면을 찍는 역할 분담이 가능해졌다.
실제 비행에 배우가 참여하려면 준비가 필요했다. 주연 찰스 버디 로저스는 이 영화를 위해 비행 훈련을 받았다. 화면 속 조종사에게 얼굴을 주는 연기와, 그 얼굴을 하늘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맞물린다. 공중전에서 멀리 보이던 비행기가 조종석의 인물로 이어질 때, 그 안의 사람을 지상에서 보았던 배우로 알아볼 수 있다.
멀리서 찍으면 두 기체 사이의 거리가 보인다. 조종석 가까이에서는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 방향과 얼굴의 상태가 보인다. 시야가 넓어졌다 좁아지는 동안, 우리는 비행기의 위치와 인물이 처한 상황을 번갈아 읽는다. 한쪽은 전투가 벌어지는 공간을 보여주고, 다른 쪽은 그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누구인지 붙잡아준다.

웰먼은 공중전을 구름이 있는 하늘에서 찍으려 했다. 원하는 배경을 기다리느라 촬영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하늘이 맑다는 것과 영화에 필요한 하늘이라는 것은 같은 조건이 아니었다.
구름은 비행기 뒤를 채우는 풍경이면서 움직임을 비교할 대상이다. 아무 무늬도 없는 배경보다 모양을 가진 구름이 있을 때, 기체가 어디를 지나고 얼마나 빠르게 자리를 옮기는지 읽기 쉽다. 비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는 무엇과 함께 담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따라붙는다. 웰먼이 기다린 날씨는 그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조종석의 테두리와 기체의 날개가 프레임에 들어올 때도 비슷한 효과가 생긴다. 사람과 비행기를 따로 떼지 않고 한 화면에 놓을 수 있다. 얼굴이 화면 가운데 있어도 주변에 기계의 일부가 남아 있으면, 그 얼굴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계속 알 수 있다. 공중 장면의 실감은 날아가는 기체의 수뿐 아니라 이런 가까운 기준점에서도 생긴다.
영화의 전투 장면을 위해서는 지상에서도 많은 준비가 이루어졌다. 미 육군이 항공기와 조종사를 지원했고, 병사들은 보조 출연과 참호 조성 등에 참여했다. 텍사스의 촬영장에서 전쟁의 공간을 만들고 그 위로 기체를 올린 것이다. 화면에 보이는 실제 비행과, 그 비행을 영화 속 전투로 조직하는 작업이 함께 있었다.

〈윙스〉는 두 조종사가 하늘에 오르기 전에 그들의 고향을 먼저 보여준다. 잭 파월은 자동차를 손보면서 비행기를 꿈꾸는 청년이다. 이웃 메리가 그를 돕고, 자동차 옆에 별을 그린다. 클라라 보우가 연기하는 메리는 잭을 좋아하지만 잭은 실비아에게 마음이 가 있다. 실비아가 좋아하는 사람은 데이비드다. 이들은 전쟁에 나서기 전부터 서로를 다르게 보고 있다.
잭과 데이비드는 함께 입대하고, 훈련을 거치며 가까운 친구가 된다. 리처드 알렌의 데이비드를 잭의 경쟁자로 알게 된 뒤 전우로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조종석의 얼굴은 비행 장면에 붙인 익명의 반응으로 남지 않는다. 고향에 두고 온 관계와 동료와의 시간을 이미 가진 사람이다.
앞서 자동차를 손보던 잭이 비행기에 타는 변화에는 그가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전장에 함께 온 친구가 생기면 상대의 비행을 바라보는 의미도 달라진다. 기체의 움직임이 멋진가를 보는 눈에, 그 사람이 무사한가를 확인하는 마음이 더해진다. 공중 촬영의 규모와 인물의 관계가 만나는 지점이다.

〈윙스〉는 1929년 제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Outstanding Picture를 받았다. 로이 포머로이는 같은 영화로 Engineering Effects 부문을 수상했다. 첫 시상식은 작품 전체와 영화의 기술적 성취를 각각 인정했다. 그 기록을 알고 보면 배우를 실은 기체와 여러 위치의 카메라가 단순한 제작 뒷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당대 영화 산업이 별도로 평가했던 작업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무성영화 상영에는 음악과 효과음, 화면을 확대하는 장치도 쓰였다. 〈윙스〉의 일부 극장 상영에서는 공중전 장면을 마그나스코프로 크게 영사했다. 촬영할 때 하늘을 넓게 담는 것에 더해, 극장에서 그 장면의 크기를 바꾸는 방법까지 마련한 셈이다. 오늘의 화면으로 영화를 보더라도, 당시에는 비행 장면을 어디에 얼마나 크게 보여줄지까지 경험의 일부였음을 떠올릴 수 있다.
공중전의 속도에 이끌려 영화를 보고 있다가 조종사의 얼굴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같은 비행을 공간의 움직임으로도, 한 사람이 겪는 일로도 보게 된다. 〈윙스〉의 장비와 촬영 이력을 알고 나면 그 시선의 이동을 만든 선택들이 보인다. 카메라가 멀어지거나 가까워질 때 무엇을 새로 알게 되는지, 이 영화의 공중 장면은 그 차이를 즐길 기회를 준다.
◆ 기체와 얼굴 사이 — 멀리 보이는 비행기와 가까이 보이는 조종석에서 각각 무엇을 알 수 있는지 비교해 보자. 전자는 다른 기체와의 위치를, 후자는 그 안에 탄 인물의 상태를 보여준다. 두 거리를 오가는 동안 같은 전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읽을 수 있다.
◆ 비행기 뒤의 배경 — 공중 장면에서 기체만 따라가지 않고 구름과 배경도 함께 보자. 비행기가 지나가는 기준점이 있으면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 감독이 비행에 적합한 날씨만큼 촬영에 필요한 하늘도 기다렸다는 이유와 연결된다.
◆ 자동차 옆의 메리 — 고향 장면에서 메리가 잭의 자동차를 돕는 동안 잭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살펴보자.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서로에게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짧은 행동과 상대의 반응이 출발 전의 관계를 알려준다.
◆ 조종석의 테두리 — 인물의 얼굴을 가까이 볼 때 프레임에 남아 있는 날개와 기체의 일부를 눈여겨보자. 이 물건들은 얼굴이 놓인 장소를 계속 알려준다. 사람이 하늘에 떠 있다는 사실을 화면의 주변이 어떻게 유지하는지 볼 수 있다.
◆ 전쟁의 빅 퍼레이드 (1925, 킹 비더) —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청년을 지상에서 따라간다. 동료들과 맺는 관계가 전장을 바라보는 일에 무엇을 더하는지, 하늘의 조종사들을 다룬 〈윙스〉와 함께 볼 수 있다.
◆ 일출 (1927, F. W. 무르나우) — 1929년 같은 제1회 아카데미에서 별도 부문인 Unique and Artistic Picture를 수상했다. 부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영화다. 한 시상식의 서로 다른 부문에 남은 두 작품을 보면 당시 무성영화가 다룬 감정과 화면의 폭을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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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